국민에 사과한 이원석 총장 “원칙도, 국민과 약속도 못 지켰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건희 여사를 방문 조사한 이후 이를 사후보고한 데 대해 “조사 과정에서 법 앞에 성역이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22일 출근길에 ‘총장 패싱’ 논란에 대해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다. 진상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주말 간 이뤄진 김건희 조사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 총장은 “검찰총장에 취임하면서 ‘법불아귀’(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는다)라는 말씀을 드렸다”며 “국민께 여러 차례에 걸쳐서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검찰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도 모두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또한 모두 제 책임으로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국민에 사과했다.
이어 이 총장은 “앞으로 남은 수사와 사건 처분에 있어서 ‘헌법에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라는 헌법 원칙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제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2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및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서울시 종로구 창성동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비공개 조사했다. 대통령경호처에서 ‘경호 및 안전’을 이유로 김 여사의 동선과 보안 시설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소를 제안했고, 김 여사를 수사 중인 중앙지검이 이를 수용했다. 중앙지검은 김 여사 조사가 10시간이 지나고 자정에 가까운 오후 11시 30분쯤에야 검찰총장에게 사후 보고했다. 당시 이창수 중앙지검장은 유선 보고에서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총장님 지휘권이 배제돼 있어 제 책임하에 조사했다”며 조사 사실을 사후 보고하자 이 총장은 “나를 무시했다” “원칙대로 하겠다고 국민에 약속했는데 못 지켰다”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검찰총장 패싱’이라는 지적을 두고 이 총장은 “일선 검찰청에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다. 일선 검찰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도 모두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진상을 파악하고 경위를 파악해본 다음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조치에 대해선 “오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게 돼 있다. 진상 파악을 해보고 나서 거기에 상응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서울중앙지검이 검찰총장에게 김 여사 조사 사실을 사후보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 21일 대검 관계자는 “검찰총장은 이 상황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일각에선 ‘검찰총장 사의 표명’ 전망도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오늘은 대검찰청 차장으로 직무대리로 일을 시작한 지 만 2년 2개월이 되는 날”이라며 “2년 2개월이나 검찰총장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무슨 미련이 남아있겠나”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국민과 헌법 원칙 지키겠다는 약속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그때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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