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서사에 드리운 권력 욕망, 치유되지 않는 내면의 상처들
[황융하 기자]
지난 6월 9일부터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연극 <햄릿>이 공연 중이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도 원작의 철학적 깊이와 인문학적 고찰을 놓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라 하겠다.
햄릿의 "세상이 엉망인 것을 바로잡으려는 것이 더 나은지, 아니면 운명의 고난을 묵묵히 견디는 것이 더 나은지"라는 독백은 여전히 현재에도 유의미성을 전달한다.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내용을 담되, 우리가 직면한 실존적 문제이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와 도전에 직면하며,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신을 정의하게 된다.
연극은 단순한 고전의 재현을 넘어, 현대사회의 권력 구조와 부조리에 대한 강렬한 비판을 담고 있다. 극 중 인물들의 권력 다툼과 배신, 음모는 오늘날 정치와 사회에서 목격되는 부패와 불의를 그대로 반영한다. 클로디어스가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음모와 거짓은 현대 정치의 부정과 부패에도 연결된다.
▲ 공연 스틸컷 선왕(억울한 죽음)과 햄릿(복수 갈등)의 조우(사진=신시컴퍼니 제공) |
ⓒ 신시컴퍼니 |
이는 권력의 본질과 그로 인한 부조리, 그리고 그 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사는 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연극을 보노라면 현대 정치의 여러 사건과 겹쳐 보이는 장면들은, 고전이 지닌 시의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는 이유다.
폴로니어스의 "있으나 마나 한 존재인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지"라는 대사는 현대인의 고립과 소외감을 반영하지 않던가.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소통 부재와 개인주의의 심화를 되새기게 한다. 또한 대사가 현재를 고찰하기에, 우리가 사회 속에서 진정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되짚도록 사색을 제공하지 않던가.
연극의 결말 즈음에 배우들이 내미는 빈 의자는 무엇인가. 우리 각자가 주인이나 저마다 채우는 게 허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도록 돕는다. 즉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존재와 의미를 고민하는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앉아 있되 빈 의자로 자신을 위치시키며, 내 삶의 수많은 공허와 마주하게 된다.
햄릿의 독백과 행동은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서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여정이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갈등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그의 고뇌를 통해 인간 존재의 불확실성과 무상함을 느끼게 된다.
▲ 공연 스틸컷 엔딩 즈음에 등장하는 빈 의자(사진=신시컴퍼니 제공) |
ⓒ 신시컴퍼니 |
연극 <햄릿>은 무대와 연출, 의상 디자인 등 시각적 요소를 통해 현대적 감각을 더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태섭과 김환의 손길을 거친 무대는 관객들이 인물의 독특한 분열성과 갈등을 더욱 생생하게 체감하도록 이끈다. 특히 무대에 설치된 커다란 거울 벽은 인물들의 내적 갈등을 반영하는 거대한 오브제로 작동하며, 이는 인간의 이중성과 내적 고뇌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의상 디자인은 현대성을 가미하면서도 인물의 내적 상태와 갈등을 강조한다. 특히 오필리아의 의상은 그의 수수함과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효과적으로 나타내며, 이는 현대사회에서 여전히 상처받고 있는 수많은 여성을 떠올리게 한다. 오필리아는 전통적인 수동적 여성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독립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현대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변화다. 오필리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사회적 억압 속에서도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현대 여성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음악 역시 깊은 사색과 갈등을 자극하며 배우의 감정을 극대화하고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음악은 연극의 분위기를 조성하며, 각 장면의 감정선을 더욱 강조한다. 이는 관객들이 연극 속 인물들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게 한다.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고전의 재탄생을 경험하며, 인문학적 성찰과 철학적 사유를 함께 느껴보기를 권한다. 연극의 단순한 관람을 넘어, 깊은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예술적 경험을 맛보게 되리라.
<햄릿> 공연은 오는 9월 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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