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넘어 침체 시그널"…K-배터리 먹구름 확산

오현길 2024. 7. 2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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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실적 발표를 앞둔 국내 배터리 업계에 장기 침체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배터리 기업들은 위험의 징조가 지속해서 나타나 사전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그 영향을 간과해 대응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 회색 코뿔소를 마주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등으로 북미 사업을 키워왔는데, 이런 정책 수혜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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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사, 잇딴 생산 투자 중단
전기차 판매량 감소 장기화
트럼프 재선시 혜택 사라져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은 회색 코뿔소(The Grey Rhino)일까'

상반기 실적 발표를 앞둔 국내 배터리 업계에 장기 침체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배터리 기업들은 위험의 징조가 지속해서 나타나 사전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그 영향을 간과해 대응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 회색 코뿔소를 마주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글로벌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미국에 짓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3공장 건설이 일시 중단됐다. 총 26억달러(약 3조6000억원)가 투입되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로, 올 하반기 준공 예정이었다. 내년 초 1단계 양산을 시작해 연 생산 규모를 50GWh(기가와트시)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다.

앞서 GM은 전기차 캐즘에 대한 우려로 지난 2월 올해 전기차 생산량을 애초 계획(2022년 발표 시 40만대)보다 10만대 이상 적은 20만~30만대 수준으로 축소했다가 지난달 다시 5만대 더 적은 20만~25만대 수준으로 줄인 바 있다.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들자 투자 계획까지 불가피하게 수정되는 양상이다. SK온과 미국 내 합작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포드도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할 예정이었던 캐나다 공장을 재편해 내연기관 픽업트럭 생산기지로 바꾸겠다고 밝혔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전기차 판매 예상치를 기존 대비 9~12% 추가 하향했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시 재임 기간 내 전기차 판매가 추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과거 트럼프 1기 때 연비 규제의 사실상 폐지 효과로 2년간이나 역성장했다"며 "트럼프는 당선되면 첫해에 바이든의 연비규제를 폐지하겠다고 여러 번 공언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후보는 전기차 전환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등으로 북미 사업을 키워왔는데, 이런 정책 수혜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배터리 업체들은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가 하면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로 생산체제를 전환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을 대체하기는 역부족하다. 과거 몇 년 새 추진한 대규모 투자로 인한 부담이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LG엔솔은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주에 단독으로 짓기 시작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공장도 착공 두 달 만에 건립을 일시 중단했다. 지난해 말 중국 난징 공장 라인 일부를 ESS 전용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최근 실적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는 2분기 영업이익이 32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4500억원) 대비 2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SK온도 수천억대 손실 불가피할 전망이다. LG엔솔은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953억원 지난해 동기보다 57.6%나 줄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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