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선 후보 전격 사퇴... "해리스 부통령 지지"
[윤현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해리 리드 국제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오르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예정됐던 유세 일정을 취소했다. 2024.07.18 |
ⓒ 연합뉴스 |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 내 의도였으나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라고 발표했다.
그는 "이번 주 후반에 국민들께 이번 결정과 관련해 더 자세히 말씀드릴 것"이라며 "나를 믿고 신뢰해 온 국민 여러분께 진정어린 감사를 전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3년 반 동안 우리나라는 큰 성과를 이뤘습니다. 오늘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를 가졌습니다. 우리는 국가를 재건하고, 고령자의 처방 약 비용을 낮추며, 저렴한 의료 서비스를 역대 가장 많은 미국인에게 확대하기 위해 역사적인 투자를 했습니다.
우리는 독성 물질에 노출된 재향군인 수백만 명에게 꼭 필요한 돌봄을 제공했고, 30년 만의 첫 총기 안전법을 제정했습니다. 연방 대법관에 처음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을 임명했습니다. 그리고 세계 역사상 가장 중대한 기후 법률을 제정했습니다. 미국이 세상을 이끌기에 이보다 더 나은 자리에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이 없었다면 하나도 이룰 수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기에 한 번 있을 전염병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유지해왔으며 전 세계 우리의 동맹을 재활성화하고 강화했습니다
여러분의 대통령으로서 봉사한 것은 저의 인생에서 최고의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 내 의도였으나,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나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내 정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습니다.
이번 주 후반에 국민들께 이번 결정과 관련해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내 재선을 위해 너무 힘들게 일해 온 모든 이에게 가장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하며 특별한 파트너로서 함께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감사하고, 나를 믿고 신뢰해 온 국민 여러분께 진정어린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제가 항상 믿어온 것을 믿습니다. 우리가 함께할 때 미국이 할 수 없는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새 대선 후보에 해리스 부통령 지지... "트럼프 물리쳐야"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성명 |
ⓒ 백악관 |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공화당 후보로 나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말을 더듬고 맥락 없는 말을 하면서 고령에 따른 건강 및 인지력 논란에 휩싸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자 민주당 내에서는 30여 명의 상·하원 의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총격 사건까지 겹치며 대선 판도가 불리해진 바이든 대통령은 TV 토론 후 25일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대선 후보를 다시 선출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지했다. 그는 "2020년 해리스 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은 내가 내린 최고의 결정"이라며 "나는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민주당이 뭉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물리쳐야 한다"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당내 혼란이 더 심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찌감치 대선 후보를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새로운 대선 후보를 선정하기 위해 투명하고 질서 있는 절차를 약속한다"라며 환영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이자 선거캠프 공동 의장을 맡고 있던 크리스 쿤스 상원 의원은 "그는 놀라운 리더십과 유산을 가지고 있다"라며 "나는 그가 대통령이자 당의 지도자로서 계속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했던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바이든 대통령은 훌륭한 대통령이자 입법 책임자였고, 진정으로 놀라운 사람"이라며 "그의 (사퇴)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그는 이번에도 국가, 당, 우리의 미래를 우선시했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을 부통령으로 지명해 8년간 함께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나의 소중한 친구이자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중요한 대통령 중 한 명"이라며 "우리는 오늘 그가 최고의 애국자(a patriot of the highest order)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결정은 바이든 대통령의 국가에 대한 사랑의 증거이며, 진정한 공직자가 자신의 이익보다 미국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역사적인 사례"라면서 "미래 세대의 지도자들도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선언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
ⓒ 뉴욕타임스 |
<뉴욕타임스>는 "지난 3주간 화를 내며 사퇴를 거부하던 바이든 대통령이 여론조사 격차, 민주당 의원들의 긴박한 호소 그리고 주요 기부자들이 밝힌 그가 활동하도록 돈을 낼 뜻이 없다는 분명한 신호에 굴복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동료들의 강한 압박 속에 집권 2기를 위한 대선 캠페인을 포기했다"라며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를 막을 후보를 찾기로 하면서 대선 경쟁에 막판 변화가 생겼다"라고 짚었다.
이로써 미국 대선은 투표를 불과 4개월 앞두고 구도가 격변하게 됐다.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자 흑인·아시아계 대통령에 도전하게 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게 되어 영광"이라며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를 "사심 없는 애국적인 행동"이라며 "단임 대통령으로서 그의 유산은 두 차례 임기를 지낸 수많은 전직 대통령의 업적을 넘어설 것"이라고 높였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는 공동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지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그녀를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민주당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먼 미시간 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등이 경쟁자로 거론된다.
트럼프 "바이든, 최악의 대통령"... 공화당은 "즉각 사퇴해야"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선언이 나오자 몇 분 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CNN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또한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나온다면 바이든 대통령보다 쉽게 이길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도 글을 올려 "부패한 바이든은 대선 출마에 부적합했다"라며 "그는 확실히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며, 적합한 적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강 상태를 숨기려고) 거짓말과 가짜 뉴스, 자신의 방을 떠나지 않으면서 대통령직을 차지했다"라며 "주치의와 언론을 포함해 주변의 모든 사람은 그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인사들은 더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의 즉각적인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엑스(옛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면 대통령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도 적합하지 않다"라며 "빨리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라고 밝혔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마누 라주 위원장도 "바이든 대통령이 무능력하다는 것을 민주당은 알고 있었지만, 이를 은폐하기 위해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라며 "유권자들은 신뢰에 대한 배신을 용서하거나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도 소셜미디어에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을 벌일 수 없을 정도로 약하다면, 그는 즉각 우리의 최고 사령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라고 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과 인지력에 대한 우려 속에 재선 캠페인을 끝냈다"라면서 "50년에 걸친 그의 정치 인생에 상한선을 두는 일이자 미국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정치적 붕괴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