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승연, 복합장르물에서 빛나는 정의의 얼굴
배우 공승연이 청순함을 내려놓고 시원하게 육두문자를 내질러 웃음을 안겼다. 매 장면 빵빵 터뜨렸냐면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영화 ‘핸섬가이즈’에서 중요한 역할을 소화했다. 바로 남동협 감독이 기저에 깔아둔 메시지의 전달자다.
험상궂은 외모의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가 불청객들의 오해로부터 출발해 걷잡을 수 없는 대환장 전개로 흘러가는 ‘핸섬가이즈’에서 공승연은 일견 히로인 역이다. ‘핸섬가이즈’의 원작 캐나다 영화 ‘터커&데일vs이블’에서조차 극중 거친 남성들과 대조를 이루는 ‘공포 영화 속 금발 미녀’ 클리셰가 반영된 배역이다.
공승연이 연기한 ‘핸섬가이즈’ 속 미나도 친구들과 놀러왔다가 우연히 수상한 두 남자들에게 구조가 됐음에도, 납치당한 것으로 오해를 만들며 충격적인 전개의 트리거로 작용하는 것은 원작과 동일하다. 그러나 미나는 단지 재필과 상구의 실제 정체인 순수함과 다정함을 알아주는 존재가 아닌, 공감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인 점이 달랐다.
극중 미나는 함께 여행 올 정도로 ‘썸’을 타던 프로 골프 선수와 그의 친구들에게 평범한 자신이 사실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며 큰 배신감을 느낀다. 그러던 중 미나는 친구들의 시각에 맞춰 ‘살인범’이라고 지레 낙인찍은 재필과 상구를 실제로 겪어본 뒤 ‘편견’이 얼마나 알량한지, 스스로 깨닫게 된다.
극의 하이라이트에서 아무것도 모를 적 재필과 상구를 향해 내질렀던 육두문자만큼이나 시원한 ‘사이다’를 안기는 미나의 얼굴에서 공승연의 전작들이 보인다. 마땅하지 않은 것에 분노하며 스스로와 약한 이를 구해내는 정의의 얼굴이다.
공승연은 앞서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시리즈에서 수술방 간호사 출신 구급대원 송설 역을 열연했다. 소방서와 경찰서, 그리고 시즌2에서는 국과수까지 가세해 공조하며 대형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 속에서 공승연은 단지 직업정신이 아닌 진심으로 타인을 위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송설을 진정성 있게 표현했다.
추리와 액션과 휴머니즘이 결합한 장르 속에서 공승연은 휴머니즘에서 두각을 보였다. 공승연은 시즌1 종영 인터뷰에서 “인물 개개인의 사연에 굉장한 공감을 하는 인물로서 대본을 볼 때도 에피소드 인물들에 대한 사연과 그들의 감정에 더 초점을 맞춰 분석했다”며 송설이 동료 진호개(김래원)를 살리려 간절하게 CPR을 한 장면을 인상 깊은 신으로 꼽았다.
그런가 하면 tvN 드라마 ‘불가살’에서는 전생과 현생을 오가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무엇이 최선의 방향인지를 고민하는 1인 2역을 소화했다. 공승연은 극 중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 단활(이진욱)의 600년 전 아내 단솔과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현생의 민시호 역을 맡아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운명의 장난으로 전생에서 남편을 저주한 이를 현생에서 언니 민상운으로 두게 된 민시호를 연기하는 공승연은 언니를 원망하면서도 하나뿐인 가족의 테두리를 지키고자 자신이 위험에 처하면서도 고군분투해 애틋함을 자아냈다.
공승연의 연기력을 재조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공승연은 민시호와 단솔을 연기할 때 눈빛과 목소리부터 차이를 두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드러냈다. 시대물과 크리처의 등장, 그 안에 심어진 멜로 감정선 등 여러 장르가 섞인 작품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낸 그는 코미디와 호러, 그 안의 휴머니즘 메시지가 담긴 ‘핸섬가이즈’에서도 ‘복합 장르 퀸’의 수식어를 이어가게 됐다.
공승연은 미나 역을 준비하며 “짧은 시간 다이내믹한 감정이 많은 역할이라 그걸 표현하기 위해서 많이 노력 했다”고 밝혔다. 호흡을 맞춘 이성민은 “또 한 번 작업해 보고 싶은 배우”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 공승연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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