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방산 수출, 체코원전 '잭팟'…그 뒤 내조한 '백' 있었다
“앞으로 국내 기업의 뛰어난 기술과 금융이 자동차 네 바퀴처럼 굴러가야, 세계적인 사업 수주를 따낼 수 있다.”
지난 16일 ‘내부출신 1호’ 행장으로 취임 2주년을 맞은 윤희성(63) 수출입은행장의 얘기다. 지난달 현대로템의 우즈베키스탄에 2700억원 상당의 고속철도 수출부터 최근 24조원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까지 한국이 대형 사업을 따낸 비결은 정부와 기업, 유관 기관이 함께 손잡은 ‘팀 코리아’의 활약이 컸다는 의미다.
자금 지원을 맡은 수출입은행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윤 행장은 “앞으로 대형 수주 사업 지원을 위해 수은이 전통적 수출 기업 지원에서 벗어나 국제협력은행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최근 잭팟을 터트린 폴란드 방산수출 성공 뒤엔 수은의 금융 지원이 주요했다. 또한 우선 사업자로 지정된 체코 원전 사업도 본 계약 체결을 위해 수은의 금융 지원을 논의할 예정이다.
수은은 전통적인 수출 기업 지원 중심의 정책금융뿐 아니라,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최근 출범한 공급망 기금까지 활용한 이른바 ‘K-파이낸스 패키지’ 지원이 가능해 대형 사업 수주 지원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다.
“우즈벡 고속철, 수은 EDCF 차관이 결정적”
‘국내 첫 고속철도 수출’로 평가받는 우즈베키스탄 수주엔 수은의 EDCF 차관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윤 행장은 “대형 수주 사업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지나친 금융 지원을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이 있을 정도라 기존 정책 금융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이 공적개발 원조 차관을 받을 수 있는 나라라 (그 부분을 활용해) 금융 지원을 대폭 늘려 수주에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행장은 “우즈베키스탄 고속철도 사업은 처음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면서 “프린트 기계를 팔면 프린트보다는 종이하고 잉크 카트리지에서 돈을 벌 듯, 앞으로 계속 고속철도를 연결되고 또 유지‧보수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추가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제협력으로 전략적 국익 추구해야”
전통적 수출 기업 지원에서 국제협력은행으로 역할을 확대하는 게 윤 행장이 그리는 수출입은행의 청사진이다. 그는 “선진국의 정책금융기관은 (자국의) 기업 수출을 늘리고 외화 획득을 위해 금융 지원을 한다는 말 대신 인류 평화와 공영에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국가를 돕기 위해 금융 지원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국 기업 제품이나 기술을 전수하는 전략적 국익 추구가 국제협력은행의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역할 확대를 위해서 윤 행장은 수은의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수은은 만들 때부터 수출 기업을 돕기 위한 대출에 초점을 두고 만들었는데, 요즘은 차관이 아니라 투자를 원한다고 하는 곳이 많다”면서 “대형 사업 수주를 위해 대출뿐만 아니라 투자를 늘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수은 출신 1호 행장, 임기 첫 2주년 맞아
다음 달부터 본격 출범하는 공급망 기금과 관련해서도, 국내 기업에 다양한 방식으로 실질적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윤 행장은 “수출과 관계없이 공급망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면 내수 기업도 지원할 수 있고, 대출뿐 아니라 보증이나 지분 투자 등을 다양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행장은 ‘내부출신 1호’ 행장으로 취임 2주년의 소회를 묻는 말엔 “원전·인프라·방산 수출을 위해 법정 자본금 한도가 늘어났고, 요소수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급망 기금이 생기는 등 임기 중에 수은의 역할이 크게 확대됐다”며 “직원들도 많이 도와주고 나름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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