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반장선거만도 못한 민주당 전당대회

김영선 2024. 7. 2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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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정치부 차장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만 외쳐
공약 실종된 최고위원 경선
과연 나라 맡길 수 있는가

이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는 유독 ‘공약’이 없다. 2년 전 전대만 하더라도 ‘전당원 투표제 상설화’(정청래), ‘선출직 여성 30% 달성’(서영교), ‘민생정치연석회의 구성’(고민정), ‘세대균형공천제’(장경태) 등 최고위원 출마자들의 차별화된 공약들이 나열됐는데 이번에는 사실상 전무하다. 그나마 김민석 의원 정도가 “당원 주권, 정책 협약, 예비 내각의 집권플랜 3대 과제에 주력하겠다”며 나름의 청사진을 내놨을 뿐 나머지 최고위원 후보들의 공약은 죄다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다.

다 똑같은 공약인데 그럼에도 그 안에서 나름의 순위가 결정되고 있다. 20일 첫 경선지인 제주와 인천의 온라인 투표 합산 결과를 보면 정봉주 후보가 21.98%를 득표하며 1위에 올랐고 김병주(15.57%), 전현희(13.75%), 김민석(12.47%), 이언주(12.44%), 한준호(10.62%), 강선우(6.65%), 민형배(6.51%) 후보가 뒤를 이었다. 공약에서 차별화가 없으므로 어떤 기준과 근거로 각각의 득표율이 나왔는지 알 수 없고, 현재로선 후보 개개인의 ‘인기투표’로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이 인기투표는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인간의 도덕성마저 덮어버렸다. 1위를 차지한 정봉주 후보는 지난 4월 총선에서 ‘DMZ 목발 경품’ 발언 등 이재명 전 대표조차 구제할 수 없는 막말 논란으로 인해 공천이 취소됐었다. 2위의 김병주 후보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도 넘은 언행으로 22대 국회 첫 대정부 질문을 무산시키며 국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했다. 당시 김 후보가 본회의를 본인의 최고위원 유세장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는데 당원들에게는 먹혔나 보다.

최고위원 선거를 둘러싼 온갖 ‘설’들은 인기투표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일례로 친명(친이재명)계 한 초선 의원은 최하위권에 머문 한준호·강선우 후보와 관련해 “선거 막판에 확 치고 올라가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며 대역전극을 예고했다. 당 안팎에선 두 후보가 이 전 대표 내지 개딸(이 전 대표 강성 지지층)의 ‘픽’이라며 최종 5인에 들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나온다. 이들은 지난 10일 이 전 대표 출마선언식에서 이 전 대표 옆으로 도열한 ‘인증샷’도 남겼다.

한 최고위원 출마자는 “이번에 선출되는 최고위원들은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게 된다”며 “‘이재명 지키기’도 해야 하지만 이제는 수권정당으로서 민주당을 믿을 만한 정당으로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건 이 출마자도 일단 당선이 급하다 보니 수권정당으로 나아갈 공약을 내세우기보다 ‘이재명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치러지고 있는 민주당 전대의 최대 가치는 ‘민주당의 운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운명’이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최고위원회는 당무 집행에 관한 최고 책임기관으로서 당 주요 정책과 당무에 관한 심의·의결, 당무 전반에 관한 조정·감독, 당 예산과 결산 심의 등 당이 나아갈 전체적인 방향을 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그만큼 유능하고 실력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주장을 갖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외연을 확장하고 차기를 도모해야 하는 자리다. 그것이 수권정당으로서 민주당이 추구해야 할 길이고 향후 대권을 노리는 이 전 대표에게도 이로운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일개 학생들조차 하지 않는 “○○○을 반장으로 만들겠다”는 수준의 공약을 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왜 국회의원이 됐는지, 왜 최고위원에 출마했는지 본인만의 비전을 뒤늦게라도 보여줬으면 한다. 아무리 윤석열 정권이 싫어도, 아무리 국민들에게 탄핵을 호소해도 당을 어떻게 이끌겠다는 고민도 없이 그저 ‘이재명 코드 맞추기’에만 급급한 지도부에 나라를 맡길 순 없을 것 같다. 이번 전대가 반장선거만도 못한 수준 낮은 전대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영선 정치부 차장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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