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행위를 분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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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게 반복되는 일에 집중하기를 무척 어려워하는 편인데 살다보면 그런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이를테면 빨래한 수건을 갤 때 수건을 개는 일을 머릿속에서 하나의 행위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수건의 촉감을 느끼기, 세제의 냄새를 맡기, 수건을 모양대로 접기, 수건에서 튀어나온 실밥 찾기 등 인식 속에서 하나의 행위였던 것을 다시 여러 개로 분절하여 감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여러 일을 동시에 수행할 때처럼 집중력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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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게 반복되는 일에 집중하기를 무척 어려워하는 편인데 살다보면 그런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지루한 일을 수행하기 위해 내가 체득한 방법은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집안일을 하면서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한다거나 공과금을 보내면서 유튜브 영상을 본다거나 하는 식이다. 하나의 행위에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는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여러 행위를 동시에 진행하는 동안 한 가지 행위의 무게감이 줄어들 때 비로소 해낼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겉으로는 산만해보일지 모르겠으나 이것이 스스로의 어려움을 극복해온 나의 방식이다.
최근에는 한 가지 일을 하면서 여러 개의 일을 하는 것처럼 몰두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 바로 하나의 행위를 여러 개로 분절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빨래한 수건을 갤 때 수건을 개는 일을 머릿속에서 하나의 행위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수건의 촉감을 느끼기, 세제의 냄새를 맡기, 수건을 모양대로 접기, 수건에서 튀어나온 실밥 찾기 등 인식 속에서 하나의 행위였던 것을 다시 여러 개로 분절하여 감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여러 일을 동시에 수행할 때처럼 집중력이 상승했다. 행위 자체를 풍성하게 감각할 수 있기에 지루하다고 생각할 틈이 없었던 것이다.
행위를 분절하는 것은 세계를 미분화해 감각하는 일과 유사하다. 우리는 선형적으로 흐르는 시간 안에 갇혀 있고 시간의 흐름에 별 수 없이 끌려가는 중이라 여겨지지만 사실 인간에게 시간이란 감각되는 것이다. 어느 때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어느 때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시간이 감각이라면 우리는 감각의 방식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실마리는 세계의 모든 것을 다층적으로 이해하고 인식하는 것이다. 모든 단순함 속에는 다채로운 복잡함이 있다. 그러한 복잡함을 느끼고 인식할 때 시간은 팽창되고 그 안에 더욱 오래 머물 수 있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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