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장 패싱’ 논란 김 여사 조사…한 점 의혹 남기지 않아야
김 여사, 검찰청사 밖에서 11시간 50분 조사받아
총장에게는 사후 보고…결국 ‘명쾌한 소명’이 관건
그제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11시간50분간 조사했다. 김 여사는 서울중앙지검 관내에 있는 ‘정부 보안청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품백 수수 관련 의혹에 대해 차례로 조사받았다고 한다. 현직 대통령 부인이 검찰 대면조사를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 심경은 착잡하기만 하다.
김 여사 조사는 명품백 수수 고발이 있은 지 7개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가 시작된 지 4년 만에 이뤄졌다. 그동안 사건 실체에 대한 의혹과 함께 당사자 김 여사에 대한 조사 여부를 놓고 수많은 논란과 갈등이 벌어졌다. 이는 대통령 지지율 급락의 원인이 됐고,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는 도화선이 됐다. 이 문제를 둘러싼 대통령과 여당 비대위원장 간 갈등이 폭발해 외부로 노출됐고, 차기 여당 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자해성 폭로의 소재가 됐다.
이렇게 커져 버린 의혹을 해소하려면 김 여사가 공개적으로 출두해 충분히 조사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법 앞에 예외도, 성역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사는 끝내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이뤄졌다. 검찰로서는 사상 처음 현직 대통령 부인을 조사하는 만큼 경호 문제를 비롯해 여러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소환 방식보다는 충분한 조사가 이뤄졌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약속 대련’ ‘황제 조사’라는 비난의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면 좀 더 당당한 조사 방식이 아쉬웠다.
조사 방식 외에도 심각한 의문점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검찰총장 보고 없이 김 여사를 외부에서 조사하고, 이 총장에게는 조사가 끝나갈 무렵에야 보고했다. 지난 정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지휘권을 박탈한 이후 아직 복원이 안 된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한다. 하지만 헌정 사상 첫 대통령 부인 조사를 총장 보고도 없이 진행한 것을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박성제 법무부 장관은 이 총장의 거듭된 요청에도 지휘권 회복을 미뤘다. 대신 지난 검찰 인사에서 기존 수사라인을 모두 교체했다. 당시 김 여사를 조사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이 총장을 윤 대통령이 불편해했다는 말이 많았다. 그래서 친윤 검사들을 앞세워 이 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조사를 놓고 ‘총장 패싱’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결국 이번 조사에서 그동안 의혹에 대한 명쾌한 소명이 얼마나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검찰은 법리와 원칙에 입각한 엄정한 조사와 함께 그 결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밝혀야 ‘면피성 조사’라는 비판을 잠재울 수 있다. 대통령실과 검찰은 대통령 부인 조사라는 묵은 과제를 털어냈지만 새로운 숙제를 스스로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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