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낯 뜨거운 ‘명비어천가’ 쏟아지는 민주당 전당대회

2024. 7. 22.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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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지역순회 경선 둘째 날인 21일 강원 홍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3명의 당 대표 후보와 8명의 최고위원 후보가 손을 들어 올리며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주·강선우·정봉주·민형배 최고위원 후보, 김지수·김두관·이재명 당 대표 후보, 김민석·이언주·한준호·전현희 최고위원 후보, [연합뉴스]


개딸 비중 커져…최고위원 후보들 ‘명심 경쟁’ 올인


막말로 공천 탈락했던 인물이 최고위원 선두 부각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당초 예상대로 철저히 ‘명비어천가’ 전대로 흘러가고 있다. 20일 제주와 인천, 21일 강원과 대구·경북 등 네 번의 지역 순회경선(권리당원 투표)을 치렀는데, 이재명 전 대표가 90%가 넘는 누적 득표율로 압도적 독주를 기록했다. 김두관 후보가 “제왕적 당 대표”를 거론하며 이 전 대표와 각을 세워 보려 했지만 존재감이 미미하다. 벌써 남은 대표 경선은 사실상 요식행위란 말이 나온다.

이런 마당에 최고위원 경선까지 이 전 대표에 대한 충성 레이스로 변질했다. 최고위원 후보들이 죄다 강성 친명계로 채워질 때부터 예견됐던 그대로다. 후보들은 당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이 전 대표와 얼마나 가까운지를 과시하는 데 전력하는 모습이다.

주말 경선에서 최고위원 후보들은 죄다 “이재명의 입을 지도부에 보내달라”(강선우), “이재명 대표와 함께 민주당 동진정책의 상징이 되겠다”(이언주), “대표는 기호 3번 이재명, 최고위원은 기호 3번 정봉주”(정봉주),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최고위원을 맡겨달라”(김민석)는 등 ‘명심팔이’에 여념이 없었다. 이럴 거면 굳이 많은 돈을 써가며 전당대회를 열 게 아니라 그냥 이 전 대표를 대표로 추대하고 최고위원도 대표 지명에 맡기는 게 낫겠단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번 전대부터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중을 종전 40%에서 56%로 올렸다(대의원은 14%, 일반여론조사는 30%).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강성 권리당원들의 영향력이 더 커지도록 판을 깔았다. 그 결과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심화하고 있다. 주말 경선에서 8명의 최고위원 후보 중 1위를 차지한 정봉주 후보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서울 강북을에 공천을 받았다가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인사다. 2017년 유튜브 방송에서 “발목지뢰 밟은 사람들에게 목발 경품을 주자”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정 후보는 공천을 받은 뒤 해당 발언이 재조명되자 “발언 직후 당사자께 유선상으로 사과드렸다”고 했지만, 이 또한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민주당은 “정 후보가 목함지뢰 피해 용사에 대한 거짓 사과 논란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쳤다”며 공천 취소를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가정폭력 전과(벌금 50만원)도 드러났다. 이런 문제적 인물이 지금 최고위원 경선 1위를 달리고 있다. 도덕성 시비로 지역구 공천이 취소된 인사가 몇 달 뒤 최고위원으로 당 지도부에 진입하는 걸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최고위원이 되면 망언은 면죄부를 받는 것인가. 아니면 이제 선거 끝났으니 더는 유권자 눈치는 안 보겠다는 것일까. 국민의힘의 ‘자폭 전대’에 가려서 그렇지, 민주당 전대도 자세히 뜯어보면 요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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