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의 이코노믹스] “원화가치 하락 끝자락…장기 평균 향해 상승할 듯”
환율 결정 요인으로 살펴본 원화가치 방향은
환율은 다양한 경제 요인을 반영하면서 변동한다. 원·달러 환율에는 미국 달러가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일본의 엔화나 중국의 위안화 환율도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주는 경제 변수다. 이 외에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나 국제수지도 환율 변동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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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GDP 미국 비중 줄어들고
정부 부채 증가로 약달러 예상
미 성장률 둔화, 실업률 상승에
시장 금리·달러가치 하락 전망
경상수지 흑자 늘고 주가 상승
원화가치 점진적으로 오를 듯
」
달러 가치, 원화값 주요 결정 변수
이들 변수가 실제로 원·달러 환율 변동을 얼마나 설명하는지를 보기 위해 통계 모형(벡터자기회귀 모형)을 사용해 분석해봤다. 모형에 사용한 변수는 달러 인덱스와 엔·달러, 위안·달러 환율, 한국과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 차이, 경상수지다. 분석 기간은 2009년 1월에서 2024년 6월이다. 이에 따르면 3개월의 시차를 두고 원·달러 환율 변동의 52.9%를 달러 인덱스가 설명해줬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원화로 표시되는 만큼 달러 가치가 상승(하락)하면 원화 가치는 하락(상승)한다. 원·달러 환율 그 자체가 다음으로 설명력(37.6%)이 높았다. 이번 달에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다음 달에도 오를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이 외에 엔·달러 환율이 0.9%, 위안·달러 환율이 2.6%, 한·미 10년 국채수익률 차이가 3.1%, 경상수지가 2.8%를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 변수가 주요 선진국 6개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1973년=100)다. 1980년 이후로 달러 인덱스는 두 번에 걸쳐 크게 하락한 적이 있었다. 첫 번째 하락기는 1985년 2월에서 1992년 8월이다. 이 기간에 달러 인덱스(월말 기준)는 160.41에서 78.88로 50.8% 떨어졌다. 특히 달러 강세를 완화하고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달러 가치 하락을 유도한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 이후 달러 인덱스는 급락했다.
달러 인덱스의 2차 하락은 2002년 2월에서 2008년 3월에 있었다. 이 기간에 달러 인덱스는 120.21에서 71.80으로 40.3% 떨어졌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발생했던 정보통신(IT)혁명 거품이 2000년대 들어 붕괴하면서 달러 인덱스 하락과 함께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미국 비중이 2001년 31.3%에서 2008년 23.0%로 급락했다.
2011년 이후 달러 인덱스는 상승했다. 2011년 4월 72.93이었던 달러 인덱스가 2022년 10월에는 111.53까지 52.9%나 상승했다. 이 기간에 주요국 중앙은행 중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가장 많이 인상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들어 달러 인덱스는 101~106 사이에서 움직이면서 이전 고점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달러 인덱스가 2022년 10월을 고점으로 하락 추세에 접어들고 있는데, 그 이유는 세 가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세계경제전망에서 미국의 세계 GDP 비중이 2024년 26.3%에서 2029년에는 25.1%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에 미국의 GDP 비중과 달러 인덱스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4년간 달러 인덱스가 하락한다는 의미이다. 다음으로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 확대도 달러 인덱스 하락 요인이다. 올해 1분기 미국의 대외순부채는 21조2818억 달러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직접 투자와 증권 투자가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달러 인덱스는 하락할 수 있다. 1분기 연방정부 부채도 GDP 대비 122.3%로 매우 높다. 마지막으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달러 보유 비중 축소다. 2000년 71.1%에서 2023년에는 58.4%로 줄었다. 특히 중국이 미 국채를 팔고 금을 사고 있다. 2013년 말 1조2700억 달러였던 중국의 미 국채보유액은 2024년 4월 말에는 7707억 달러로 줄었다.
미국, 소비와 기업 심리 둔화 양상
지난 2년 동안 ‘세계 경제에서 미국 경제만 좋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 경제는 호황을 누렸다. 미국 GDP의 69%를 차지하는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4%에 그쳤는데, 그 중심에 소비 둔화가 있다. 이유는 낮은 가계 저축률과 중간가구의 실질소득 감소,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다. 코로나19 이전(2000~19년)에 저축률은 평균 5.2%였으나 올해 1~5월에는 3.8%로 낮아졌다. 소득 차별화로 중간가구의 실질소득은 2019년을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이자 비중이 2021년 3월 1.2%에서 올해 5월에는 2.5%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소비 심리가 먼저 위축되고 기업 심리도 뒤따라 둔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가고 있는데도 콘퍼런스 보드나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하고 있다.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서비스업 경기도 위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기업심리지수는 공급자관리협회(ISM)의 구매자관리지수(PMI)로, 제조업 PMI는 2022년 11월부터 기준선으로 여겨지는 50 이하를 밑돌고 있다. 비제조업 PMI는 계속 50 이상이었으나 지난 4월과 6월에는 50 이하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고용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으며, 실업률은 지난해 4월 3.4%에서 올해 5월에는 4.1%로 올라왔다. 실업률이 오를 때 시장금리와 달러 인덱스는 하락했다. 특히 2000년 이후 실업률과 달러 인덱스의 상관계수가 마이너스(-) 0.53이었다. 이런 경제 상황을 반영해 Fed가 오는 9월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위안화 절하 가능성, 원화값 하락 요인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달러 인덱스는 4.5% 상승했는데 원화 가치 하락률은 6.9%였다. 같은 기간 엔화 가치가 14.1% 하락하면서 원화 가치 하락에 일부 기여했다. 엔·달러 환율 변동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미국과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 차다. 2010년 1월에서 2024년 6월 통계로 분석해보면 엔·달러 환율과 미·일 국채수익률 차이의 상관계수는 0.62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앞으로 미·일 금리 차는 점차 축소될 전망이다. Fed가 금리를 인하하는 반면 일본은행(BOJ)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해 최근 미국의 10년 국채수익률은 하락하고 일본 국채수익률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1%를 넘어섰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 2.4% 하락하는 데 그쳐 엔화나 원화보다 하락률이 낮았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에 대한 대응책으로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어느 정도 절하할 가능성이 있다. 엔화보다는 위안화가 원화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위안화 가치가 절하될 경우 원화 가치도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원화가치, 연말 달러당 1345원 전망
원·달러 환율 결정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경제 변수는 한·미 금리 차와 경상수지다. 지난 6월 한국과 미국의 10년 국채수익률 차이는 마이너스(-) 0.97%(월평균)로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7월 들어서도 금리 차가 마이너스 1% 이상으로 더 확대되면서 원화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금리 차로 인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고 있지는 않다. 올해 상반기에 외국인은 국내 상장 주식을 22조 8820억원 순매수했다. 상반기 외국인의 상장채권 순매수 규모는 1조423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3조3290억원)보다 대폭 줄었다. 지난 6월 말 외국인 채권 보유 규모를 보면 아시아(120조4000억원·47.9%)와 유럽(72조8000억원·28.9%) 두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지역보다 한국의 금리가 높기에 채권 시장에서 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될 가능성은 작다.
여기다가 경상수지 흑자도 확대되고 있다. 올해 1~5월 경상수지 흑자는 25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0억 달러 적자)보다 대폭 개선됐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700억 달러를 다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경상수지 흑자가 직접투자나 증권투자 등 금융계정을 통해 해외로 유출되고 있기에 경상수지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줄고 있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외국인 주식 투자 자금이 유입될 때 코스피와 원화 가치는 동시에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코스피는 상승하고 있지만 원화 가치는 하락했다. 과거 데이터로 인과관계를 분석해보면 코스피의 원·달러 환율 설명력이 더 높았다. 코스피가 상승한 만큼 원화 가치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북한 리스크 등 경제 외적 요인을 제외하면 원화 가치는 점진적으로 오를 확률이 높다. 문제는 얼마나 오르느냐다. 지난 1일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전망치(연말 기준)는 2024년 1345원, 2025년 1265원, 2026년 1248원이다. 필자는 3년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장기(2000년 1월~2024년 6월) 평균인 1148원에 접근해갈 것으로 전망한다. 원화 가치 상승에 대비해 수출 기업의 품질 경쟁력 제고가 더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미국 주식을 많이 사는 개인 투자자도 환율 변화를 고려하면서 투자 비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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