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그들의 전쟁 준비
예상대로였다. 공보 형식으로 공개된 회의 결과는 기존 ‘중국식 현대화’ 방안을 종합적으로 정리했을 뿐이다. 지난주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기 3중전회 얘기다. ‘별것 없네~’라는 반응이 나올 법하다.
원래 그렇다. 3중전회는 구체적인 정책보다는 경제 개혁의 큰 방향을 제시하는 회의다. 공보에 숨긴 그들의 ‘미래 셈법’을 읽어내는 건 우리의 몫이다. 2가지 사안을 주목하게 된다. 첫째 ‘고품질발전(高質量發展)과 국가 안보(안전)의 상호 연동’이다. ‘고품질발전’은 시진핑 주석이 주창하는 ‘중국식 현대화’ 달성의 핵심이다. 디지털화, 스마트화 등을 통해 산업 체질을 첨단 고부가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그걸 국가 안보와 결부시켰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산업 전략을 짜고,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으로 경제 안보를 지키겠다는 의미다. 미국과의 경제 전쟁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
둘째 ‘인재강국(人才强國)’ 전략이다. 공보는 ‘교육, 과학기술, 인재야말로 중국식 현대화의 기초이자 버팀목’이라고 했다.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적인 인재 양성 시스템 구축을 위해 교육 개혁에 나서겠단다.
둘을 종합하면 이렇다. ‘미국 경제 압박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산업을 고도화하고, 이를 위해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들에겐 인재 양성이 곧 미국과의 경제 전쟁에 대비하는 길이다. 3중전회가 끝나기 무섭게 중국 관영 매체는 과학기술 분야 교육 개혁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의 과학기술 연구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학계 권위를 인정받는 ‘네이처 인덱스’는 중국이 올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과학 연구 분야 1위에 올랐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 최상위 연구기관(대학 포함) 10곳 중에서 7곳을 중국이 차지했다. 그런 중국이 아직도 부족하다며 ‘인재 강국’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공보는 모든 개혁을 2029년까지 완성할 것이라고 못 박고 있다. 향후 5년 그들은 전쟁하듯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매진할 태세다.
우리 상황을 돌아보게 한다. 고등학교 인재는 의대로 몰리고, 대학은 학과 이기주의에 막혀 필요 산업 인력을 충분히 배출하지 못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분야는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MBC를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과학기술 관련 법안 심사는 뒷전으로 밀리는 게 우리 정치 수준이다.
‘2029년 한국과 중국의 기술 수준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3중전회 공보를 읽으며 드는 걱정이다.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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