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三年學 不至於穀 不易得也(삼년학 부지어곡 불이득야)
2024. 7. 22. 00:15
『천자문』에 ‘학우등사(學優登仕)’라는 구절이 있다. ‘배움이 넉넉해지면 벼슬길에 오른다’는 뜻이다. 한자문화권에서는 배움의 목적을 벼슬에 두는 경우가 많았다. 부귀영화를 탐해서가 아니라, 관직을 맡아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세상을 잘 다스림으로써 ‘나라를 평화롭게 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安社稷 濟蒼生)’을 지식인의 책임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선비는 배움이 부족한 상태로 관직에 나아가는 것을 무척 경계했다. 설익은 식견으로 국정을 그르치거나 백성을 오도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서둘러 벼슬을 하려는 사람은 많아도 차분히 더 높은 공부를 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공자도 “3년을 공부하고서도 녹봉에 뜻을 두지 않는 사람을 얻기란 쉽지 않다”라고 한 것이다.
요즘 대학교육은 아예 ‘진지한 학문’보다는 ‘발 빠른 취업’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기초학문은 홀시하고 취업에 유리한 응용학문만 지원하는 추세다. “3년을 공부하고서도 녹봉에 뜻을 두지 않고” 진지하게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취급을 받는다. 취업도 필요하지만, 국가경쟁력의 원천인 순수학문에 힘써야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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