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사막에서 르네상스를, 레기스탄 광장
몽골제국이 몰락한 중앙아시아에 티무르가 등장해 티무르제국을 세웠다. ‘몽골제국의 재건자’를 자처했으나 정치적 정복뿐 아니라 학문과 예술 후원에 진심이어서 ‘이상적인 페르시아-이슬람 통치자’라는 호칭을 얻었다. 4대 황제인 울루그베그(재위 1447~1449)는 수도 사마르칸트를 학술과 문화의 세계적 중심지로 발전시켜 ‘티무르 르네상스’를 열었다.
이 고도의 중심지 레기스탄 광장은 ‘모래밭’이라는 뜻으로 원래 황무지였던 곳이다. 특이하게도 3개의 마드라사(이슬람 대학)가 에워싼 곳으로 대학가 광장인 셈이다. 이곳에서 황제의 포고령을 발표하고, 시장을 열었고, 때로 공개 처형도 집행했다. 1447년 울루그베그 마드라사를 세우고, 순례자 숙소인 ‘하나카’와 대상들의 숙소인 ‘카라반사라이’를 건설해 초기의 광장을 조성했다. 제국이 멸망한 뒤 1636년에 마드라사 맞은편, 하나카가 있던 곳에 제2의 셰르도르 마드라사를 세웠다. 이 건물은 울루그베그를 거울에 반사하듯 쌍둥이 모습이다. 1660년 카라반사라이를 허물고 제3의 틸리아코리 마드라사를 건설해 지금의 모습을 이루었다.
마드라사는 이슬람 신학을 비롯해 수학·천문학·지리학·연금술 등 ‘합리적인 과학’을 교육하는 기숙학교다. 캠퍼스의 아래층은 강의실, 위층은 개별 기숙사가 내부 중정을 에워싸는 형식의 건물이다. 외부 정면은 이완(iwan)이라는 큰 아치가 뚫린 거대한 벽이 중심이다. 건물들은 청색과 황색 타일의 기하학적 문양으로 감싸고, 광장의 바닥도 온통 모자이크 장식이다. 아름답고 거대한 3개의 이완이 에워싼 광장의 풍경은 매우 환상적이며 페르시아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130여 년의 단명한 티무르제국을 멸망시킨 우즈베키스탄의 후계자들도 학술과 예술 숭상의 전통을 존중했고 레기스탄 광장을 더욱 발전시켰다. 틸리아코리 옆에는 후대 샤이바니 왕조의 영묘가 조성되어 우즈베크 민족의 성지가 되었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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