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경의 마켓 나우] 싱가포르는 경제도 중국 부호도 잘 다룬다
중국 관광객들은 여전히 많지만, 중국 부호들의 대규모 소비는 줄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센토사 지역 고급 주택 가격이 40% 이상 할인됐고, 벤틀리·페라리 등 고급 신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했다.
중국 부호들의 싱가포르 유입은 팬데믹 이후 중국의 리오프닝과 맞물렸다.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를 피해 자산을 이전하려는 이들에게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비슷한 싱가포르는 매력적인 피난처였다. 이들이 몰려오면서 부동산 가격이 30% 이상 상승하고, 런던·뉴욕보다 임대료가 더 올랐으며, 고가의 사치품 판매도 급증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중산층·저소득층·외국인의 생활을 압박하고 경제 활력을 저해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정부는 외국인 주택 구매 시 추가 인지세(ABSD)를 30%에서 60%로 인상하고,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의 추가 주택 구매에 대한 ABSD도 높였다. 반면, 무주택자의 첫 주택 구매에 대한 ABSD는 시민권자 0%, 영주권자 5%로 유지했다.
또한 정부는 자금세탁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강화했다. 중국 출신 10명이 3조원 규모의 불법 도박 수익 세탁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중개인과 금융기관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고급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샵하우스(1층은 상업공간, 2·3층은 주거공간인 동남아식 건물) 거래량이 급감했으며, 금융기관들은 고액을 예치하는 부유한 고객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강경 대응에도 싱가포르 경제는 2024년 상반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1분기 3%, 2분기 2.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소득수준은 계속 아시아 1위다. 2023년 기준 1인당 GDP는 8만4734 달러(구매력 기준 14만1500 달러)로 한국의 2.5배 이상이다.
한국에서는 종종 싱가포르의 개방된 시장과 낮은 규제, 낮은 세율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보고 본받자는 의견이 제시된다. 그러나 실상은 좀 다르다. 싱가포르 정부는 필요할 때 세율을 올리는 등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통해 시장 과열을 조정한다. 단순히 낮은 법인세율, 동일 최저임금제도의 부재 등 특정 부문만을 강조해서는 싱가포르 정책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갖기 쉽다.
핵심은 오늘의 경제 안정과 내일의 성장이다. 개방성을 유지하면서도 외국인 투자 유치와 자국민 보호 사이에 균형을 잡고, 단기적 경제 성장과 장기적 사회 안정 사이의 조화를 꾀하는 싱가포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정책을 조정하는 싱가포르의 스마트한 유연성이 아닐까.
고영경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디지털통상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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