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트럼프 피습과 음모론
도널드 트럼프 저격 미수 사건으로 인해 대중미디어 및 온갖 소셜미디어가 요란하다. 미국에서 대통령이나 대선 후보가 암살 시도로 부상한 일은 레이건 이후 40여 년 만에 처음이다. 범인은 전과가 없고 고교생 때 장학금을 받았던, 평범한 20세 청년이었다. 단독 범행 여부나 동기 등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 이 충격적인 사건을 둘러싸고 가지각색의 근거 없는 추측들이 떠돌고 있다.
사건 이후 소셜미디어에 다양한 음모론이 판을 치고 있다는 사실이 특히 흥미롭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경호 실패의 경우도 드물고, 범행 동기 규명이 안 되고 있어 논란은 예상된다. 하지만 트럼프가 정치적 이득을 위해 벌인 자작극이라든지, 바이든 정부 혹은 정부 내 비밀 조직 ‘딥 스테이트’가 관여된 암살 시도라든지 하는 음모론이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횡행하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다. 이를 두고 언론 윤리나 소셜미디어의 문제점만 탓할 것은 아니다. 미국이 정치적 혼란과 민심 불안이 그만큼 심해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트럼프 암살미수 사건 후 바이든에 대한 사퇴여론의 압력은 커지겠지만, 또 압력 자체가 생기를 상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대부분의 음모론은 사회의 위기 상황이나 혼란, 그리고 권위에 대한 불신이 많을 때 유포된다. 또한 음모론의 특징 중 하나는 위기 상황에 부닥쳤을 때 그동안 잠재해왔던 타자에 대한 집단적인 불안감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것이다. 음모론의 개념은 중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더 나아가 기원전 331년 로마공화국에서 전염병이 돌아 수많은 귀족이 죽어가고 있을 때 상층 여인들이 비밀리에 독약을 퍼뜨리고 있다는 설이 돌아 약 170명의 여성을 체포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이는 그 시대 여성들에 대한 부당한 편견을 보여주는 것이다. 트럼프 암살 시도 관련 음모론은 극도로 분열된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정치적인 시련의 한 측면일 것이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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