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인텔 추격에…한발 더 뛰겠다는 TSMC
반도체 삼국지 2라운드
반도체 산업이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설계·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후공정으로 명확히 구분됐던 기존의 산업질서가 무너지면서 대만 TSMC·미국 인텔 등 초대형 반도체 기업들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인텔·TSMC의 ‘반도체 삼국지’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세계 파운드리 1위 TSMC는 지난 18일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6735억 대만달러(약 28조5000억원)·순이익 2478억 대만달러(약 10조5000억원).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40%, 순이익은 36% 치솟았다.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애플·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들이 TSMC에 칩 주문량을 크게 늘리면서 사실상 독주 중이지만 ‘트럼프 리스크’ 등이 겹치며 실적발표 내내 TSMC 안팎에서는 오히려 위기감이 엿보였다.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운 날 웨이저자 TSMC 회장은 ‘파운드리 2.0’이라는 전략을 꺼내들며 신(新)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파운드리 2.0에 대해 TSMC는 기존 파운드리 개념에 패키징·테스트 등 새로운 후(後)공정 분야를 추가로 포함한다는 뜻이라 설명했다. 통상 파운드리는 고객사를 대신해 웨이퍼(반도체 원판)에 미세한 회로를 새겨 칩을 만드는 전(前)공정을 수행하는 산업을 일컫는 말이었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여러 가지 종류의 칩을 한 몸처럼 구동시켜야 하게 되면서 칩을 붙이는 패키징 기술의 위상도 달라지게 됐다.
TSMC는 이미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칩 역시 TSMC의 첨단 패키징 기술을 응용해 만든다.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파운드리 2.0 선언에 대해 “종합반도체기업(IDM)이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존 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졌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는 IDM(종합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와 인텔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1·2위를 다투고 있다. CPU(중앙처리장치)의 인텔, 메모리의 삼성이 먼저 TSMC의 ‘안방’인 파운드리로 넘어왔기 때문에 이에 맞서 자신들도 사업영역을 넓히겠다는 뜻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삼성전자와 인텔을 겨냥한 선언”이라 말했다.
인텔 역시 2021년 ‘IDM 2.0’이라는 새 전략을 내세우며 파운드리 시장에 다시 진출했다. 설계·파운드리·패키징·테스트까지 고객사가 선택해 서비스를 사용 가능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올 하반기 출시될 자사 신형 CPU 생산을 경쟁사인 TSMC에 맡기면서도, 자체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해 2030년까지 삼성을 꺾고 파운드리 2위 자리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쟁사들의 이 같은 ‘전술 변화’에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를 함께 손에 쥐고 있는 유일한 회사인 삼성전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삼성은 오는 2030년까지 설계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등을 달성하겠다는 ‘시스템 반도체 비전’을 3사 중 가장 먼저 발표했지만 보다 정교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삼성전자는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연계하기 시작했다. TSMC·인텔이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최근 삼성 파운드리가 첫 2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 고객사로 확보한 일본 AI 반도체 스타트업 PFN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삼성은 PFN에 칩 제조 뿐만 아니라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인 HBM3E·첨단 패키징 서비스까지 한꺼번에 제공한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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