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예멘의 후티 근거지 폭격…F-35 2000㎞ 날아갔다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예멘을 직접 타격했다. 이에 예멘 후티 반군이 재보복에 나서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북부에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후티 반군과의 갈등도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역내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후 후티 반군의 근거지인 예멘 북부 항구도시 호데이다의 정유 시설 등을 폭격했다. 후티 반군 측은 최소 3명이 사망하고 87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고 “최근 수개월 간 후티 반군이 수백 차례 이스라엘을 공격한 데 대한 대응”이라며 “호데이다 항구의 군사 목표물을 전투기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공습에는 F-15·F-35 전투기와 정찰기, 공중 급유기 등이 동원됐는데, 목표지점이 이륙지점에서 약 2000㎞ 떨어져 있어 작전명도 ‘롱 암(long arm)’이었다. 이스라엘은 미국 등 동맹국에 작전 계획을 미리 공유했다고 한다.
이날 폭격은 19일 후티 측이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이란제 무인기(드론)로 공격해 1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다친 데 대한 보복이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부터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 등을 공격해왔지만, 그간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적은 없었다.
이스라엘군이 호데이다 항구를 목표로 삼은 것은 이곳이 후티가 이란에서 무기를 들여오는 주요 통로라서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곳”이라며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임을 강조했다. 또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어디에든 닿을 수 있다는 점을 적들에게 상기시켰다”며 “중동 안정을 위해 하마스와 헤즈볼라, 후티와 같은 이란의 ‘악의 축’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후티 반군은 즉시 재보복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21일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의 최남단 항구도시 에일라트를 향해 발사한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애로3 방공망으로 요격했다고 밝혔다. 앞서 후티 측은 “이스라엘 핵심 표적 공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나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 외무부도 21일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을 강하게 규탄했다. 외무부는 “예멘 국민은 무고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을 도왔다는 이유로 여성과 아이들까지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이번 공격은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호전적 본성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온주의 정권이 팔레스타인을 침범하는 행태를 멈추지 않는 한 역내 평화는 재건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의 친이란 세력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여 더 광범위한 전쟁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가 후티에 첨단 지대함 미사일 등을 공급할 수 있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경고마저 나왔다”고 전했다.
한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19일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지역 합병, 정착촌 건설 정책 등에 대해 점령국의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점령 지역 주둔을 가급적 빨리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적 의견’을 발표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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