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번주 유세 복귀한다지만…민주당은 ‘해리스 카드’ 본격 저울질
민주당 전당대회를 한 달여 앞둔 20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요양 중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거듭 완주 의지를 밝혔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속속 흘러나오고 있다.
바이든은 19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투표소에서 트럼프를 이길 수 있고 이길 것”이라며 “내주 선거운동에 복귀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민주당 의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마크 타카노 하원의원은 20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성화를 넘겨야 한다”며 후보 교체론을 주장했다. 19일엔 상원의원 2명과 하원의원 10명이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는 대열에 가세했다. 이로써 공개적으로 후보직 사퇴를 주장한 민주당 상·하원 의원은 모두 37명으로 늘어났으며, 전체 의원 263명(상원 50명, 하원 213명) 중 14%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특히 세스 몰턴 하원의원은 보스턴 글로브 기고를 통해 “최근 바이든을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행사에서 만났는데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이 누가 11월 대선에서 이길 최선의 후보인지 숙고하는 중”(크리스 쿤스 공동선대위원장)이라는 전언이 나오고, 그의 가족과 핵심 참모가 후보 사퇴의 시기와 방법 등 출구전략 논의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또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참모들은 그의 결단에 대비해 세부 사항 준비에 들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후보 하차 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새로운 대선후보로 지명하는 쪽으로 빠르게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CNN 보도도 이날 나왔다.
문제는 민주당 안팎에서 해리스가 필승 카드인지를 두고 회의론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그의 후보 경쟁력이 바이든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이달 초 NBC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 트럼프 대결은 43% 대 45%였고, 해리스 대 트럼프 대결은 45% 대 47%로 나타났다. 바이든도, 해리스도 똑같이 트럼프에 2%포인트 뒤진다는 얘기다.
부통령 재임 기간에 뚜렷한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폴리티코는 “해리스의 부통령 재임 초반 2년은 직원들의 혼란, 공공연한 실수, 도전적인 정책 포트폴리오에서의 평탄치 못했던 일 처리 등으로 가득 찼다”고 지적했다.
WP 역시 “바이든이 물러날 경우 해리스에게 ‘쉬운 대관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며 민주당 일각에서 대통령 후보를 즉석에서 선출하는 ‘개방형 전당대회’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동료 의원들에게 ‘교체 후보는 승계가 아닌 경선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NYT가 보도했다. 치열한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당 대선 전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해리스 승계론을 펴는 쪽에선 바이든이 모금한 선거자금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과 흑인·여성 유권자 블록의 지지 강화에 유리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일부 여성 기부자 사이에서는 ‘해리스 지지 서약’ 운동이 시작됐다.
공화당은 이미 “쿠데타적 발상”(크리스 라시비타 트럼프 공동선대위원장)이라고 비판하며 ‘바이든·해리스 공동 책임론’을 펴기 시작했다. NYT는 “트럼프 캠프는 바이든이 후보직에서 하차할 경우 해리스를 공격할 준비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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