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리그 간판’ 이승우 전북현대 이적…4년6개월+역대 최고대우
프로축구 K리그 최고스타 이승우(수원FC)가 전북현대 유니폼으로 갈아 입는다. 명가 재건을 꿈꾸는 구단과 전성기를 앞두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남기려는 선수의 의지가 맞물린 결과다.
K리그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1일 “이승우 이적과 관련해 전북이 수원FC 설득에 성공했다. 합의서에 최종 사인하는 과정만 남은 상황”이라면서 “이승우가 전북으로 건너가는 대신 전북이 골키퍼 정민기와 미드필더 강상윤에 현금을 얹어주는 조건이다. 21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 앞서 이승우가 동료 선수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22일 중 이승우가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을 예방해 그간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할 예정이다. 이후 전주로 건너가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이적에 필요한 절차를 마무리한다”고 말했다.
이승우와 전북의 계약 기간은 오는 2028년까지 4년 6개월이다.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운다면 현재 26세인 이승우가 향후 선수 인생의 최전성기를 전북에서 보내는 셈이다. 올 여름 국내·외에서 쏟아져 들어온 각종 이적 제의를 모두 마다하고 녹색 유니폼을 선택한 이승우를 위해 전북은 통 큰 투자를 했다. K리그 관계자는 “전북이 이승우측에 제시한 액수는 지난해 K리그가 공개한 연봉 자료를 기준으로 국내파 및 외국인 선수들까지 통틀어 전체 1위에 해당한다”면서 “경기력과 흥행성 모두 ‘탈 K리그급’으로 평가 받는 이승우를 품기 위해 과감한 베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북이 이승우 영입에 나선 건 올 시즌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급 킬러’ 수혈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새 사령탑 김두현 감독의 리더십이 차츰 선수단 내에 뿌리내리는 상황인 만큼, 주어진 득점 찬스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할 해결사가 더해진다면 예상보다 빨리 일어설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이승우가 득점 뿐만 아니라 볼 키핑과 킬러 패스에도 일가견이 있어 티아고, 에르난데스 등 기존 전북 공격수들과 합을 맞추면 추가적인 시너지도 낼 수 있다.
소속팀 수원FC는 ‘간판스타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과 ‘계약 만료에 앞서 이적료 수입을 챙겨야 한다’는 실리를 놓고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한 셈이 됐다. 이승우는 올 연말로 수원FC와의 3년 계약이 끝난다. 이번 여름은 수원FC가 이승우로 이적료 수입을 챙길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수원FC 관계자는 “이승우가 2년 전 ‘고향 팀에서 원 없이 뛰고 싶다’며 수원FC에 건너올 당시 소속팀 신트트라위던(벨기에)과의 계약을 해지해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한 바 있다”면서 “구단주인 이재준 시장과 최순호 단장, 김은중 감독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선수의 새로운 도전을 허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년 전 수원FC 유니폼을 입은 이승우는 K리그1 무대에서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2022년 14골, 2023년 10골, 2024년 10골)을 기록하며 K리그 최고 공격수로 입지를 굳혔다. 올 시즌에도 21일 수원FC 고별전으로 치른 인천유나이티드전에서 후반 막판 교체 출전해 감각적인 슈팅으로 득점포를 터뜨리며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주목도와 흥행성 또한 리그 최고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K리그 올스타격인 팀K리그 선정 투표에서 최다 득표(4만8086표)의 영예를 누렸다. 특히나 올 시즌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제시 린가드(서울·4만6792표)가 합류했는데도 변함없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이승우를 잡기 위해 K리그 여러 구단이 영입 경쟁에 뛰어들었다. 수도권과 지방, 기업구단과 시·도민구단, K리그1과 2를 가리지 않고 여러 팀이 저마다의 계약 조건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해외에서도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루마니아 등 유럽 클럽과 중동의 복수 구단이 직·간접적으로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
K리그 관계자는 “이승우가 국내·외 여러 팀 중 전북을 선택한 건 이적 협상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영입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라면서 “하위권으로 추락한 올 시즌의 위기를 딛고 다시금 우승 트로피를 놓고 다투는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전북의 비전에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컨디션을 충분히 끌어올린 만큼 해외 무대에서 새출발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승우는 완벽하게 적응을 마친 K리그 무대에서 축구대표팀 복귀의 꿈을 이루는 것에 무게를 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전북 관계자는 “전북은 과거 매 시즌 치열하게 우승에 도전하면서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재성(마인츠), 조규성(미트윌란) 등 팀 내 간판스타가 유럽 무대에 진출할 때 미련 없이 보내주고 응원한 바 있다”면서 “이승우 또한 마찬가지다. 팀에 대한 기여도가 일정 수준 이상에 오를 경우 (해외 진출과 관련해) 괜찮은 제의가 오면 긍정적으로 고려할 예정이다. 같은 내용을 계약서에도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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