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믿었는데…배민에 등 돌리는 사장님 [취재수첩]
“그래도 배민이 낫죠.”
오랜 기간 음식 자영업 시장을 취재하면서 생긴 버릇이 있다. 취재원인 사장님을 만날 때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중 뭐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버릇이다.
승자는 줄곧 ‘배민’이었다. 업력이 오래된 사장님일수록 더 그렇게 답하는 경향이 있다. 배민을 고르는 이유는 비슷하다. ‘매출이 잘 나와서’ ‘배달이 빨라서’는 아니다. 오히려 ‘정이 들어서’ ‘고마워서’ 같은 답변이 나온다. 한참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그래도 점주를 많이 생각하는 기업이다” “그래도 업계 최저 수수료다” “그래도 덕분에 코로나 위기를 넘겼다” 같은 변명을 꼭 대신해주고는 했다.
앞에 ‘그래도’라는 단서가 붙기는 하지만, 배민을 향한 업주 애정은 올해 13년 차를 맞는 배민 역사만큼이나 깊다. 파격적인 배달팁을 앞세운 쿠팡이츠가 ‘라이더’ 마음을 사로잡아 급성장한 플랫폼이라면, 배민은 오랜 기간 ‘점주’ 지지를 등에 업고 지금에 이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배민을 향한 사장님 민심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배민이 업주에게 받는 중개 수수료는 9.8%(부가세 별도)까지 올랐다. 기존 6.8%에서 3%포인트 올리며 쿠팡이츠와 같아졌다. 포장 중개 수수료는 깎았지만 ‘애초에 포장 수수료는 받는 게 맞냐’는 불만이 더 많다. 배민이 자체 배달에 힘을 준 이후 논란이 된 ‘라이더 지연 배차’ 역시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르는 중이다.
경쟁 플랫폼과 비교해 이제 무엇 하나 나은 점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점주를 위하는 것 같지도, 수수료가 저렴하지도 않다. ‘배민 보이콧’ 운동도 확산 중이다. 당장 줄어들 매출보다 더 뼈아픈 건, 배민의 가장 큰 자산이었던 점주들이 등을 돌렸다는 사실이다. “수수료가 인상되면 어쩔 수 없이 음식값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음식값을 올리면 배민이 돈을 더 벌게 된다. 그게 너무 분통이 터진다.” 몇 년 전만 해도 배민 예찬론자였던 한 사장님의 푸념이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8호 (2024.07.10~2024.07.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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