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빨래 끝~ 고객 반할 수밖에 [천억클럽]
빨래 옷감을 맡기면 업체가 수거한 뒤 세탁한다. 이후 다음 날 밤에 세탁을 끝낸 의류를 다시 집에 돌려놓는다. 언뜻 보면 동네 세탁소와 다를 바 없는 모델이다. 세탁소와의 차이라면 하루 만에 빨래를 끝내고 돌려준다는 점뿐이다. 이 단순한 서비스로 1200억원에 가까운 투자를 유치하며 급성장한 스타트업이 있다. 세탁 구독 서비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의식주컴퍼니다.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가 주력
의식주컴퍼니는 조성우 대표가 2019년 창업했다. 조 대표는 과거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를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세탁에 접목, 세탁배송 서비스인 ‘런드리고’를 선보였다.
런드리고의 사업 분야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모바일 세탁, 무인 세탁 그리고 호텔·비즈니스 세탁이다.
모바일 세탁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비대면 세탁 서비스다. 런드리고가 제일 처음 시작한 서비스이자,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핵심 사업이다.
모바일 세탁 사용법은 간단하다. 런드리고 모바일 앱에 가입하면 자체 개발한 스마트 빨래 수거함 ‘런드렛’을 무료로 빌려준다. 사용자는 런드렛을 집 안에서 빨래통으로 사용하다, 세탁물을 맡길 때는 저녁 10시 전까지 문 앞에 내놓기만 하면 된다. 시간에 맞춰 기사가 찾아와, 런드렛을 가져간다. 수거한 빨랫감은 런드리고의 스마트팩토리(세탁공장)에서 세탁 후 건조 처리한다. 이후 다시 런드렛에 담는다. 다음 날 12시 전까지 집 앞에 가져다놓는다.
사업 성장세는 가파르다. 서비스를 시작한 2019년 이후 매년 70% 이상 주문량이 증가했다. 누적 세탁량 2000만건을 기록했다. 2023년 런드리고 이용자 수는 72만가구로 2021년 대비 195% 증가했다. 하루 평균 이용 가구는 5000가구에 달한다.
사업장 규모도 급격히 커졌다. 처음 시작할 때는 서울 강서구 스마트팩토리 하나로 시작했다. 이후 경기 군포시에 세계 최대 규모 세탁공장인 메가스마트팩토리를 완공, 세탁 물량을 대폭 늘렸다. 현재 군포 공장은 하루 최대 4만벌, 5000가구의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 런드리고는 2024년까지 군포 팩토리의 하루 세탁 물량을 10만벌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외에 서울 성동구, 부산 등 총 4개의 스마트팩토리가 운영 중이다.
런드리24와 런드리고 호텔·비즈니스는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2022년부터 뛰어든 신사업이다. 런드리24는 코인빨래방과 세탁소(드라이클리닝, 수선 서비스)가 결합한 무인 세탁소다. 현재 전국에 15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런드리고 호텔·비즈니스는 아워홈의 호텔 세탁 사업을 양수받아 시작했다. 현재 국내 주요 4·5성급 호텔 8000여개 숙박 객실의 세탁물을 처리하고 있다.
세 가지 사업 성장에 힘입어 의식주컴퍼니 실적은 수직 상승했다. 2019년 서비스 첫해 매출액 16억원을 거뒀고, 2023년에는 매출액 493억원을 기록했다. 4년 만에 31배 성장했다.
의식주컴퍼니에 투자한 이유
시장 성장성과 창업자 역량
의식주컴퍼니는 현재까지 총 122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주요 투자자는 알토스벤처스, H&Q코리아, SBVA(구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이다. 투자사들은 의식주컴퍼니에 투자한 이유로 시장의 성장성과 창업자 조성우 대표의 역량을 꼽았다.
우선 세탁 서비스 시장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 런드리고가 처음 만들어진 2019년은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뚜렷한 시기였다.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는 “2019년은 1인 가구 증가로 (4인 가구 중심이던) 생활 모습이 변하는 시기였다. 집안일 대행, 세탁 대행에 대한 수요가 상당했다. 런드리고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느꼈다. 실제로 2019년 3월 서비스 시작 후, 런드리고는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며 가능성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조성우 대표의 역량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조 대표는 의식주컴퍼니 창업 이전부터 물류·배송 사업에 도전하며 경험을 쌓아왔다. 새벽배송 서비스라는 개념이 낯선 2010년대,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덤앤더머스’를 선보여 업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후 2015년 덤앤더머스를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매각했다. 덤앤더머스 이름은 ‘배민프레시’로 바뀌었다. 인수 후에도 조 대표는 배민프레시 대표로 활동하며 꾸준히 배송과 물류 시스템 노하우를 익혀왔다. 박희은 파트너는 “세탁 대행 서비스는 빠르고 깔끔하게 의류를 배달해야 한다. 물류와 배송 전문성이 높아야 도전할 수 있는 사업이다. 조성우 대표는 물류와 배송이라는 세탁 서비스업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했다. 세탁 물류 시스템을 만드는 데 역량을 쏟아붓고 있었다. 이런 창업자의 역량이 의식주컴퍼니에 투자를 결정하게 된 계기”라고 전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
결국엔 ‘수익화’가 핵심
승승장구하는 의식주컴퍼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잖다. 무엇보다 회사의 지속성을 위한 ‘수익화’가 간절하다. 의식주컴퍼니는 아직 연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2023년 3월 월간 기준으로 흑자를 거둔 게 전부다. 지난해도 연간 기준 25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의식주컴퍼니 측은 당분간은 수익성 확보에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물류 시설에 대한 투자를 충분히 집행한 만큼 앞으로는 비용 효율화에 초점을 맞춰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 실제로 올해부터 본사와 주요 사무실을 군포 공장에 집중시키는 등 변화를 주고 있다.
현장 경영으로 테슬라식 J커브 성장 이뤄낼 것
Q. 세탁 대행 서비스 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것이라고 보나.
A. 국내 B2C 세탁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이다. 현재 시장의 95%가 동네 세탁소, 프랜차이즈 세탁 편의점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 중심이다. 향후 5년 내 전체 시장의 30~40%가 런드리고 같은 모바일 세탁 대행 시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 나머지 오프라인 매장도 30%는 무인 시스템으로 바뀔 것이다. 모바일 세탁 서비스인 런드리고와 무인 매장 런드리24의 성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Q. 런드리고의 강점을 설명해달라.
A. 수거·세탁·배송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자체 물류 시스템이다. 과거 세탁 방문 서비스는 ‘수거와 배송’에만 집중했다. 세탁은 다른 곳에 외주를 줬다. 미국에서 상당한 투자를 유치했던 워시오가 대표적인 예다. 이 모델을 국내 업체들이 많이 참고했다. 자체 세탁공장이 아닌 외주 제휴로 운영했던 업체가 많았다. 그러나 워시오를 포함해 외주를 줬던 기업은 모두 망해서 사라졌다. 세탁은 원가가 매우 낮다. 때문에 규모의 경제와 고도의 IT 기술을 통한 자동화, 표준화 등으로 이익을 내야 한다. 외부 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수수료 비즈니스 모델로는 수익 구조를 만들기가 어렵다. 런드리고는 자체 운영 공장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규모의 경제를 구축,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Q. 수익화에 성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A. 현재 매출·이익 극대화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금도 수익성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2019년 인건비가 매출의 90~100% 수준, 물류비가 40~50% 수준이었다. 최근에는 인건비가 40% 수준, 물류비가 18% 수준까지 내려갔다. 빠르게 이익률을 개선 중이다. 향후 3년 내 인건비 30% 이하, 물류비 15%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7월부터는 군포 스마트팩토리로 본사를 이전한다. 2018년 일론 머스크와 400여명의 직원들이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에 상주하면서 테슬라의 J커브 성장을 이끌어낸 것처럼, 런드리고의 성장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올해 4분기 중 손익분기점 달성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Q. 향후 목표를 알려달라.
A. 단기적으로는 2025년 기준 국내 세탁 전 분야 매출 1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시장에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세탁 분야 경쟁력을 인정받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고 싶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8호 (2024.07.10~2024.07.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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