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폭행 논란의 정봉주, 친명도 거리뒀는데 깜짝1위…왜

강보현 2024. 7. 21. 18: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 연합뉴스

“탄핵을 외치는 길거리 최고위원이 되겠다”
21일 오전 강원도 홍천 종합체육관. 더불어민주당 합동연설회(지역 순회경선)에 나선 정봉주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의 연설이 잠시 멈출 때마다 지지자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20일 제주에서 19.06%, 인천에서 23.05%를 득표해 1위에 오른 정 후보는 이날도 20.33%를 얻어 선두를 지켰다.

정 후보가 최고위원 후보로 나설 때만 해도 민주당에서는 ‘잘하면 턱걸이할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강성 당원을 업고 선전하면 최고위원 당선권인 4위를 다툴 것이라는 정도였다. 친명계에서도 “예측이 어렵고, 팀플레이가 안 되는 정치인”이라며 거리를 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주말 이틀간 열린 경선을 모두 1위로 마감하자 당내에서는 이변이라며 놀라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서 후보들이 경쟁하듯 내세운 ‘친명 마케팅’을 앞세우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가운데 당 대표 후보로 나선 이재명 전 대표가 첫 경선을 마친 20일 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최고위원 후보인 김민석 의원을 출연시킨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깜짝 1위’로 부상한 정 후보를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것. 하지만 정 후보는 이튿날 열린 강원과 대구·경북 순회경선에서도 1위에 올랐다. 당내에서도 정 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표가 3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교육연수원 발대식에서 정봉주 전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정 후보는 정치권에서 문제적 인물로 통한다. 4·10 총선에선 서울 강북을에 후보를 확정받았다가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됐다. 2015년 DMZ에서 군 장병 2명이 목함지뢰 폭발로 사망한 사건을 두고 유튜브 방송에서 “발목 지뢰를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을 경품으로 주자”며 조롱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 후보는 “피해자에게 사과했다”고 해명했지만, 거짓임이 드러나면서 공천장을 반납했다.
그 외에도 논란은 많았다. 2015년 조계사 여신도를 밀어 넘어뜨려 전치 3주 상해를 입힌 혐의로 70만 원 벌금형을 받았고, 2001년 아내에게 두부 타박상을 입혔다는 혐의로 벌금형 50만원을 선고받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다.

정봉주 후보를 지지하는 게시글. 재명이네 마을 캡처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정 후보가 선전하는 데는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강성 당원들의 지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그의 도발적이고 거침없는 언행이 강성 지지층을 대리만족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정 후보는 21일 강원도당 전당대회에서도 “현역 (의원)들은 탄핵을 말하기를 주저한다”며 “윤석열 정권을 부수겠다. 조기 대선을 실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이 전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윤썩을(윤석열 대통령 멸칭) 탄핵한다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을 지지한다”며 정 후보를 응원하는 글과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아직 초반이지만 정 후보 쪽이 흐름을 탄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1차 전국당원대회 최고위원 예비경선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예비경선에서 13명 후보 중 8명의 최종 후보를 확정했다. 왼쪽부터 전현희, 한준호, 강선우, 정봉주, 김민석, 민형배, 김병주, 이언주 의원. (공동취재) 뉴스1


정 후보의 선전 배경으로는 민주당의 전당대회 시스템도 꼽힌다. 민주당은 8·18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을 기존 40%에서 56%로 확대했다. 반면 대의원 비율은 30%에서 14%로 줄였다. 현역 의원들의 영향력이 큰 대의원의 비중이 축소된 반면 권리당원의 힘이 세지면서 정 후보가 수혜를 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내부에서는 “민주당은 중앙당의 컷오프 시스템이 없어 전당대회에서 부적격 후보를 걸러 내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중앙당 차원의 자격심사를 통해 부적격 후보를 컷오프 한다. 김세의 가로세로 연구소 대표가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로 나섰다가 컷오프 된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민주당은 권리당원들의 투표로 예비경선을 치른다. 뇌물, 알선수재, 공금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성범죄, 개인 비리 등으로 금고 또는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가 아니면 참여가 가능하다. 폭력 전과와 막말 논란에도 정 후보가 생존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정 후보도 20일 인천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당원들 투표가 없었다면 저는 아마 예비 경선에서 컷오프됐을 것이다. 여러분의 뜻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현재 시스템은 당원만 몰려가면 지도부에 입성하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