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죄기 전 '2%대 막차' 타자…이달 가계대출 3.6조 넘게 증가
이달 들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4조원가량 증가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가계대출’ 현장 점검에 나섰지만,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꺾이지 않고 있다. 서울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뛰는 데다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기 전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리면서다.
5대 銀 가계대출 증가 3조6000억 넘어
21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12조1841억원으로 6월 말(708조5723억원) 대비 3조6118억원 불어났다. 증가 속도도 두드러진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 대출 증가액(전월 대비 5조3415억원 증가)은 2021년 7월(6조2000억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금융당국 압박에도 가계 대출이 늘어나는 건 들썩이는 아파트값 영향이 크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28% 오르면서 16주 연속 상승세다. 이달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552조1526억원→555조9517억원)은 3조7991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용 대출이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2% 대출금리 이어져
미국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가운데, 시장 금리가 이를 먼저 반영해 내려가고 있다는 점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극했다.
실제 19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2.84∼5.294%로 이달 5일(연 2.9∼5.37%)과 비교해 상단은 0.076%포인트, 하단은 0.06%포인트 낮아졌다. 이 기간 5년 만기 은행채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해 0.051%포인트 하락(3.396%→3.345%)한 영향이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혼합형 주담대 상품의 지표 금리로 활용된다.
같은 날 신한은행 주담대 상품(신한주택대출)의 5년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아파트·주택구입)는 하단 기준 2.98%다. 최근 한 달째 ‘2%대 주담대 금리’다. KB국민은행도 은행채 5년물을 지표로 삼는 주담대 상품의 금리가 22일부터 일제히 0.09%포인트 내릴 예정이다.
대출 규제 시행 연기 “‘대출 막차’ 심리 자극”
이번 달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이 미뤄진 점도 가계대출을 늘린 요인 중 하나다.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면 가계 대출 한도가 줄 수 있기 때문에, 규제 시행 전 ‘대출 막차’를 타자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아직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앞으로 부동산 수요에 따른 대출이 급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고(高) DSR 차주 관리 등 대출관리를 은행권에 주문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현재까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올해 목표치의 50~60% 수준으로 관리 가능한 범위”라면서 “다만 갑자기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정책 실패 논란 금융위원장 청문회 쟁점 될 듯
가계대출 증가 배경에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지연 등 정책 실패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22일 예정된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 쟁점으로도 떠오를 예정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가계대출은 부동산 매수세가 늘어나면서 촉발된 것이 1차 원인이지만, 그 뒤에는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정책 엇박자가 있었다”면서 “정부가 느슨한 금융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용인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면 시장도 이에 따라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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