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되면 현대차 어쩌나…“전기차 전략 수정 불가피”

문수정 2024. 7. 2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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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도 총상을 입은 오른쪽 귀에 거즈를 댄 채 등장했다. AFP=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서 전기차 등의 선전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호실적이 예상되지만 위기가 감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친환경차를 앞세워 미국에서 성장하는 가운데 친환경차 정책을 비판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에서 전기차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현대차는 2분기 미국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역대 최대 2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는 2분기 매출 44조65억원, 영업이익 4조2181억원가 예상된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늘며 사상 최대 2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한 0.47%로 내다봤는데, 금융권 일각에서는 1%대 상승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기아의 경우 매출 27조6727억원, 영업이익 3조6518억원의 실적이 전망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5.44%, 영업이익 7.3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대로라면 기아는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내게 된다.


현대차·기아의 실적 기록 경신에는 미국 시장의 성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81만7804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판매 대수(43만1344대)가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고, 기아(38만6460대)는 2.0%가량 감소했으나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판매 대수는 다소 줄었지만 단가가 높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가 미국 실적을 이끌었다.

두드러지는 대목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상승세다. 현대차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판매 실적이 9만466대로 전년 동기 대비 24.5% 늘었다. 기아는 친환경차 6만5236대를 미국 판매 실적 가운데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6.9%에 이르렀다. 반기 실적 기준 두 회사의 친환경차 판매 실적(15만5702대)은 상반기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현대차·기아의 상승세를 이끄는 게 친환경차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은 미국 시장 전략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미 자동차 기업 포드는 대형 전기 SUV를 생산하려던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에서 내연기관 픽업트럭 ‘슈퍼듀티’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를 비판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 수락 연설 일성으로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를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2030년 신차 판매 50%를 전기차로 전환할 것’이라는 목표치를 제시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전기차 의무 폐기를 선언하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긴장감을 던져준 상황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현대차그룹 제공


다만 자동차업계에서는 오는 11월 미 대선 결과가 현대차그룹에 당장 위기로 작동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차그룹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달라질 것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미국의 자동차 정책이 달라져도 대응할 수 있는 여력과 전략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들이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보조금 정책이 폐지되는 게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장기적으로 보조금까지 염두에 둔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안에 연간 30만대 생산 규모의 조지아주 신공장에서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차도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였으나 미 대선 결과에 따른 유연한 대처도 가능하게 된 셈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정책보다는 환율의 변동과 금리의 변화가 현대차 실적에 더 영향을 줄 것”이라며 “지금으로써는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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