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구 늘린다고 '끝' 아니다... 성수역의 더 큰 문제 [박장식의 환승센터]

박장식 2024. 7. 2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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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다른 역보다 좁은 승강장, 부족한 출입구... 장기적인 대책 필요해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기자말>

[박장식 기자]

 지하철 2호선 성수역 3번 출구 앞. 매일 오후 6시면 많은 시민들이 지하철 타는 줄을 서기 위해 도로 위에 길게 줄을 서곤 한다.
ⓒ 박장식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된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이 최근 과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출퇴근 시간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시간대 3번 출구는 10분 이상 줄을 서야 에스컬레이터를 겨우 타고 대합실까지 올라갈 수 있다. 늘어선 줄로 인한 안전 문제 역시 불거진다.

팝업스토어, '줄 서는 식당' 등이 워낙 많은 성수역 일대인 터라 '지하철까지 웨이팅을 서야 하냐'는 웃음 섞인 반응도 나오긴 하지만, 실제로는 역의 수용량이 한계를 초과했다는 위험 신호인 탓에 위험 요소가 크다. 이에 따라 성동구청은 물론 경찰까지 나서 혼잡도 완화에 애를 쓰곤 한다.

더 큰 문제는 단기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성수역 승강장은 다른 2호선 역들의 승강장보다 좁다. 인파가 몰리면 안 되는 구조다. 그런 탓에 무턱대고 출구를 증설하는 것도, 출입구 통로를 넓히는 것도 쉽지 않다. 똑같은 광경이 승강장에서 반복될 뿐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긴 에스컬레이터 줄... 경찰·구청 나서 교통정리까지

오후 6시 성수동2가를 찾으면 골목 어귀를 꽉 채운 '웨이팅 행렬'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음식점이며 카페, 팝업스토어도 줄을 서서 들어간다는 성수동이라지만, 이 시간의 가장 긴 줄은 카페 줄도, 음식점 줄도 아니다. 성수역 3번 출구를 이용하고자 하는 승객들이 들어선 에스컬레이터 줄이 가장 길다.

문제는 이 줄이 위태롭다는 점이다. 성수역 3번 출구 앞에는 이면도로가 있는데, 너무 많은 시민이 줄을 지어 서면서 도로를 침범했고, 결국 차와 사람이 뒤엉키는 아찔한 상황도 이어진다.

결국 지자체와 경찰이 칼을 빼들었다. 매일 오후 6시면 성동구청과 경찰이 합동으로 질서 유지에 나선다. 에스컬레이터를 기다리는 행렬을 인도로 이동시키는 한편, 병목현상을 빚고 있는 이면도로에서 성수역 3번 출구를 잇는 횡단보도를 통제한다. 

이렇게 줄을 서서 성수역에 입장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5분에서 10분 남짓. 이러다 보니 퇴근길에 성수역 3번출구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은 매일 10분을 기다리느냐, 멀리 떨어진 다른 출구를 이용하느냐를 두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성수역 3번 출구의 반대편에 위치한 2번 출구도 최근 인파가 몰리고 있다. 대기열이 형성된 3번 출구와는 달리 2번 출구는 이러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위험의 불씨를 크게 안고 있다.
ⓒ 박장식
 
문제는 3번 출구만이 아니다. 그나마 인파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3번 출구와는 달리 건너편의 2번 출구는 인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더 커 보였다. 지난 15일, 성수역 3번 출구에 줄이 늘어서는 시간에 2번 출구를 관찰해봤다. 당시 2번 출구 앞에는 인파가 깔때기처럼 둥글게 모여 도로 흐름도, 시민들의 통행도 불편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성수역은 대합실의 크기가 다른 전철역에 비해 커서 인파의 분산이 가능하다는 점 정도가 위안거리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대기열'도 퇴근객이 줄어드는 6시 30분이 넘어가면 사라진다. 하지만 매일 30분, 이러한 인파 집중은 사고의 위험을 키울 터. 위험한 불씨가 점점 커져가는 셈이다.

성수역 승객, 광화문·명동보다 많다... 이유는 '지식산업센터'

성수역의 승객이 어느 정도나 되길래 그럴까. 서울교통공사 통계에 따르면 성수역에서 2호선을 이용하는 이용객은 2023년 기준 하루 평균 7만8018명에 달한다. 이용객이 많은 2호선 전체로 보면 매일 10만여 명이 이용하는 구로디지털단지역, 15만여 명이 타고 내리는 잠실역 등이 있지만, 서울 지하철 전체에서는 상위권이다.

특히 성수역의 이용객은 4호선에서 상위권으로 꼽히는 명동역(하루 6만3958명, 이하 서울교통공사 제공), 5호선 광화문역(하루 6만2270명)보다도 많다. 두 역은 종각역·을지로입구역 등 도심의 다른 전철역이나 시내버스, 도심 진입 승용차가 수요를 분산하고 있지만, 성수역의 수치는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경이로울 정도다.

성수역에 이용객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핫 플레이스가 많아져서'라기엔 과밀 문제는 퇴근시간을 위주로 집중된다. 성수역을 중심으로 출퇴근객이 늘어서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 출퇴근 수요는 지식산업센터를 중심으로 창출된다. 성수동은 지역 정비 사업을 거치면서 지식산업센터가 대거 지어진 대표적인 지역이다.

성동구청에 따르면 성수동 관내 지식산업센터는 2013년 32곳, 올해 5월 기준 67곳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입주 업체는 11년 전 1900여 개였는데, 지금은 6000개 가까이 된다. 성수역 하루 이용객도 2013년 기준 5만여 명에 그치던 것이 지금은 두 배 가까이 늘었으니, 성수동에 입주한 기업이 늘어난 것이 혼잡의 원인인 셈이다.

성수역에 이용객이 몰리는 또 다른 원인도 있다. 성수역 일대는 시내버스, 다른 지하철 노선 등 대체 교통수단이 빈약하다. 성수역을 지나는 시내버스는 2016번, 2224번, 그리고 마을버스 성동10·성동13번으로 단 네 개 뿐. 그마저도 서울의 다른 거점을 잇는 대신 성수동 인근의 수요를 성수역으로 집중시키는 지선버스다.

성수역 못잖게 배후 수요가 많다고 판단되는 뚝섬역의 하루 이용객이 4만5000여 명에 그치는 것도 수요 분산이 잘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뚝섬역에서 500m 떨어진 곳에 분당선 서울숲역이 있는 데다, 시내버스 노선 역시 성수역보다 많아 선택지가 다양하다. 

출구도 부족하고, 승강장·연결통로도 좁아... 날림 대안, '재앙' 우려
 
 성수역 승강장(윗쪽)과 건대입구역 2호선 승강장. 성수역의 승강장 폭은 4.5m 남짓으로 다른 전철역에 비해 두 배가 약간 못 되게 좁다.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인 인파 관리 방안이 없으면 혼잡은 승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박장식
 
이렇듯 성수동2가 지역의 모든 인구가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닌 성수역. 하지만 성수역의 진짜 문제는 '출구 부족'에서 그치지 않는다. 성수역의 출구는 단 네 곳 뿐. 앞서 소개한 뚝섬역이 8개의 출구를 갖고 있고, 명동역이 10개, 광화문역이 9개의 출구를 갖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출구가 적고, 역 출구에 승객이 몰리는 탓에 얻는 효과도 있다. 성수역 대합실에는 일정한 수의 승객만이 공급된다. 이에 따라 성수역의 승강장, 승강장과 대합실을 잇는 연결통로에서 혼잡이 빚어지는 위험천만한 일이 차단되는 것.

성수역은 다른 2호선 역에 비해 승강장이 비좁다. 성수역의 승강장 폭은 4.5m가량이다. 다른 전철역의 승강장 폭이 8m 가량 되는 것에 비교하면 절반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승강장도 비좁은데 승강장과 대합실을 잇는 계단도 승강장 양 끝 두 개밖에 되지 않는다. 뚝섬역·신촌역 등이 네 개의 연결 계단을 갖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렇게 성수역의 승강장이 좁은 이유는 무엇일까. 성수역은 2호선의 본선, 즉 순환선에 속하지만, 성수역에서 군자차량기지를 거쳐 신설동역까지 향하는 성수지선의 분기역이기도 하다. 그런 성수지선의 승강장은 2호선 본선 승강장과 같은 층에 있는데, 성수역에서 시종착하는 열차, 신설동으로 가는 셔틀열차가 정차한다.

그리고 지하철 2호선에 사용되는 차량의 폭은 3.1m 정도. 결국 성수지선 열차를 세우기 위한 폭 만큼을 승강장에서 제한 셈이다. 그러다보니 승강장과 대합실을 잇는 계단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양쪽 승강장 맨 끝에 계단이 단 2개소만 위치한 것도 성수역의 한정적인 공간 탓이다.

실제로 성수역에 성수지선 열차와 순환 열차가 함께 도착할 때면 승강장은 승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금도 겨우 출구로 몰리는 인파를 분산해 수요를 관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출구만 혼자 증설한다면 똑같은 일이 승강장과 대합실을 잇는 계단에서 벌어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

특히 이는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출구 계단으로 진입하는 승객의 수는 출구를 통제하는 방법으로 손쉽게 제어할 수 있지만, 승강장과 연결계단에 사람이 꽉 찬 상태에서 열차가 도착해 출입문을 연다면 그 상황에서는 승강장에 몰린 인파를 제어할 수 없다. 

지역에서는 '성수역 출입구를 늘려달라'는 현수막을 걸며 당장의 문제 해결을 바라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러한 '땜질 해답'은 앞으로 더욱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성수역의 수요를 고려한다면 더 큰 참사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해답이다. 되려 지금의 출구 앞 웨이팅이 도리어 '가장 효율적인 인파 관리'인 셈이다.

'땜질 방안' 대신 장기적인 인파 대책 필요해
 
 승강장으로 연결되는 계단은 단 두 개 뿐인 성수역. 그마저도 시민들이 몰리는 때면 혼잡하기 일쑤다.
ⓒ 박장식
 
결국 성수역에 닥친 과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성수역의 승강장과 계단을 확장하는 한편, 현재의 비효율적인 성수역의 구조를 전체적으로 갈아엎는 부분까지 생각해야 한다. 또는 성수역을 좌우로 확장하는 방안, 성수역 승강장을 2개 층으로 만드는 복층화 등 건축적인 해답도 필요하다.

성수역의 이용객을 분산할 수 있는 철도 바깥의 방법도 있다. 현재 성수역의 '대체 교통 수단'인 시내버스는 노선이 매우 빈약하다. 성수역의 인파 관리 대책이 가시화될 때까지 왕십리역·군자역 등 인근 환승역, 또는 과감하게 한강 건너 청담역·삼성역 등으로 운행해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맞춤버스를 운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맞춤버스는 이미 지하철에 적응된 시민들의 발길을 끌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성수역 대신 맞춤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 요금을 함께 할인해주는 유인책이나, 더욱 과감하게 무료로 버스를 운영하는 등의 합리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는 현재의 서울, 나아가 대한민국 어디서도 벌어질 수 있다. '성수역'이라는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앞으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 터. 장기적이고, 향후에도 확실한 해결 방안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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