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꺼낸 트럼프 효과?…"젤렌스키, 러와 협상 의향 첫 시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19일(현지시간) 통화 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5일엔 11월 열릴 제2차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러시아를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가능성이 커지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와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일 트루스소셜 계정에 올린 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아주 좋은 통화를 했다. 그는 내가 공화당 전당대회를 매우 성공적으로 마치고 공화당의 미국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을 축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난 다음 미국 대통령으로서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고 너무 많은 생명과 셀 수 없이 많은 무고한 가족을 파괴한 전쟁을 끝낼 것이기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락을 해와서 고맙다”며 “양쪽(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은 함께 와서 폭력을 끝내고 번영을 향한 길을 닦는 합의(deal)를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렸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독립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초당적인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면서 “우리는 어떤 조치가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가져올지 개별 회동(personal meeting)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젤렌스키는 트럼프 피격 사건 이틀 뒤인 15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방안을 논의하는 제2차 평화회의를 11월에 열 예정이라며 “러시아 대표단도 참석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지난달 열린 1차 회의 때는 러시아를 초청하지 않았었다.
이에 대해 CNN은 20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와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했다”고 평했다. 전장의 어려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최대 우군인 미국의 정권교체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이중고에 직면하자 과거 '러시아와의 평화회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한 후에만 열릴 수 있다'고 했던 데서 입장이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존 허브스트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CNN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어조 변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확고하게 비판적인 JD밴스를 지명하는 등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한 반응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 부국장 오리시아 루체비치도 젤렌스키의 발언에 대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의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통화는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당시 트럼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한 지 1주일 만에 젤렌스키와 통화하면서 정치적 라이벌인 조 바이든과 그 아들 헌터의 비리 의혹을 조사하라고 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번졌다. 당시 공화당은 헌터가 우크라이나의 천연가스 회사 임원으로 일하며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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