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만 채용”…中서 ‘MBTI로 노동권 침해’ 논란

송세영 2024. 7. 2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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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의 여성 유모씨는 일자리를 찾다가 굵은 글씨로 'ENFP 선호'라고 적힌 구인광고를 봤다.

ENFP는 성격 테스트의 일종인 MBTI의 한 유형으로 외향적·직관적·자발적이며 자신의 감정을 신뢰하는 성격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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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의 여성 유모씨는 일자리를 찾다가 굵은 글씨로 ‘ENFP 선호’라고 적힌 구인광고를 봤다. ENFP는 성격 테스트의 일종인 MBTI의 한 유형으로 외향적·직관적·자발적이며 자신의 감정을 신뢰하는 성격을 가리킨다.

유씨는 스스로 ENFP라고 생각해 지원했다. 면접관은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많이 해야 하는 업무”라며 “사회적 활동 이후 내성적인 사람들이 지쳐버리는 것과 달리 ENFP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재충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내성적인 사람이 이런 일자리를 얻으려면 외향적이라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중국에서 MBTI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이를 맹신해 일부 기업이 직원 채용에까지 적용하고 있다며 유씨의 사례를 보도했다.

MBTI는 1944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과학적 근거가 없고 점성술과 유사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지만, MBTI를 신뢰하는 이들은 인간관계를 맺거나 특정한 역할을 위해 사람들을 선별할 때 활용한다.

중국의 월간 ‘중국청년연구’ 7월호는 “MBTI에 일부 심리적인 근거는 있겠지만, 이를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미신을 믿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MBTI 테스트 자체가 제한적이다. 사람들의 성격에 내향적·외향적 등 2진법을 할당하는데 이는 현실 세계의 복잡한 상황과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MBTI 테스트를 다른 사람과 친해질 유일한 방법으로 생각하거나 기업들이 채용 시 결정적 요소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MBTI를 맹신하는 이유를 ‘바넘효과’로 설명한다. 이는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성격 특성이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믿으려는 현상이다. 중국 저장성 리퉁더병원의 정신과 의사인 첸정신은 저장일보에 “MBTI에 ‘과학적’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점성술이나 혈액형 성격 분류와 다를 바 없다”면서 “MBTI 테스트엔 모호한 설명이 제공되는데 한두 개만 당신에게 맞아도 모든 설명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바넘효과와 같다”고 말했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소셜미디어에선 MBTI를 직장이나 인간관계에 적용한 게시물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SCMP는 기업이 MBTI를 채용에 적용하는 것은 이것과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노동법에 따르면 기업은 직업적 요구 사항과 관련이 있다고 증명된 것 외에는 응시자를 제한하는 장애물을 설정할 수 없다. MBTI로 지원자를 선별하면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노동권을 보장한 노동법에 위배된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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