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트럼프 타깃 될까…상반기 대미 무역흑자 사상 최대

김민중 2024. 7. 2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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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미시간 그랜드래피즈에서 열린 유세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서 재선에 도전한다.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로 불어난 ‘대미(對美) 무역흑자’에 제동이 걸릴 위기다. ‘아메리칸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트럼프가 ‘10% 관세’ 카드를 꺼내면 한국의 대미 수출이 연간 152억 달러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미ㆍ중 갈등도 수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미 무역수지(수출-수입)는 287억 달러(약 40조원) 흑자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55.1% 증가했다. 이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연간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기록(444억 달러)을 깰 수 있다.

대미 무역흑자가 커지는 건 수입 변동이 크지 않은 가운데 수출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 대 미국 수출(643억 달러)은 전년 동기보다 16.8% 늘었다. 상반기 기준 최대 상승 폭(전년 동기 대비)이었다. 자동차와 일반 기계의 수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하지만 대미 무역흑자 성과에 환호하긴 어렵다. 미국 입장에선 한국은 주요 무역 적자국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한국의 관련 순위는 2021년만 해도 10위 밖이었지만, 2022년 9위→지난해 8위→올해 1~5월 7위로 올랐다.

김영옥 기자


실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공약하고 나선 가운데 미국을 상대로 ‘최대 무역 흑자’를 누리는 한국을 압박할 수 있어서다. 트럼프가 집권할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의 지상파 방송사 CBS와 여론조사기관 유거브(YouGov)가 실시한 ‘11월 미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52%, 민주당의 바이든 현 대통령은 47%를 나타냈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압박 카드는 ‘관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각) 미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에서 “중국산 수입 제품에 60~100%, 다른 나라 수입 제품에는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게 명분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인 2018년 7월 중국 상품 818개 품목에 25%의 관세(340억 달러 상당)를 부과하는 등 중국과 무역 전쟁을 치렀다. 재집권하면 중국에 더 높은 관세 장벽을 쌓고, 다른 국가도 관세로 압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이 한국에 보편 관세 10%를 부과하면 연간 기준 대미 수출이 152억 달러(약 21조원)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은 대미 수출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 미국이 중국에 고율 관세로 압박해 중국 경제가 위축되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도 타격을 받는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한국의 2대 수출국이다.

스위스의 투자은행 UBS는 지난 15일(현지시각) “만일 미국이 중국에 60%의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반 토막 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대공황 수준의 위기를 맞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다만 상대적으로 한국의 타격은 덜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2012년 3월 발효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무시하고 한국에 보편 관세 10%를 부과하기 어렵다”고 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정부에 “한국의 수출 증가가 미국에 득이 된다”고 설득할 예정이다. 미국으로 공장 설비 수출→현지 공장 신축→미국 세수 확충 및 고용 증가 순으로 흘러간다는 논리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수혜를 받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신설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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