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권 줄만 100m, 손으로 항공권 써줬다…초유 IT 대란 복구 완료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의 서비스 장애로 마비됐던 국내 일부 저비용항공사(LCC)의 IT서비스가 12시간만에 복구됐다. 인천공항에 취항한 일부 외국 국적 항공사들은 20일 오후 11시가 돼서야 복구가 마무리됐다. 현재는 이들 항공사의 발권·예약 서비스와 항공편 운영이 정상화됐지만, 이틀간의 IT대란으로 큰 혼란이 빚어졌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19일 오후 3시 30분부터 오류가 발생한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의 발권·예약 시스템과 온라인 홈페이지는 20일 오전 3시 30분께 복구가 끝났다.
이번 시스템 오류 여파로 인천국제공항에서 63편, 김포·제주 등 다른 국내 공항에서 158편 등 모두 221편이 지연 운항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국내 공항 결항편은 지난 19일 4편, 20일 6편 등 모두 10편이었다.
LCC 3사 외에 대한항공 등 다른 국내 항공사와 인천공항을 비롯한 국내 공항은 다른 회사의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자체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있어 항공편 운영에 차질이 없었다.
국내에 취항한 외국 국적 항공사들도 같은 문제를 겪었다.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에어프랑스 등은 20일 오전 4시까지 인천공항에서 결항 4편, 지연 6편이 발생했다.
이번 사태 원인은 미국의 사이버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가 보안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MS의 운영체제(OS) 윈도와 충돌을 일으켜 MS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에 차질이 빚어지며 발생했다.
국내 LCC 3사는 승객 서비스 시스템 나비테어(Navitaire) 소프트를 사용 중인데 나비테어는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를 통해 서비스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애저 기반 서비스를 사용하는 다수의 세계 공항과 항공사가 불편을 겪었다. 전 세계적으로 이번 사태로 인한 항공편 결항은 약 3200편, 지연은 약 3만편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자 항공사들은 공항에서 손으로 직접 글자를 써 발권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 LCC들은 한 팀당 발권에 5분 이상씩 소요되면서 카운터에 100m 이상의 줄이 생겨나는 등 대기가 길어지자 직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항공편 지연이 속출하자 야간 이착륙 시간도 조정됐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의 커퓨 타임(야간 이착륙 금지 시간) 시작 시각을 오전 1시로 평소보다 2시간 늦추고, 김해공항은 오전 0시로 1시간 늦추는 등 조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 LCC 항공사는 물론 외항사 모두 발권 서비스가 정상화한 상태“라며 “공항 운영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이용객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더라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이나 IT 전문 기업이 아닌 이상 자체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 구축 비용뿐 아니라 보안 등에 들어가는 유지 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주호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는 “비 IT 분야에 있는 기업들이 자체적인 기술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피할 수 없다”며, “같은 업종의 기업들이 한 회사의 클라우드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옵션들을 고려해 분산적으로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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