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특위' 해체 후 집행부 나서야"…의료계, 투쟁방식 두고 균열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 사직 처리와 하반기 전공의 모집(9월 수련) 일정에 속도를 붙인 가운데, 의료계에선 '의정갈등' 투쟁 방식을 두고 균열이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범 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지속 여부 등이 내홍의 중심에 섰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이하 협의회)가 '반쪽 운영' 중인 올특위 해체를 비롯한 투쟁 방식 전환을 요청하고 나섰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협의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지난 19일 의협에 공문으로 보냈다. 의협은 지난달 20일 의대 교수부터 전공의, 지역 의사회까지 모든 의료계의 통일된 목소리를 내겠다며 올특위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불통' 논란이 일었던 임현택 의협 회장이 올특위에서 빠지고, 전공의·의대생도 불참 입장을 이어가면서 논의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협의회는 입장문에서 "투쟁의 이해 당사자인 전공의·의대생을 포함해 (올특위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전공의·의대생 대표 불참으로 파행적 운영이 지속하고 있다"면서 "13일 시도의사회장단이 투표를 한 결과 현시점에서 올특위 해체에 대한 의견이 찬성 13(명), 반대 3(명)으로 취합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특위 해체 후 대표성 있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정부를 상대로 투쟁할 수 있도록 (의협) 집행부가 전면에 나서 의대 증원 저지 투쟁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달라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협의회는 의협 집행부와 시도의사회장단 간의 소통 부재에 대한 우려도 함께 표명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임현택 회장에게 여러 차례 구두로 입장을 전달했지만, 바뀐 게 없어서 공문 형태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협의회뿐 아니라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도 20일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올특위 해체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특위는 20일 서울 의협회관에서 4차 회의를 열고 '유지' 결정을 내렸다. 올특위 틀을 지키면서 전공의·의대생 합류를 계속 타진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임정혁 올특위 공동위원장은 "걱정·우려를 고려해 충분히 논의했다"면서도 "위원장으로서 날개를 접는다는 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2일 의협은 올특위 운영 방향 등을 설명하는 자료를 낼 예정이다. 의협 관계자는 "올특위는 의협 내 의결 절차를 거친 기구인 만큼 시도의사회에서 해체하라고 해체하는 구조는 아니"라면서도 "올특위를 어떻게 하는 게 발전적 방향일지 대의원회 등 내부 논의는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올특위가 존속해도 그 동력은 낮아질 거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최창민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 등이 이미 올특위에서 빠졌고, 전공의·의대생의 회의 참관도 극소수에 그치고 있어서다.
이처럼 삐걱거리는 배경엔 임현택 회장에 대한 불신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계 내부에서 임 회장의 독단적 결정·막말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최근엔 '탄핵'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는 "임 회장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통한 9월 수련 즈음까지 사태 해결의 분기점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상황 변화가 없으면 탄핵을 비롯한 거취 문제도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임 회장은 앞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의협 내부를 흔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어느 집행부든 있었고, 극히 일부의 바람일 뿐이기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전공의·의대생이) 원하는 바를 의협에 얘기해주면 무엇이든 뒷받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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