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남매 중 셋째 금쪽이의 폭력성, 엄마도 몰랐던 뜻밖의 원인
[김종성 기자]
'독수리 5남매'를 양육 중인 부모가 지난 19일 방송된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에 도움을 요청했다. 결혼 15년 만에 세쌍둥이를 낳은 뒤 두 명의 자녀가 더 생겨 무려 5명이 자녀를 양육 중인 부모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버거워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 다섯 명을 키워야 하는 상황을 혼란스러워했다. 재택근무 중인 아빠는 5남매의 텐션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은영은 세쌍둥이와 손아래 형제들의 관계, 다시 말해 힘의 역동에 포인트를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 남매는 모여 앉아서 블록 맞추기 놀이 중이었는데, 넷째는 세쌍둥이 사이에 편하기 끼지 못하고 있었다. 세쌍둥이는 마치 한 팀이 되어 동생을 다그쳤고, 돌아가며 놀리고 약 올렸다. 아빠의 중재가 필요한 순간이었지만, 세쌍둥이는 오히려 똘똘 뭉쳐 반격에 나섰다.
▲ 방송 갈무리 |
ⓒ 채널A |
"'형제가 많으면 사회성도 좋겠네'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외동아이가 더 잘 지내는 경우가 있어요. 다둥이 중에서 억울함이 생기면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오은영)
오은영은 형제가 많다고 반드시 사회성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둥이 육아를 할 때는 항상 그 관계에서 발생하는 역동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첫째는 보드게임 중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속상했는지 손에 잡히는 대로 던져버리며 분위기를 망쳐버렸다. 그리고 입을 닫고 꼭꼭 숨어버렸다. 그렇게 방치된 채 20분 이상 시간이 흘렀다.
아이가 숨어있는 동안 아빠는 왜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는 몇 시간이든 감정이 풀릴 때까지 놔두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오은영은 누군가 한 번쯤 물어봐 줄 법도 한데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라며, 아빠가 아이들 갈등에 개입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빠는 사소한 갈등은 아이들끼리 조절하는 법을 배우길 바라는 편이라고 해명했다.
물론 무려 5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겪는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양한 관계망이 형성될 테니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이 한두 개가 아닐 테니 말이다. 하지만 오은영의 입장은 단호했다. 그는 부모가 만능 해결사가 되면 곤란하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며 감정적 신호를 보낼 때 신호 자체는 받아줘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대리 해결과 감정 수용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5남매 중 금쪽이는 바로 셋째였는데, 집 밖에서 들리는 아이들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더니 험악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잔인한 표현은 점점 더 수위가 높아졌다. 셋째는 왜 형제들 앞에서 험한 말을 하는 걸까. 급기야 가기 싫어하는 넷째를 끌고 소리의 근원인 아이들을 찾아갔다. 정작 거기서는 공손하게 부탁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집에 돌아오자 다시 거칠어진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오은영은 리더가 되어 해결하려는 행동이라 분석했다. 또,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오은영은 결핍 등의 두려운 감정을 처리하기 위해 우월감을 추구하는 방어기제 '과잉 보상'도 언급했다.
금쪽이의 눈물
엄마가 운영하는 교습소에서 책을 읽던 금쪽이는 지루한지 입으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옆자리에 앉은, 형으로 보이는 학생에게 이를 지적당한 후 엄마에게도 제지당하자 종이를 구겨버리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수업 종료 후 돌아온 금쪽이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급기야 뛰쳐나가 집으로 가고 있던 학생에게 싸움을 걸고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다.
▲ 방송 갈무리 |
ⓒ 채널A |
오은영은 금쪽이가 진짜 화가 난 까닭은 옆자리에 앉은 형 때문이 아니라 엄마 때문이라는 다소 황당한(?) 답을 내놓았다. 도대체 무슨 얘기일까.
오은영은 금쪽이가 입으로 낸 소리가 음성 틱이었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공부하기 싫어서 낸 줄 알았던 소리가 사실은 틱이었다는 걸 알게 된 엄마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런데 왜 엄마 때문에 화가 났다는 걸까.
금쪽이는 옆자리 형의 '이상한 소리를 낸다'는 말에 기분이 상해 있었는데, 엄마가 그 마음을 몰라주니 폭주했던 것이다. 엄마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생각되니 서운했을 법하다. 물론 엄마 입장에서 '고객'인 옆자리 형의 이야기를 무시할 수는 없었을 테지만, 금쪽이에게 틱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좀 더 원만한 대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하나의 신호탄인 거 같아요." (오은영)
오은영은 5남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민감하게 살피지 않으면 사랑하는 마음이 아무리 크더라도 각자의 어려움이 폭발하는 날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이들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마음을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금쪽이는 엄마와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계속 웃었다. 장난스럽게 사과하는 등 건성건성 행동했다.
오은영은 어떻게 봤을까. 그는 금쪽이가 엄마 옆이라서 마냥 행복한 것처럼 보였다고 분석했다. 분위기는 심각했으나 어떻게 보면 엄마와 둘만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혼나더라도 엄마를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오은영은 엄마의 소통 방식이 사과를 강요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금쪽이 입장에서는 이 상황에서도 엄마 마음이 중요하다고 느낄 테니 말이다.
"현실적인 한계는 받아들이는 게 맞아요.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찾아야 해요." (오은영)
먼저 살펴봐야 할 건 엄마 내면의 결핍이었다. 만약 이를 간과한다면 아이들의 사소한 말에도 쉽게 상처를 입을 게 명확했다. 그렇다면 엄마의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엄마는 정말이지 쉴 틈이라고는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일과 육아에 집안일까지 하느라 전혀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몸이 아픈 넷째(소아 류마티스 관절염)까지 돌보느라 엄청난 책임감을 안고 있었다.
가사 분담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평일의 육아와 살림은 아빠가 맡아서 하고 있지만, 평일은 투잡을 뛰고 주말에는 가사까지 전담하는 엄마는 그야말로 방전된 상태였다.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는 엄마이지만, '나'란 존재는 지워버리고 결핍된 삶을 살고 있었다. 오은영은 결핍을 채우는 과정에서 자신을 갈아 넣어 과도한 희생으로 존재의 가치를 찾는 엄마를 안쓰러워했다.
생계로 바빴던 친정엄마와 교감이 부족했던 엄마는 오 남매를 키우며 같은 상황에 놓인 자신의 처지에 눈물을 흘렸다. 딸의 쉴 틈 없는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를 본 친정엄마도 눈시울을 붉혔다. 5남매의 속마음은 어떨까. 다행히도 '가족'에 대한 애정이 컸고, 엄마에 대한 걱정과 사랑을 드러냈다. 금쪽이는 말도 잘 듣고 하지 말라는 건 안 하는 아들이 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오은영은 짧게라도 아이와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라고 권유했다. 둘만의 시간 속에 오갈 수 있는 깊은 마음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물론 부부에게도 둘만의 시간을 보내라고 조언했다. 심리치료에 참여한 아빠는 10kg짜리 쌀 포대 5개를 어깨에 올려 아내의 어깨를 짓눌러온 책임의 무게를 느끼는 시간을 가졌고, 불공평한 육아 분담을 했던 것을 반성했다.
엄마는 아이들과 1:1 소통에 나섰다. 한 명과 깊은 소통을 나누며 애정을 공고히 했다. 아빠는 몸이 약한 넷째에게 핸디캡을 극복했던 위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힘을 북돋아 주었다. 엄마 아빠는 누구도 소외된 아이가 없도록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첫째 딸과는 미용실 데이트, 둘째 아들과는 외식하며 시간을 공유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금세 탄탄한 관계를 회복해 나갔다.
앞서 옆자리 형에게 싸움을 걸었던 금쪽이는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고, 엄마와 함께 사과하러 다녀오기도 했다. 솔루션 이후 5남매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고, 그건 부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을 보는 부모의 관점과 시선이 달라지자, 아이들은 빠르게 반응하고 변화했다. 이처럼 '답'은 정해져 있고, 확실하고, 어김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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