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성기 재개-北 또 오물풍선-확성기 전면 시행…강대강 수순 우려

이유정 2024. 7. 2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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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21일 전방 모든 전선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시행에 착수했다. 지난 18일 북한의 8차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군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뒤 북한이 또 오물 풍선을 띄우자 곧바로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이다.

전방에서 실시된 확성기 이동 및 설치 모습. 사진 합참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1시 부로 중부, 서부, 동부 전선에 설치된 고정형 확성기 24개를 모두 활용해 대북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고출력 이동형 확성기 16개도 모두 투입됐다.

앞서 군은 북한의 8차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지난 18일 이후 매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진행했다. 지난달 9일 3차 살포 직후 확성기를 한 번 튼 뒤 4~7차 살포까지는 “확성기 방송 여부는 북한의 행동에 달렸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8차 살포에서 “참을 만큼 참았다”로 입장을 선회했다. 다만 전방 중 일부 지역에서만 확성기를 틀었고, 고정형 확성기를 릴레이식으로 방송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이 이에 아랑곳 않고 21일 오전 9차 오물 풍선 부양에 나서자 군 역시 추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합참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북측이 총 360여개의 풍선을 부양한 것이 식별 됐으며, 이 가운데 110여 개가 경기 북부·서울 지역에 낙하했다. 내용물은 종이 조각들로 안전 위해 물질은 없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합동참모본부는 21일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과 서울 강북구 미아동 등에 떨어진 대남 오물 풍선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파주 도로에 떨어진 풍선의 내용물이 도로에 흩어진 모습. 사진 합동참모본부


합참은 “집중호우로 인해 우리 국민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도 심대한 피해가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군은 저급하고 치졸한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수차례 경고한 바와 같이 오늘 오후 1시 부로 대북확성기 방송을 전 전선에서 전면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군이 39일만의 확성기 방송 재개에 나서며 “북한이 우리 경고를 무시하고 또다시 이러한 행태를 반복한다면 우리 군은 필요한 모든 조치를 통해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북한이 이를 무시하자 경고한 대로 행동에 나섰다는 취지다.

군은 또 “북한군이 자행하고 있는 전선 지역에서의 긴장고조 행위는 오히려 북한군에게 치명적 대가로 돌아갈 수 있으며, 이러한 사태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정권에 있음을 엄중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에도 24시간 내내 확성기를 트는 방식은 아니라고 한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닷새 만에 도발을 재개한 지난 1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 남한군 초소에 대북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뉴스1

이번에 튼 방송에는 최근 공개된 이일규 전 주쿠바 북한 대사관 참사관의 탈북 소식 등 엘리트 외교관들의 망명이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외국 문화를 배격하는 김정은이 일본 만화 슬램덩크를 좋아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또 최근 북한이 비무장지대에서 지뢰를 매설하는 과정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나온 사실도 언급했다. "인민군 군관 하전사 여러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지뢰밭에서 전혀 가치 없는 노역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지옥 같은 노예의 삶에서 탈출하십시오"라면서다. 인기가수 장윤정의 노래 ‘올래’도 흘러나왔다고 한다.

단순히 자유롭고 민주적인 한국 사회에 대해 알리는 걸 넘어 김정은 체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다. 지난달 9일 방송 때는 BTS의 노래 ‘다이너마이트’ ‘봄날’, 삼성 휴대전화의 전세계 출하량 1위 소식 등을 방송했다.

이와 관련, 확성기 방송은 북한의 체제 결속을 흔드는 수단으로서 북한이 이전부터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한국으로선 적은 노력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대표적 비대칭 수단이자, 사실상 유일하게 북한을 아프게 할 수 있는 실효적 수단이다.

북한이 잘못된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당위성과 별개로 확성기 방송으로도 북한의 행동을 교정할 수 없을 경우 다음 선택지가 무엇이냐는 질문도 그래서 나온다.

특히 김정은을 직접 언급하고 북한 정권이 ‘쓰레기’라며 극렬 비난하는 탈북민을 부각하는 등 확성기 방송의 내용으로도 수위를 높이면서 이를 ‘최고존엄’ 모독으로 간주하는 북한이 오물 풍선 살포를 넘어 더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확성기 카드를 너무 빨리 소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심리전이란 1회성으로 효과를 볼 수 없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반복적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진행할 경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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