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에이스, 하늘도 슬퍼한 켈리와의 작별

김효경 2024. 7. 2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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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고별전 등판을 마친 뒤 가족과 눈시울을 붉히는 LG 케이시 켈리. 사진 LG 트윈스

켈리도 울고, 팬도 울고, 하늘도 울었다. LG 트윈스의 외국인 에이스 케이시 켈리(35)가 아쉬움 속에 고별전을 치렀다.

켈리는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켈리는 6-0으로 앞선 3회 2사까지 안타 2개, 볼넷 1개를 줬지만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폭우가 쏟아졌고, 노게임이 선언됐다. 더그아웃 뒤에서 캐치볼을 하면서 경기 재개를 기다렸던 켈리의 마지막 등판은 그렇게 끝났다.

29일 경기에서 역투하는 켈리. 연합뉴스


LG는 같은 날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29·베네수엘라)와 총액 44만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에르난데스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99경기에 등판한 우완투수다. 에르난데스가 영입되면서 켈리와는 작별하게 됐다.

방출 소식을 들은 켈리는 20일 경기에 등판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염경엽 LG 감독은 이를 받아들였다. 염 감독은 "5년 이상 뛴 선수이기에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싶었다. 켈리가 가족과 상의한 뒤 던지고 싶다고 해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켈리는 "1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그래서 홈 팬들 앞에서 던지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염경엽 감독과 포옹하는 켈리. 연합뉴스

켈리는 2019년 LG에 입단했다. 첫 해 14승 12패 평균자책점 2.55로 활약하면서 LG의 가을 야구행을 이끌었다. 이후 5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따내며 에이스 역할을 했다. 2022년엔 16승(4패)을 거둬 LG 선수로는 21년만에 다승왕에 등극했다. 지난달 2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9이닝 1피안타 무실점하면서 퍼펙트에 가까운 투구를 하기도 했다.

켈리는 '빅 게임 피처'였다. 포스트시즌 8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2경기에 나와 11과 3분의1이닝 동안 3점(2자책점)만 내주며 우승에 기여했다. 우승을 확정지은 5차전에서는 승리투수가 됐다. 통산 73승은 LG 외국인 선수 역대 최다승 기록이자 KBO리그 전체 외국인 선수 중 4위에 해당한다.

20일 고별전 등판을 마친 LG 케이시 켈리. 사진 LG 트윈스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역투하는 그에겐 '잠실 예수'란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마운드 밖에선 다정했다. 새 외국인 선수들의 적응을 도왔고, 한국인 동료들과도 잘 어울렸다. 가족과 출퇴근하며 만나는 팬들에게 친절하게 사인을 해주거나 사진을 찍어줬다. 왼쪽 귀 뒤에 한글로 '켈리'라고 문신을 새길 정도로 한국을 사랑했다.

무엇보다 팀에 헌신했다. 켈리는 2021년 9월 아들의 출산이 임박했지만, 출산휴가 대신 출전을 자청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패한 뒤엔 3차전까지 내줄 경우 4·7차전에도 등판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하지만 작별의 시간이 조금씩 다가왔다. 지난해부터 구속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성적도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올 시즌 기록은 19경기 5승 8패 평균자책점 4.51. 꾸준히 이닝을 소화했지만, 타자를 압도하진 못했다. 결국 LG는 켈리와 디트릭 엔스 중 한 명을 교체하기로 했고, 에르난데스 영입이 확정되면서 켈리가 떠나게 됐다.

20일 고별전 등판을 마친 LG 케이시 켈리. 사진 LG 트윈스


우천취소된 뒤에도 관중들은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켈리의 이름을 연호했다. LG는 켈리와 작별할 수 있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선물과 꽃다발을 켈리 가족에게 전했다. 김현수와 임찬규, 박동원, 홍창기 등은 눈물을 글썽이며 켈리를 끌어안았다. 동료들은 마운드 위에서 켈리를 헹가래치며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달랬다.

켈리는 큰절을 하고 붉어진 눈으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는 "항상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비가 내리는데도 떠나지 않고 저와 선수들을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5년 반 동안 LG 선수로 뛰면서 많이 사랑했다"고 고마워했다. 아내 아리엘도 "LG는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팀이다. 많은 사람이 집처럼 편안하게 느꼈다. 이 곳이 그리울 것"이라며 흐느꼈다. 딸 캐머런(5)은 웃으며 "안녕하세요, LG 트윈스 파이팅"이라고 말했다.

20일 고별전 등판을 마친 뒤 팬들에게 큰절을 하는 LG 케이시 켈리. 사진 LG 트윈스


LG를 떠나도 켈리는 야구선수로서의 삶을 이어갈 계획이다. 켈리는 "미국, 대만 등 여러 선택지를 검토해 볼 것이다. 여전히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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