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SK하이닉스의 HBM, 비싼 투자…정부 보조금 지원 필요"

김형민 2024. 7. 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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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기자간담회에서 밝혀
"HBM도 배터리처럼 위기 올 수 있어"
"펩 하나에 20조…세제 혜택으론 부족"
"지금은 AI 데이터센터 만들어야"
이공계 인력난엔 "인력 개발이 중요"
트럼프엔 "말과 실천이 다를 것"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SK하이닉스에도 위기가 올 수 있고, 이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9일 제주 모처에서 열린 대한상의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제공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9일 대한상공회의소 포럼이 열린 제주도의 모처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며 "HBM에 배터리에서 일어났던 위기 상황이 똑같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이런 위기를 잘 넘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이 필요하고 무엇을 같이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만들어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HBM 시장을 장악하며 그룹 내 간판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AI 칩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는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도 SK하이닉스가 만드는 HBM에 대해 호응도가 높다. 인공지능(AI) 칩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필요로 하는 메모리 수량도 증가했다. HBM도 함께 각광받고 있다. 이를 발판 삼아 SK그룹은 최근 리밸런싱 전략을 AI 반도체에 초점을 맞추고 SK하이닉스를 선봉에 세웠다.

최 회장은 "우리 걱정은, 아무리 돈을 벌어도 번 돈보다 지금 더 투자해야 한다는 문제"라며 "SK하이닉스가 좋은 점도 있지만, HBM을 우리가 많이 만든다고 하는데 HBM 투자는 어떻게 보면 비싼 투자다. 솔직히 이것을 계속 더 투자하는 것도 우리로 보면 쉽지 않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HBM이 잘 팔려서 좋은 일이고 행복한 고민일 수 있지만, 투자가 너무 과격하고 많이 들어간다"며 리스크를 안고 HBM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에 반드시 지급돼야 한다고, 업계에서 주장하는 '반도체 보조금'에 대해선 "세제 혜택과 같은 형태로는 감당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시장의 요구에 맞춰서 우리는 설비 투자를 해서 공장을 늘려야 한다. 계속 펩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펩을 하나 지을 때 드는 비용을 계산해보면 20조원이다. 20조원이 투자돼야 새로운 펩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HBM의 경우엔 펩에 또 맞는 구조를 만들려고 하면 더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이 지원을 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이걸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최 회장은 AI 시대를 대비한 우리나라의 전략으로 "AI 인프라스트럭처를 조금 더 우리나라에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AI를 연구, 개발할 수 있는 환경과 구조를 갖추자는 의미다. 최 회장은 "너무 뒤처지면 나중에 빅테크, AI와 관계된 곳들이 우리나라를 선택하지 않고 우리는 거기에 공동화될 우려가 있다. 결국 종속되는 것"이라며 "경제가 힘들지만, 지금은 AI 데이터센터부터 만들고 AI 워리어를 양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AI 워리어에 대해 "AI 시대에 적응해서 그 안에서 무언가 비즈니스와 새로운 걸 여는 사람들을 의미하는데, AI 시대에는 엔지니어의 형태가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에 대해선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그다음에 아마존, 구글까지도 우리 데이터센터의 일부를 쓰게끔 만들고 그다음에 남은 부분은 우리 시민들, 학생들에게 열어줘서 연산, 모델을 만들고 쓸 수 있어야 한다. 나중에는 거의 개인화되는 모델까지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상황까지 갈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 이전에는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데이터를 모아서 한다고 해도 아마 그 사이즈는 작을 것이다. 일본 등 다른 나라와 합력해서 데이터 크기를 키우게끔 만들고 서로 공동으로 이용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간의 협력도 고민해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우리 SK의 경우는 인프라인스트럭처를 갖추는 데 포커스가 되는 기업이고, 네이버가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회사들이다. 네이버는 좋은 위치를 차지한다.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AI가 되는 소프트웨어적인 많은 틀을 만들어서 내놓고 그걸 세계 공통으로 쓸 수 있게끔 만든다고 생각하면 이건 아주 좋은 일이다. 카카오도 그렇다"고 했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9일 제주 모처에서 열린 대한상의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제공

최근 많은 기업이 우려하는 '이공계 인력난'에 대해선 "이과와 문과를 나누는 이분법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과는 어떤 걸 할 수 있고, 문과는 어떤 걸 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력 개발을 어떻게 더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보는데, 이건 농사를 지어야 한다. 2~3년 안에 없던 인력이 나타나서 일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부터 씨를 뿌려야 한다"며 "대학, 고등학교 과정을 특화해 전문 교육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학교 교육 시스템도 만들어야 하고 초등학교부터 AI 훈련과 교육을 받아서 큰 사람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등학교 학기가 시작되면 10~15년 안에는 쓸 수 있는 인력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 정도 대계는 생각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정 급하면 다른 나라 사람들을 데리고 와야 한다"며 "인도는 아직도 많은 인력이 존재하니까 데려올 수 있고 당장 모자라는 인력을 보충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욱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의 경쟁에 대해선 "예측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미국에선 최근 '암살미수' 사건이 벌어진 이후 '트럼프 당선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 회장은 트럼프에 대해 "'그분이 말을 그렇게 하십니다'라는 정도로 믿는 부분이 있고 정말 실천과 행동으로 디테일에 들어가면 항상 그 대안을 충분히 밑에서 제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걸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며 "AI 시장에서 미국이 가장 크고 앞으로도 주도해 나갈 것이라 생각하는데, 트럼프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저희 SK는 아직 미국 반도체에 대한 투자가 그렇게 크지 않다"며 "인디애나주에 들어가는 것도 팹을 크게 짓는 것이 아니라 어드밴스드 패키징 형태다. 아직 완전히 결정된 것이 아니고 보조금을 만약에 안 준다고 하면 저희도 완전히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로 아마 돌 것"이라며 "11월 대선이 끝나고 내년 봄이 지나야 대선의 영향에 대해 정확한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짓고 있다. 투자 규모는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다.

제주=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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