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의 외침 "귀신아 물렀거라!"
[서울환경운동연합]
▲ 남산 곤돌라 상부 승강장 예정지에 위치한 느티나무에 금줄이 둘러져 있다. |
ⓒ 사회적기업(주)시소 |
남산에 금줄을 치기까지
지난해 6월 서울시는 "남산 생태계를 보존하고 남산을 이용하는 시민의 편의도 증진하겠다"며 "생태와 여가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라고 알렸다.
'조화' '지속 가능' 같은 좋은 말로 포장된 남산 프로젝트의 실상은 곤돌라와 스카이 워크 등 대규모 여가 시설의 신규 설치다. 건설 및 운영 과정에서 식생 훼손, 소음, 진동, 빛 공해 등 생태경관 보전지역 생태계 훼손이 불가피한 난개발 사업인 것이다. 시간당 1600명~2000명을 실어 나를 수 있다는 남산 곤돌라, 늘어난 관광객을 감당하기 위한 편의시설 설치와 샛길 증가 역시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업의 타당성과 환경 영향이 논란이 되자 서울시는 지난 5월 '남산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조례'를 공포하며 "남산 곤돌라 운영 수익 전액을 남산 생태환경 보전 사업 등에 활용하겠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관련 조례인 '서울특별시 도시재생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조례' 제7조에 따르면 곤돌라 수익금은 '생태환경 보전 사업' 뿐만 아니라 '여가 공간 조성 사업'에도 사용할 수 있다. 남산 곤돌라 수익금으로 남산에 관광 여가시설을 지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서울시는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1년이 넘도록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개최한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곤돌라 사업에 유리한 일방적 설문조사,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심의 패싱 논란 등 거버넌스 부재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음에도 엄청난 속도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다가오는 11월, 곤돌라 건설 공사를 강행할 예정이다. 남산 곤돌라 설계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 남산 팔각광장에서 남산의 친구들이 금줄을 만들고 있다 |
ⓒ 서울환경연합 |
예정대로 공사가 진행되면 벌목될 오래된 나무를 지키기 위해서 서울환경연합과 남산의 친구들 20여 명이 20일 남산 정상 팔각광장에서 '남산 곤돌라' 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남산의 친구들은 서울환경연합이 지난 3월 결성한 남산을 아끼는 시민의 자발적 모임이다.
남산의 친구들은 한지 조각에 곤돌라 건설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적고 이를 새끼줄 사이에 끼워 금줄 60m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곤돌라 상부 승강장 예정지에 위치한 느티나무와 쉬나무 줄기에 휘감아 둘렀다.
▲ 사회적기업(주)시소 김명은 아보리스트가 100년 음나무에 올라 금줄을 두르고 있다. |
ⓒ 이성수 |
이날 음나무에 오른 (주)시소 김명은 아보리스트는 "나무 꼭대기에서 본 음나무는 건강한 생명 그 자체였다"며 "나무는 멀리서 보면 여러 그루 중 하나로 보이지만 나무 위에 올라가서 보면 사람처럼 각각의 생명으로 다가온다. 곤돌라 개발로 얻을 편리함과 돈을 이유로 생명을 잘라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 남산 곤돌라 상부승강장 예정지에 위치한 쉬나무에 금줄이 둘러져 있다. 금줄에는 "나는 봤어, 아름다움을"이라고 적혀있다. |
ⓒ 서울환경연합 |
"나는 봤어, 너의 아름다움을."
남산의 친구들이 염원을 담아 써 내려간 메시지 중 하나이자 이들이 남산에 금줄을 매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 남산의 친구들이 남산에서 지의류 탐사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습 |
ⓒ 서울환경연합 |
▲ 남산의 친구들 어린이 참여자가 직접 쓴 메시지가 적힌 한지 조각을 들고 있다. 종이에는 "곤돌라 케이블카 설치 절대 반대!"라고 적혀있다 |
ⓒ 이성수 |
우리 민속 신앙에 따르면 금줄을 함부로 제거하거나 침범하면 동티가 난다. 동티란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건드려서 일어나는 재앙을 뜻하는 말이다.
기후위기가 초래한 재난을 얼마나 더 많이 겪어야 우리 인간이 더 이상 자연의 신성한 경계를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을까. 남산의 친구들이 매단 금줄이 서울시의 성급한 행정을 잠시라도 멈추어 주길 바라며 외친다.
▲ 완성된 금줄 앞에서 퍼포먼스 참여자들이 "곤돌라 귀신아 물렀거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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