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심기경호하는 KTV, 그래도 난 계속 부른다"
[구영식 기자]
▲ 가수 백자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탄핵이 필요한 거죠' 풍자영상. |
ⓒ 가수 백자tv |
하지만 KTV의 요청으로 이 영상은 올라온 지 사흘 만에 삭제됐다(2월 13일). 이어 KTV는 세종남부경찰서에 백자를 고소했고(4월), 백자의 요청으로 사건은 서울 마포경찰서로 이첩됐다(7월). KTV는 백자가 만들어 올린 영상이 원래 목적과 달리 '조롱할 목적'으로 영상을 왜곡했다며 "심각한 저작권 위반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KTV의 영상을 무단도용해 개작·변조한 것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저작권법 24조의 2(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상 만든 저작물일 경우 허락을 받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다. 이은우 KTV 원장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나와 "기본적으로 (허가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라면서도 "(백자 영상을 포함한 삭제 요청한 영상들은) 단순 자료 사용이기는 하지만 심각한 저작권 위반사례였다"라고 주장했다. KTV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유튜브에 삭제를 요청한 영상 47건 중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관련 영상이 각각 9건과 38건이었다.
"이건 '입틀막', '유틀막', '노틀막' 아닌가?"
백자는 16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원래는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걸고 싶었을 것이다"라며 "저작권법 위반으로 걸지 말고 직접 명예훼손으로 나를 걸어라"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입틀막', '유틀막'(유튜브 틀어막기), '노틀막'(노래 틀어막기) 아닌가?"라며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의 심기경호를 위한 압박이다"라고 꼬집었다.
백자는 "풍자는 스스로에게도 그렇지만 우리 국민들에게 질식된 독재의 기운이나 분위기 속에서 잠깐이라도 환기시켜주는 숨통 같은 것이다"라며 "힘닿는 한 이런 풍자를 계속해서 국민들과 나누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유튜브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탄핵이 필요한 거죠' 영상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백자는 한국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포크그룹 '혜화동 푸른섬'에 이어 민중가요그룹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다. 그동안 <걸음의 이유>, <가로등을 보다>, <담쟁이>, <서성이네>, <화양연화> <가을이 좋다더니> 등의 앨범을 냈다. 유튜브에서 '가수 백자tv'(구독자18만여 명)라는 채널을 운영하며 '윤석열·김건희 풍자' 영상과 노래를 많이 만들었다가 지난해 유튜브에 의해 수익창출이 중지됐다.
한편 경찰은 7월 26일 소환조사를 백자에게 통보했지만, 백자의 요청에 의해 8월 1일로 연기됐다.
▲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자산의 작업실에서 '탄핵이 필요한 거죠'를 부르는 가수 백자. |
ⓒ 구영식 |
- '탄핵이 필요한 거죠' 영상은 언제 만들었나?
"2월 8일에 윤석열 대통령이 설날을 맞아 대통령실 직원들과 변집섭의 노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를 합창한 KTV 영상을 발표했다. 그런 차에 '오뎅' 웹툰작가가 재밌는 노래 가사를 올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 명품백 받고서 입닫을 그때 / 김건희 특검이 필요한 거죠' 내가 윤석열 대통령 성대모사도 되고 해서 오뎅 작가의 가사를 밑천 삼아 2월 10일 즈음에 만들었다. 원래 가사에는 '특검' 얘기만 나오는데 내가 '탄핵' 얘기 등을 붙였다."
- 그걸 만든 이유가 뭔가?
"윤석열 대통령 영상을 보니까 견딜 수가 없더라. 당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이 터지고 '사과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던 때였다. 그런데 사과도 없이 대통령이 대통령실 직원들을 병풍으로 세워두고 춤추고. 그걸로 열받았는데 마침 '오뎅' 작가의 가사도 올라오고 해서 더빙한 것이다."
- 그전에도 풍자영상이나 노래를 많이 만들었던 것 같은데.
"엄청 했다. '윤석열 풍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있던 2020년부터 했다. 윤 대통령이 꼭 대통령 선거에 나올 것 같더라. 그때 '대호프로젝트'('윤석열 검찰총장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명) 얘기도 나왔기 때문에 '진짜 대통령을 할 생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윤 대통령이 정치에 뛰어들기 전부터 영상이나 노래를 만들었는데, 정치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100곡이 넘을 거다."
- 어떤 게 있나?
"초창기에는 '춘장트롯', '건희트롯', 그리고 장모를 비판한 '잔고증명서 장모증명서' 이런 노래들이 있었다. '펠리스 나비다'(Feliz Navidad)를 개사한 '탄핵이 답이다',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 풍자만화와 관련해 '남행열차'를 이용해서 만든 '윤석열차'도 많이 사랑받았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이 터졌을 때에는 '건희구속팡파레'를 만들었다. '축하합니다 / 감옥갑니다 / 김건희 이젠 진짜 감옥 갑니다' 제가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노래를 헌정해본 적은 처음이다."
- 그렇게 윤석열 대통령에게 노래를 많이 헌정한 이유가 뭔가?
"한 곡 한 곡 열받아서 쓴 건데 안 썼으면 미쳐버렸을 거다. 제 정신건강을 위해서 쓰다 보니 100곡이 훨씬 넘은 것 같다."
- 윤석열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나?
"절대 정치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치를 할 것만 같아서 일찍부터 엄청 비판했다. 주변에서 '그만해라, 그래도 검찰총장인데 칼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러냐?'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절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데 대통령이 될 것 같아서 그때마다 곡을 쓰게 됐다. 그 당시 만든 노래를 보면 내가 미리 예언한 것처럼 '검찰왕국'이 됐고, 지금 '탄핵' 얘기가 나오고 있다."
▲ 백자는 포크그룹 '혜화동 푸른섬'에 이어 민중가요그룹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다. |
ⓒ 권동희-백자님 제공 |
- 그런데 KTV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원래는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걸고 싶었을 거다. 저작권이라고 하면 가수나 작곡가가 걸어야 하는 것 아닌가? KTV 영상에 더빙한 것인데, 음악으로는 못 거니까 자기 영상을 가져가 썼다고 저작권법으로 걸었다. 그 영상도 3일 만에 삭제됐다. 유튜브에서 3일 만에 메일을 보내와 저작권법 위반 경고를 줬다. 유튜브에서는 그게 엄청 크다. 경고를 3회 받으면 채널도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 전에 '가수 백자tv' 유튜브 수익창출도 정지됐는데 저작권법 위반까지 오니까 크게 압박이 되더라.
영상을 만든 게 2월이었는데 4월 초에 세종남부경찰서에서 고소됐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이첩해 달라고 했고, 7월 10일에 서울 마포경찰서로 이첩됐다. 공공기관의 저작물은 일반 국민들이 다 쓸 수 있다고 들었는데 이것이 법적 다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엊그제 촛불집회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저작권 위반으로 걸지 말고 직접 명예훼손으로 걸어라. 맞다이를 뜨자.'"
- 저작권법 위반으로 걸긴 했지만 실제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고소와 같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
- KTV가 설립된 이후 저작권법 위반으로 민간인을 고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 변호사랑 얘기해 보니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 공공저작물은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한다. KTV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으로 공공기관인데 과연 거기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가 법적 다툼이다. 이것은 '입틀막', '유틀막'(유튜브 틀어막기), '노틀막'(노래 틀어막기) 아닌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정권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 KTV의 저작권법 위반 고소가 결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심기를 경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양문석 의원실 자료를 보니까 KTV가 저작권 위반으로 유튜브에 삭제를 요청한 영상 47건 중 대부분이 김건희 여사 관련(38건)이고,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된 건은 9건에 불과했다. 내 노래영상에는 '장모'도 나오고, '마누라'도 나오고, '도이치모터스'나 '명품백'도 나오고, '윤석열 탄핵'도 나온다. (KTV가 삭제요청을 한 것이지만) 결국 김건희 여사가 한 것이라고 본다. 변호사 말이 이런 거는 무혐의가 당연한 건데 사실상 김건희 심기경호를 위한 압박이라면 바로 무혐의 주기는 어려울 것이고 사건을 오래 끌 수 있다고 한다. 계속 압박하기 위해 압수수색이 들어올 수도 있다."
- 이명박 정부 때도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사건들이 많았는데, 윤석열 정부도 그렇다고 보는가?
"카이스트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고,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가 경호처 경호원들에게 입을 틀어막힌 사건이 상징적이다. 그리고 내 풍자조차도 고소하지 않나? 개그를 다큐로 받아들이는 정권이니까 그렇다.
다른 정부에 비해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언론 탄압도 굉장히 심하다. 한마디로 '보이는 것만 봐라, 들려준 것만 들어라' 이것 아닌가? 언론만 때려잡으면 된다고 보고 YTN, KBS, EBS, TBS 등 방송장악을 하고 있다. 또 마음에 안 드는 유튜브에 대해서도 수익창출을 정지시켜 놓고, 저 같은 건을 잡아서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하는 등 예술에 대한 탄압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부르려고 한다. 주변에 '탄핵이 필요한 거죠' 챌린지를 하자고 제안해서 현재까지 13건이나 올라왔다. 이것은 잡혀갈 일도 없다."
"풍자는 국민들에게 숨통 같은 것... 윤석열 대통령은 스스로 내려와야"
- 7월 26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조사받으러 나가는 걸로 아는데 어떻게 방어할 생각인가?
"그날 가려고 했는데 오늘에서야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래서 일정을 조정해서 8월 1일 16시에 가기로 했다. 조사받으러 들어가기 전에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 앞으로도 이런 풍자 영상이나 노래를 만들 생각인가?
"안 그러면 제가 못살 것 같다. 힘닿는 한 계속해 볼 생각이고, 그것을 국민들과 나누려고 한다."
- 예술가에게 풍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풍자는 스스로에게도 그렇지만 우리 국민들에게 숨통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질식된 독재의 기운이나 분위기 속에서 잠깐이라도 환기시킬 수 있는 숨통. 조그마한 유리창을 살짝 연 거다."
- 마지막으로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제발 스스로 내려왔으면 좋겠다. 내가 (저작권 위반으로) 벌금 1000만 원을 내도 좋으니까 국민들을 위해 내려왔으면 좋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떠나면서 '이번 장마에도 피해 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는 16자 문자만 남겼다. 비가 엄청 많이 왔고, 실제로 돌아가신 분도 있는데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너무 끔찍하고 비인간적이다. 자신들 말고는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이 하나도 없다.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는 게 국민들을 도와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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