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 '청력'도 선물하는 경북교육청…"지원 늘려주세요"

김정석 2024. 7.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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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력에 장애가 있는 초등학생 주현(가명)군이 착용하고 있는 인공와우 장비. 5~10년 주기로 부품을 지속적으로 교체해줘야 한다. 사진 독자

경북 포항시 한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주현(가명·12)군이 청력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4년 전이다. 입학 전까지만 해도 받아쓰기도 곧잘 하고 가족과 소통에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주현군은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서 부르는 소리를 잘 듣지 못해 대꾸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언어 발달도 또래 아이들보다 뒤처져 언어치료센터에도 다녀야 했다. 그렇게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주현군은 청력을 대부분 잃게 됐다.


평생 부품교체 필요한 인공와우 ‘부담’


주현군은 서울에 있는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고도난청 장애 진단을 받았다. 질병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선천적으로 청력이 나쁘다는 진단이었다. 주현군의 어머니 장모(40)씨는 주현군에게 인공와우 수술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인공와우 수술은 보청기로도 듣기 어려운 고도난청 환자에게 와우(달팽이관)를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장치를 이식해 청력을 회복시키는 이식 수술이다. 신체 내부에 설치하는 장치는 반영구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신체 외부에 착용하는 장치는 부품을 5~10년 단위로 교체해야 한다.

외부 장치는 배터리와 마이크·표시등·코일·자석 등 10여 개에 달한다. 저렴한 부품은 3만원 정도지만 가장 비싼 ‘어음처리기’는 한쪽에 800만원을 호가한다. 국내 건강보험은 외부기기에 대해 최초 1회만 60%의 교체 비용을 지원하고 이후부터는 전액 자부담이다.


경북교육청, 수술비·부품교체비 지원


기초생활수급자인 장씨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저렴한 부품 교체에도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장씨는 “인공와우 이식술을 할 때 미성년자는 70~80% 정도 수술 비용을 건강보험에서 지원받기 때문에 큰 부담이 아니었지만, 앞으로 평생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라며 “부품마다 수명이 다른데 외부 충격에 부서지기라도 하면 바로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와우 수술 후 착용해야 하는 장비. 5~10년 주기로 교체해야 하는 부품이 다수 장착돼 있다. 사진 독자
혼자서 주현군을 키우고 있는 장씨는 생계를 위해 매일 식당에 나가 근무를 하고 있는데 1~2주에 한 차례씩 차로 왕복 3시간 거리인 대구까지 재활치료를 가야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런 가운데 장씨는 지난해 경북도교육청의 지원으로 인공와우 부품 교체비를 지원받아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장씨는 “학교 선생님이 인공와우 수술비와 부품 교체비 지원사업이 있다고 해서 신청했다”며 “지난해 각종 부품 교체 비용을 받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경북도교육청은 2022년 전국 시·도교육청 최초로 인공와우 수술비와 부품 교체비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청각 장애 학생 학습권 보장과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첫해 22명에게 1억원, 지난해 18명에게 8000만원, 올해 11명에게 60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사업 3년째…부모들 “지원 확대”


지원 대상은 경북지역 특수학교와 유·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각 장애로 선정된 특수교육대상자 중 인공와우 시술이 필요한 학생과 관련 부품 교체가 필요한 학생, 보청기 구매비 지원이 필요한 학생이다. 1인당 1000만원 내에서 실비를 지원한다.
경북도교육청 전경. 사진 경북도교육청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은 “청각 장애 학생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학생 교육권 보장과 사회참여 확대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청각 장애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청각 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인공와우 수술비와 부품 교체비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원이 한정돼 있다 보니 형편이 비교적 어려운 가정도 지원사업에 탈락할 때가 있어서다.

장씨는 “지난해엔 다행히 지원 대상에 선정됐지만 첫해와 올해에는 탈락했다. 지원대상을 심의할 때 장애 정도와 가정환경, 학교생활을 종합적으로 따지는데 기초생활수급가정인데도 합격선에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며 “부품 중 가장 비용이 높은 수백만원짜리 장치를 교체할 시기가 왔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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