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세입자, 하루전 "방 뺄게요" 가능…대법 "묵시적 갱신 없어"

김정연 2024. 7.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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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상가 세입자는 ‘계약 갱신을 하지 않겠다’는 통지를 계약 만료 전 언제든 해도 효력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엔 임차인이 갱신거절 통지를 하는 경우에 대해선 ‘묵시적 갱신’ 여부를 정해둔 조항이 없다. 이에 따라 세입자는 계약 만료 전날이라도 ‘나가겠다’말하면 그 계약이 연장되지 않고 만료일에 끝난다는 것이다. 그간 같은 쟁점의 소액사건은 많았지만 대법원 판례는 없었다.

상가 세입자였던 A씨는 2018년 12월 30일부터 2년간 인천 남동구의 한 상가점포를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80만원에 빌리는 계약을 맺었다. A씨는 계약 만료 하루 전인 2020년 12월 29일 ‘계약 갱신을 하지 않겠다’고 임대인에게 말했고, 이후 A씨 명의로 임차권등기를 설정한 뒤 이듬해 1월 27일 가게를 뺐다. 그러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2021년 2월 26일 ‘3000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상가임대차법에 관련 규정이 없었던 만큼 주택임대차법의 규정을 대입해 판단했다. “양측 모두 계약 만료 1개월 전까지 아무 말이 없었으니 계약은 묵시적으로 갱신됐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또 “계약 종료 통지 후 3개월 뒤부터 계약이 해지되므로 2021년 3월 29일 계약해지”라고 1심 재판부는 봤다. 2020년 7월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세입자는 한 차례 계약이 자동연장 된 뒤엔 언제든 계약 종료를 통보할 수 있지만 효력은 통보 3개월 뒤부터 발생한다. 이에 따라 3월까지를 계약일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에 따라 임대인은 보증금 3000만원을 돌려주되, A씨는 2021년 3월 임대료까지 내라고 판결했다. 또 점포가 남아있던 2021년 1월까지의 관리비도 제한 뒤 A씨에게 돌려주라고 했다. 항소심의 판단도 같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기존 계약이 끝나기 전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상, 기존 계약 만료일인 2020년 12월 30일부로 계약이 해지된다고 봤다. 따라서 원심에서 A씨에게 ‘2021년 월세 및 미납관리비도 내라’고 한 부분은 잘못됐고, A씨에게 낼 의무가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계약만료 1개월 전이 이미 지났더라도, 계약만료 전에 세입자가 ‘갱신거절’ 의사를 밝힐 경우 묵시적으로 갱신이 되지 않고 기존 계약 만료일에 그대로 종료된다”고 판단했다. 상가임대차법에 임차인의 갱신거절 통지 기간을 규정해두지 않았으니, 계약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민법의 대원칙에 따랐다는 게 대법원 설명이다.

대법원은 “원심대로라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전에 갱신거절 통지를 한 임차인의 의사에 반해 묵시적 갱신을 강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상가건물 임차인을 보호하고 경제생활의 안정을 보장하는 입법취지에도 반한다”며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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