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철회 파동, 자승자박 된 울산의 '말 바꾸기'

이준목 2024. 7. 2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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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가장 큰 피해자는 해당 선수들, 울산 구단 이미지-신뢰도에 큰 타격

[이준목 기자]

프로축구 '디펜딩챔피언' 울산HD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리그 3연패를 향하여 한창 분발해도 모자랄 시점에, 감독을 하루아침에 잃은 데 이어 트레이드 철회 파동까지 그야말로 바람잘날이 없다.

울산은 최근 팀을 이끌던 홍명보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의 제안을 수락하면서 A대표팀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시즌중에 갑자기 갑자기 선장을 잃은 울산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 전력 보강은 물론이고 새 감독까지 찾아야 하는 난감한 상황을 맞이했다.

그런데 울산은 감독 상실의 혼란이 가시기도 전에 또다른 논란에 휘말렸다. 울산은 최근 FC서울과 협상을 통하여 미드필더 원두재를 내주고 수비수 이태석을 받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두 선수는 이적 준비를 모두 마치고 소속팀에 작별인사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울산은 지난 16일 갑자기 일방적으로 트레이드를 취소했다. 트레이드를 먼저 제안했던 구단이 계약을 파기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심지어 울산은 그 이유로 '원두재 이적을 반대하는 여론을 고려했다'라는 황당한 변명을 내놓은 것이 더 큰 논란을 초래했다.

김광국 울산 대표이사가 발표한 해명문에 따르면, 전역을 앞둔 원두재는 당초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었고, 울산은 그 공백을 대비하여 같은 포지션에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정우영까지 영입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원두재의 여름 해외진출이 무산되면서 출장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팀으로의 이적을 요청했고, 당시 사령탑이던 홍명보 감독도 이를 수락했다고 한다.

그런데 홍명보 감독이 팀을 떠나면서 상황이 묘하게 바뀌었다. 실제로 원두재의 이적설이 처음 알려졌을 때 울산 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지난 17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코리아컵 8강전에선 원두재 이적과 관련하여 프런트를 비난하는 걸개가 내걸리기도 했다.

이태석도 좋은 자원이지만 A대표팀 경력에 멀티포지션도 소화가능한 원두재를 내주기에는 아깝다는 반응이었다. 홍 감독이 대표팀으로 떠난 직후 남은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에서는 원두재의 잔류를 적극적으로 원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구단간에 합의한 거래를 일방적으로 깨버렸다는 사실이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울산은 이번 사태 이전에는 여름이적시장에서 외국인 선수 야고 영입전을 둘러싸고 강원FC와도 갈등을 빚은 전력도 있기에 여론은 더욱 곱지않다. 굳이 팬들이나 이미 떠난 전임 감독까지 핑계로 거론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도 성숙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울산은 서울 구단도 지난 2022년 1월 골키퍼 서주환의 영입 약속을 지키지 않았지만 대외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계약파기를 당한 서울을 저격하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 구단은 서주환의 사례는 당시 메디컬테스트에서 부상으로 탈락했기 때문이라며 울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한 원두재의 이적 역시 홍명보 감독과는 무관하게 사임 이후에 합의된 것이라는 게 서울의 주장이다.

김기동 FC서울 감독도 지난 17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코리아컵 8강전을 앞두고 울산과의 트레이드 파동에 대하여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김 감독은 "상식 밖의 일이 벌어졌다. 구단 대표간에 합의가 다 된 사안이었는데, 이럴거면 대표이사도 필요 없는 것 아니냐"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트레이드 파동에 휘말린 해당 선수들이다. 특히 이태석은 이미 울산에 집까지 구해놓은 상태에서 트레이드가 무산되며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두재 역시 자신의 SNS 프로필에서 소속팀 유니폼을 입은 사진을 내리고 의미심장한 검은색 배경을 올리며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축구팬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특히 팬들이 이번 해프닝을 유독 곱지않게 보는 것은, 결과적으로 울산의 행태가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모양새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울산 팬들이 최근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선임에 그토록 분노했던 가장 큰 이유는, 홍 감독이 대표팀으로 가지 않겠다던 약속을 하루아침에 뒤집고 팬들을 기만했기 때문이었다.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 선임 직전까지도 축구협회를 비판하며 "울산 팬들이 걱정하실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으나 결과적으로 불과 이틀만에 공허한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홍명보 감독의 변심으로 큰 상처를 받았던 울산 구단은 그로부터 2주도 안 되어 이번엔 바로 자신들이 '말 바꾸기'의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울산은 전통의 명문이자 현재 K리그의 리딩클럽으로까지 꼽히는 구단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구단 이미지와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울산이 자신들을 저버린 선수와 감독을 과연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또한 과연 어떤 구단들이 울산을 믿고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까. 명문구단이라면 단지 성적만이 아니라 그에 어울리는 '품격과 신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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