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세론’에 중국이 떨고 있다 [김규환의 핸디 차이나]

김규환 2024. 7. 2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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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후보 수락연설서 중국산 자동차에 100~200% 관세
밴스 “중국, 미국민 뒤에 앉아 이익 취하는 상황을 없앨 것”
UBS.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 부과시 中 GDP 2.5%P 급락
SCMP “中 정부·민간, 트럼프 집권 대비 무역전쟁 준비 중”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장에서 대선 후보직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미국 대선 10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국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암살미수 사건 이후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세론’이 사실상 굳어지면서 그를 비롯해 ‘트럼프 2기‘ 유력 인사들이 ’대중 강경론‘의 불을 지피고 나섰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장 서서 ‘대중(對中) 포문’을 열었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그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미국산 자동차 생산확대 방침을 밝히며 중국산 자동차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중국 때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지난 18일 공식 천명했다. 트럼프 후보는 앞서 1월 28일 중국에 대해 60% 관세를 생각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밝혔고, 2월 4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선 60%보다 더 부과할 수 있다고 재확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무관세로 미국에 내다팔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는 “지금 중국은 자동차를 만들어 세금이나 다른 어떤 것도 없이 우리나라에 판매하기 위해, 멕시코 국경 너머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며 "우리는 자동차 제조업을 다시 가져올 것이며 신속하게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그들이(중국이) 우리와 합의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동차마다 약 100~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그들은 미국에서 팔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중 강경 매파 J D 밴스 미 연방 상원의원도 지난 17일 전당대회 대선 부통령 후보직 수락연설을 통해 중국에 대한 강경 입장을 설파했다. 밴스 부통령 후보는 "미 노동자의 임금을 보호하고 중국이 미국 시민들을 통해 자국 중산층을 건설하는 것을 막겠다"며 “중국이 미국민의 뒤에 앉아 이익을 취하는 상황을 멈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J 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이 지난 17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직 수락 연설을 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1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바는 그곳에 가서 러시아인·우크라이나인과 협상해 전쟁을 신속히 종결함으로써 미국이 진짜 문제, 중국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밴스 후보는 또 "중국은 우리나라(미국) 최대의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하는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난 밴스 후보는 부모의 이혼, 마약중독 모친의 학대와 가난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대학 학비를 벌기 위해 해병대에 자원 입대해 이라크 파병기간을 포함해 5년간 복무했다. 전역 후 오하이오주립대를 2년 만에 수석 졸업하고, 변호사와 벤처캐피털 기업인을 거쳐 연방 상원의원까지 올라왔다.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로 일하던 밴스 후보는 2015년 자신의 평생 후원자이자 디지털결제 회사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의 회사 ‘미스릴 캐피털’에 합류해 벤처투자자로 변신하며 정치권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조 바이든 정부의 대중 기술제재가 트럼프 2기에서도 지속되는 것은 사실상 시간문제다. 실리콘밸리에서 잔뼈가 굵은 밴스 후보는 2022년 상원의원에 출마할 때 실리콘밸리 인맥의 도움을 받는 등 기술업계와 인연이 깊다. 미·중관계 전문가인 뤼샹(呂祥)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밴스를 택한 것은 기술보호주의자들과 동맹을 맺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를 보여준다"며 "트럼프-밴스 팀은 더 공격적인 기술보호 정책을 옹호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2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유력한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도 ‘중국 때리기’에 등판했다. 그는 15일 공화당 전당대회 개최와 맞물려 열린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정책 행사에 참석해 “중국이 가장 큰 대외적 도전”이라며 “결정적인 상대인 중국과의 결정적 순간에 힘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중국 장쑤성 롄윈강항에 수출용 차량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 AFP/연합뉴스

콜비 전 부차관보는 “러시아가 위협적이지만 중국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10배”라며 “미국 우선주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이 아시아를 지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어 “중국이 아시아를 지배하면 세계 경제 절반 이상을 지배한다”며 "우리와 협력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인도, 호주 등 다른 아시아 국가는 중국보다 약한 만큼 인도·태평양 지역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중국 경제성장 반토막론’도 나돌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해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절반 이상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1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 후 공언한 대로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이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5% 감소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왕타오(汪濤) UBS 이코노미스트는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의 미래 GDP 성장률을 2.5%포인트 떨어뜨릴 수 있으며, 이는 중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커다란 충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자료: 미국 인구조사국

이 같은 성장률 하락의 절반은 수출 감소에서 나타나게 되고 나머지는 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타격에서 초래할 것으로 UBS는 예측했다. 왕 이코노미스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나라를 통한 수출과 생산이 늘어나 미국의 관세인상 영향을 줄이겠지만 다른 나라들도 중국산 수입이 크게 늘면서 미국과 비슷하게 관세부과를 고려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2023년 성장률은 5.2%였으며, 올해는 ‘5% 안팎’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대중 고율관세에 따라 중국이 받게 될 타격은 그가 처음 미·중 무역전쟁의 개시했을 때보다 더 클 것이라는 게 중국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중국은 대중 고율관세가 본격 시작된 2018년 하반기부터 실물경제 지표에 일제히 빨간불이 켜졌다. 결국 2019년 경제성장률은 1990년(3.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6.0%까지 급락했다.

그런데 중국 성장률은 이미 5%대로 추락했고, 이마저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등 2018년보다 내부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최대 성장 동력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했던 부동산이 고꾸라졌고, 소비심리도 꽁꽁 얼어붙었다. 그나마 수출이 4월 이후 3개월째 증가폭을 늘리며 전체 경제를 힘겹게 끌어올리고 있는데, ‘트럼프’ 쓰나미가 밀려올 태세다.

ⓒ 자료: 미국 인구조사국

상황이 이런 만큼 중국은 대비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관세인상 등 무역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CM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할 경우에 대비해 중국 정부와 민간 분야는 미국과의 장기 무역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비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싱크탱크인 현대국제관계연구원의 천펑잉(陳風英) 연구원은 "또 다른 무역전쟁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우리는 이미 점차 적응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공급망 이전을 통해 관세를 소화해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 집권 당시 연간 500억 달러(약 70조원)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고율관세 부과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 서명 이후 미국과 중국의 이른바 무역전쟁이 본격화했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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