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도 못 뗀 새끼 12마리 용궁갔다…위기의 제주 남방큰돌고래

최충일 2024. 7.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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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폐사한 14마리 중 8마리가 ‘젖먹이’


지난 1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 해상에서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돼 보이는 죽은 새끼 남방큰돌고래를 주둥이에 올린 어미가 포착됐다. 사진 다큐제주
제주 앞바다에 사는 국제보호종 남방큰돌고래 새끼가 잇따라 폐사하고 있다. 올해 발견된 새끼 사체만 8마리다. 이에 동물보호단체 등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1일 제주해양경찰청과 제주대 돌고래연구팀, 다큐제주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제주 연안에서 사체로 발견된 남방큰돌고래 14마리 가운데 절반이 넘는 8마리가 새끼였다. 이와 함께 최근 3년간 제주 바다에서 폐사한 남방큰돌고래 30마리 중 새끼는 12마리에 달했다. 새끼 중 대부분은 1살 이하로 젖도 아직 못 뗀 상태였다.


죽은 새끼 애도하는 어미 돌고래


지난 1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 해상에서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돼 보이는 죽은 새끼 남방큰돌고래 1마리가 포착됐다. 사진은 지난해 3월부터 발견된 숨을 거둔 새끼들. 다큐제주
새끼 돌고래 사체는 대부분 서귀포시 대정읍 해상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곳은 해안에서 맨눈으로 남방큰돌고래를 관찰할 수 있어 관광객이 ‘돌고래 멍’을 하는 장소로 유명하다.

지난 1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 해상에서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돼 보이는 새끼 남방큰돌고래 1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길이 90㎝, 무게 5㎏ 정도인 이 돌고래는 부패가 꽤 진행된 상태였다. 이를 촬영한 오승목 다큐제주 감독은 “죽은 새끼 남방큰돌고래를 주둥이에 올려놓고 유영하는 어미 돌고래를 봤다”며 “가슴으로 안아도 보고 주둥이에 다시 올려도 보며 마치 죽은 새끼를 애도하는 듯한 어미 모습이 애처롭기만 했다”고 말했다.


“폐어구 등 해양오염에 생태 파괴”


제주해경과 제주대학교 김병엽 교수가 지난달 6일 제주 대정읍 해상에서 발견된 남방큰돌고래 폐사체를 수거하고 있다. 사진 김병엽 교수
오 감독은 비슷한 시각 일과리 해상에서 폐어구에 걸린 채 유영하는 남방큰돌고래 새끼도 함께 발견했다. 그는 “이 새끼 돌고래가 현재까지는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며 지내는 듯했다”며 “폐어구와 폐플라스틱 등으로 오염된 제주 바다는 새끼 남방큰돌고래 생존에 위협을 가하고 있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돌고래 탐방선 스트레스 클 것”


제주도 대정읍 일대 해상에서 운영 중인 돌고래탐방선들 옆으로 유영 중인 남방큰돌고래 무리. 사진 다큐제주
해양 쓰레기 외에 새끼 돌고래가 폐사하는 원인으로 ‘돌고래 탐방선’에 의한 스트레스가 지목되고 있다. 돌고래 탐방선은 남방큰돌고래가 배를 따라 유영하는 모습을 가능한 가까이서 볼 수 있게 운항한다. 그래서 돌고래에게 직·간접적인 스트레스를 줄 수 있어 규제까지 생겼다. 지난해 4월부터 남방큰돌고래를 비롯한 해양보호생물에 50m 이내에 선박이 접근했다가 적발되면 2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 과태료 부과는 2022년 9월 국회에서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됨에 따라 가능해졌다.

“제대로 출산·육아 못 하는 생태 우려”


남방큰돌고래 전문가인 김병엽 제주대 해양과학대 교수가 지난 17일 연구실에서 최근 새끼 돌고래 폐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돌고래 전문가인 제주대 김병엽 해양대학 교수는 “남방큰돌고래는 운항하는 배 인근에서 유영하는 습성이 있어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거나, 다칠 수 있다”며 “이런 외부 생태 요인에 노출된 어미 돌고래가 스트레스성 조기 출산을 하는 등 제대로 된 임신·출산·육아를 하기 힘들어진 점도 새끼가 폐사하는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는 남방큰돌고래 생태 보호를 위해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지정을 추진중이다. 생태법인은 생태적 가치가 큰 자연환경이나 동·식물 등에 법적 권리를 주는 제도다. 남방큰돌고래가 법인격을 부여받으면 동·식물도 후견인 또는 대리인을 통해 국가·개인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주체가 된다. 생태법인 지정 추진은 지난해 11월 발표 이후 전문가 자문 등을 검토 중이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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