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버튼 하나로 만끽하는 '낭만'… 벤츠 CLE 카브리올레
과하지않고 품격 있는 데일리 컨버터블카
소프트탑 열고 닫는데 20초… 터널에선 '발 동동'
일상과 일탈을 자유자재로 오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예쁘지만 입을 일은 도무지 없을 것 같은 화려한 파티용 드레스를 선뜻 사기가 어렵듯 말이다.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일상에서 타기 좋은 실용성과 가성비, 반듯하고 세련된 이미지에 집착하는 이유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들의 고민에 'CLE 카브리올레'라는 선택지를 내놨다. 뚜껑을 열어젖힌 벤츠를 타고 한강을 내달리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낭만적이지만, 수시로 터널이 튀어나오는 우리나라에서 컨버터블을 완벽히 즐기는 것이 가능할까.
그래서 직접 시승해 봤다. 시승모델은 CLE 450 4MATIC 카브리올레, 가격은 1억 80만원이다. 부산 빌라쥬드 아난티에서 출발해 광안대교, 부산항대교, 남향대교, 가덕대교를 거쳐 가덕도에 위치한 카페를 찍고 돌아오는 왕복 약 100km의 코스였다.
"대단히 특별하진 않네." 벤츠 로고가 주는 럭셔리함과 날렵한 몸매는 당연히 눈이 가는 요소지만, 얼굴만 봐서는 E클래스나 GLE를 봤을 때의 상징적인 특이점을 느끼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분명히 차량을 직접 마주 하기 전, 사진으로 봤을 때는 그랬다.
시승 코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직접 차를 몰기위해 나갔을 때는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승차는 미리 소프트탑을 열어젖힌 채 시동을 걸어둔 상태였는데, 뚜껑 열린 카브리올레는 마치 케이스를 벗겨 낸 아이폰을 보는 듯 했다.
"이게 바로 카브리올레구나." 가까이 다가서자 얼굴이 새삼 다르게 보였다. 특별하지 않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길쭉한 후드와 오버행이 누가봐도 '스포츠카'임을 몸소 드러내고 있어서였다.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것 처럼 역동적인 얼굴이 뚜껑을 열어놓으니 보이기 시작했다.
달리는 맛과 열리고 닫히는 뚜껑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인테리어는 힘을 조금 뺀 듯한 심플함이 인상적이다. 전반적인 블랙 톤에 삼각별이 빛나는 스티어링휠과, 중앙의 큼지막한 디스플레이가 사실상 전부다.
본격적으로 운전석에 앉았을 때는 그간 느껴본적 없던 개방감이 온 몸에 전해졌다. 밟는 대로 얼굴로 전해지는 속도감, 뜨거운 날씨의 햇볕. 뜨거운 정수리보다도 주변 차량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신경쓰여 뚜껑을 열고 닫기를 반복했지만, 늦은 밤 차 없는 도로에서는 더욱 온전히 즐길 수 있을 듯 하다.
특히 뚜껑열고 달리는 것에 집중한 차인만큼, 오픈 톱 드라이빙에 맞춰진 기능들이 눈에 띈다. 콘솔 앞에 위치한 세개의 물리버튼은 톱을 열고 닫는 것 뿐 아니라 바람이 얼굴을 때리지 않도록 하는 에어캡 기능이 탑재됐다. 버튼을 당기면 앞유리 상단과 헤드레스트 뒤에 위치한 윈드 디플렉터가 솟아나는데, 탑승자 머리 위로 공기막을 형성해 운전자를 방해하지 않도록 돕는다고 한다.
헤드레스트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에어스카프' 기능도 인상적이다. 한겨울에도 뚜껑을 열고싶은 이들을 위한 기능이다. 여름이라 오래 켜놓지는 못했지만, 제법 뜨거운 온도의 바람이 뒷목을 감싸면서 몸 전체를 후끈하게 만든다.
중앙 디스플레이 각도도 조절할 수 있다. 버튼을 누르면 누워있던 디스플레이가 일어나는데, 운전 중 햇빛으로 반사돼 화면이 보이지 않을 때 매우 유용했다. 화면이 일어나면서 운전자와 더 가까워지는 만큼, 운전 중 화면 속 기능을 누를 때 손을 멀리 뻗지 않아도 된다.
이 행복을 온전히 느끼게 해주는 것은 바로 CLE 카브리올레의 달리기 실력이었다. 시승차 CLE 450 카브리올레는 직렬 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됐고, 최고 출력 381 ps, 최대 토크 51 kgf·m 의 무시무시한 성능을 발휘한다. 가속페달을 아무리 갑작스레 밟아도 지체없이, 힘들어하지않고 운전자가 원하는대로 튀어나가준다.
전날 비가 많이 내린 탓에 작은 포트홀과 고르지못한 노면이 무수히 많았지만, CLE 카브리올레는 어떤 노면에서도 승차감을 지켜냈다. 연속적으로 앞뒤 차축의 댐핑을 조절할 수 있는 다이내믹 바디 컨트롤 서스펜션이 탑재된 덕인데, 주행 상황, 속도 및 노면 상태에 맞게 휠의 조향 특성과 댐핑 특성이 개별적으로 제어되는 덕이다. 운전자는 걱정 없이 바람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다만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수많은 터널은 익숙해질 필요가 있겠다. 터널 진입 직전 알아서 창문을 올려주고 내기순환으로 바꿔주는 차가 등장하는 시대에 온몸으로 터널 공기를 마시지 않으려면, 터널의 위치를 파악하고 미리 뚜껑을 닫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뚜껑을 열고 닫는데 걸리는 시간은 20초, 터널에 이미 진입해 기다리는 20초는 꽤 길다.
신나게 내달리고 나서 연비를 확인할 때는 걱정이 앞섰지만, 10km/L의 준수한 수치에 감동이 몰려왔다. 48V 온보드 전기 시스템을 갖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 덕이다. 바닥에 기름을 뿌리고 다닌다던 뚜껑열리는 스포츠카는 이제 옛말이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CLE 카브리올레는 '젊은이나 타는 차'가 아니라,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일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출퇴근하는 차에서 버튼하나 만으로 즐기는 자유로움, 여기에 담긴 벤츠의 기술력은 1억이라는 가격이 오히려 가성비있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타깃
-가슴 한켠에 낭만을 품고 사는 당신
-뚜껑닫으면 언제나 조신하게 출퇴근 가능
▲주의할 점
-생각만큼 뚜껑을 열어젖힐 일이 자주 없을 지도
-"그 돈이면 E클래스 사지"라는 공격에 항상 반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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