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오픈 챔피언십은 왜 위대한가

성호준 2024. 7. 21. 00:1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황량한 바닷가 벌판에서 열리는 디 오픈 챔피언십. 거칠지만 챔피언십의 정신이 가장 잘 구현된 대회로 꼽힌다. AP=연합뉴스

올해 마스터스에서 컷통과(상위 50위와 동타)한 60명 중 이번 디 오픈(상위 70위와 동타)에서 컷을 넘은 선수는 31명이다. 마스터스에서 컷통과한 선수의 절반은 디 오픈 컷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출전하지 못했다. ‘명인 열전’이라고도 불리는 마스터스에서 컷통과한 화려한 선수들이 왜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맥을 못췄을까.

마스터스 컷통과 선수들의 경쟁력이 그리 높지 않다는 뜻이다. 마스터스는 컷 경쟁률이 낮다. 올해 마스터스 참가 선수는 89명이었다. 여기에는 역대 우승자(18명)와 아마추어(7명) 등이 포함되어 있어 실제 경쟁자는 70명 정도다. 70명이 출전해 50명 이상 컷통과한다. 실질 경쟁률은 1.4대 1 정도다.

반면 디 오픈은 158명이 출전했다. 디 오픈에서도 경쟁력이 줄어든 역대 우승자와 아마추어가 있지만 그런 선수를 제외해도 140명이 남고 실질 경쟁률은 2대1에 가깝다.

물론 마스터스를 비롯한 메이저대회에는 세계 랭킹 50위 이내 선수 모두 참가한다. 최고 선수 중 빠지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그러나 골프는 컨디션에 따라 매주 실력이 달라지고 경기가 열리는 주에 누가 더 실력이 좋은지는 쳐 봐야 안다.

디 오픈에서는 이런 선수를 위해 예선 대회를 연다. 올해는 댄 브라운과 저스틴 로즈가 예선을 통과해 2라운드까지 공동 2위에 올랐다. 이런 무명용사들이 등장하는 대회가 디 오픈과 US오픈이다.

마스터스는 폐쇄적인 대회이고 디 오픈과 US오픈은 열린 대회다.

마스터스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선수를 ‘초청’해서 연다. 참가 자격이 되더라도 주최 측에서 초청장을 보내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 꽃 피는 아름다운 봄에, 적정한 규모의 유명 선수들이 참가하는 축제 형식이 마스터스다.

마스터스는 지역 예선도 없다. 선택된 일부 선수들만 나갈 수 있다. 마스터스 같은 진입 장벽이 높은 폐쇄적 조직은 들어가기는 어렵지만 일단 진입만 한다면 그 안에서의 경쟁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하우스. 마스터스는 꽃 피는 봄에 열리는 축제 같은 대회다. AP=연합뉴스


유명 스타들은 마스터스에서 유달리 많이 우승한다. 잭 니클라우스는 6번, 타이거 우즈는 5번, 아널드 파머는 4번 그린재킷을 입었다. 반면 디 오픈에선 니클라우스와 우즈는 3번씩, 파머는 2번 우승하는 데 그쳤다. 스타 선수들이 마스터스에서 더 힘을 낸다기 보다는 그들과 경쟁할 무명 선수 수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대회장 선정도 차이가 난다. 마스터스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만 열리는데 디 오픈, ·US오픈은 여러 골프장을 돌아가며 이용한다. 다양한 골프장에서 열리면 무명 선수들에게 기회가 좀 더 있다. 개천에서 용 날 가능성이 보다 큰 것이다.

마스터스는 우승자의 평생 출전권이 보장된다. 한 번 귀족이 되면 평생 권한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스타들을 위한 귀족주의 성향의 대회가 마스터스, 평범한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시민적인 대회가 두 오픈 대회라고 볼 수 있다.

닫아둠으로써 마스터스는 신비함과 화려함을 얻었다. 그곳에 들어갈 수 없는 일반 선수나 대중이 오히려 마스터스를 명품으로 여겨 귀하게 여기기도 한다. 선수들은 마스터스 출전의 꿈을 꾼다.

오픈 대회는 말 그대로 열린 대회다. 문호를 활짝 열고 기회와 자격의 균등을 추구한다. 그래서 디 오픈이나 US오픈은 가능한 많은 선수가 참가할 수 있도록 해가 가장 긴 여름에 대회를 연다.

그 더운 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서 땀을 흘려 가장 훌륭한 퍼포먼스를 낸 선수가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그가 어디에서 왔든, 아버지가 누구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것이 오픈 챔피언십, 또 민주주의의 이상이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