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가는 핏줄 의심한다"…외할머니가 용돈 더 주는 이유
■ 추천! 더중플-VOICE:세상을 말하다
「 유전자의 ‘지배’와 인간의 ‘반항’
최근 ‘유전자 탓’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학업 성적이나 건강, 수명도 모두 유전자 탓일 뿐, 노력은 성취와 상관없다는 것이다. 약 150년 전,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1859년)에서 인간을 ‘자연 세계의 일원’으로 격하시켰다. 약 50년 전엔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책『이기적 유전자』(1976년)를 통해 인간을 번식을 위해 유전자(gene)의 조종을 받는 ‘번식 기계’로 끌어내렸다. 정말로 인간 사회 여러 제도와 규범, 정치·종교적 신념은 유전자 지배와 종속 아래서 발현된 ‘현상’에 불과할까. 인간은 정말 유전자를 극복할 수 없는 개체일까.
더중앙플러스 ‘VOICE:세상을 말하다’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01) 에선 최근 책『유전자 지배 사회』를 쓴 최정균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인터뷰를 통해 인간의 유전자가 ‘사랑’과 ‘혐오’라는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전했다. 정치적 진보·보수 성향에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고, 정치 성향을 바탕으로 이룬 정치 체제는 유전자의 진화 방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는지 등을 상세히 다뤘다.
최 교수는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인간이 만든 여러 제도와 규범이 이성과 합리성을 통해 결정된다고 여기지만 ‘본능적인 요소’가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깊숙이 적용된다”고 말하며 “이런 유전자의 지배에 맞선 인간의 ‘반항’도 엄연히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인간의 ‘반항’을 어떻게 규정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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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유전자의 냉혹한 기만, 사랑
인간 세계의 모든 것은 물질로 치환된다. ‘사랑’이란 감정도 그럴까. 최정균 교수는 “유전자적 관점에서 보면 사랑 역시 번식이란 목적으로 진화가 고안해 낸 신경기관의 메커니즘일 뿐”이라고 말했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예외가 아닐까. 최 교수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 역시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 문제가 아니라, 인간 의지와 상관없는 조건적 발현”이라고 강조했다.
Q : 생존을 위해서라면 부모·자식 사이에도 냉혹한 선택은 필연적인가.
배 속에 있는 자식과의 갈등은 더 끔찍했다. 1959년 영국 동물학자 힐다 브루스(Hilda Bruce)는 새끼를 밴 암컷 쥐가 새로운 수컷과 함께 살게 될 경우 자발적으로 유산하는 현상을 발견해 〈네이처〉에 보고했다. 2012년엔 원숭이에서도 이런 ‘브루스 효과(Bruce effect)’가 관찰돼 〈사이언스〉에 보고됐다. 원숭이 집단에서 몇몇 암컷이 임신했을 때 그 집단을 지배하는 수컷이 다른 수컷에게 죽임을 당해 왕좌를 뺏겼을 때 자연 유산했다. 새끼를 낳아봤자 새로운 수컷에게 죽임을 당하니 어미 입장에선 죽게 될 자식을 계속 배 속에서 키우는 투자를 하기보다 새로운 새끼를 갖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Q : 배우자를 선별한다면, 엄마는 누가 진짜 아빠인지 속일 수 있지 않나.
어머니 쪽 가족들, 외할머니·외할아버지·이모는 손주가 자신의 핏줄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는 데 반해 아버지 입장에선 진짜 내 아이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2005년 미국 홀린스대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친조부모보다 외조부모가 손주에게 더 많은 돈을 쓴다. 특히 외할머니가 가장 많은 돈을 쓴다. 가장 먼 거리에 있는 건 친할아버지다. 자기 아들이 진짜 내 아들인지 모르고, 손주가 아들의 진짜 아들인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성 간 사랑은 어떨까. 최 교수는 “‘이류 교배’의 유전학적 이점이 있기에 이성 간 끌림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간은 나와 반대 성향에 끌려 결혼했다가, 또 결혼을 결심했던 그 이유인 ‘성격 차이’로 이혼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는 뭘까. 결혼 제도는 유전자의 관점에서 볼 때, 진화에 불리한 제도는 아닐까. 유전자의 진화는 인간이란 개체의 행복과 어떤 관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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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가는 핏줄을 의심한다” 외갓집이 용돈 더 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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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보수? 진보? 유전자는 이미 알고 있다
‘혐오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요즘 ‘혐오’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고 한다. 혐오라는 감정은 특정 집단을 배척하고, 때로는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혐오는 어떻게, 왜 생겼을까. 왜 진화 과정에서 도태되지 않고 더 강력하고 더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는 걸까. 혐오 역시 사랑과 비슷한 메커니즘을 거쳐 나타나는 감정일까.
최 교수는 “사랑과 달리 혐오는 생존을 위한 기작(機作)”이라고 말했다. 위협에 맞서는 ‘행동 면역 체계’의 즉각적 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성애 혐오나 인종차별도 유전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걸까. 혹시 ‘학습된 혐오’를 유전자 탓으로 돌려 도덕적 책임을 회피하는 게 아닐까. ‘본능’과 ‘학습’ 중 인간의 혐오 메커니즘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뭘까.
최 교수는 “‘암묵적 연합 검사’라는 편견에 관한 테스트'에서 게이와 레즈비언에 대한 실험 결과를 비교해 보면, 게이 혐오가 레즈비언 혐오보다 더 세다"라며 “학습된 ‘문화’가 본능적 혐오에 덧입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혐오를 부추기는 유전체적 특징은 정치적 성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보수와 진보적 정치 성향을 좌우하는 요소는 무엇이고, 어떻게 인간의 정치적 성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그는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하는 경향이나 가난한 이들이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것도 유전자적 관점에서 호르몬 영향으로 이해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진보·보수라는 정치적 성향을 끌어내는 각 유전체적 특성 중 어떤 게 인류 진화에 유리했을까. 인류가 추구하는 ‘평등’이란 정치적 가치는 인간 유전체의 진화 방향에 부합하는 걸까. 인간이 정치적 ‘평등’을 추구하는 건 혹시 진화를 목표로 한 유전자엔 썩 내키지 않는 일종의 ‘반항’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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