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왜 ‘푸른 산호초’에 열광했나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최근 일본 열도가 뜨거웠습니다. 지난 6월 26일과 27일 이틀 동안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뉴진스 팬미팅 공연’ 때문입니다. 공연 중간 멤버 각자의 솔로 무대를 구성해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유행한 일본 명곡을 불렀는데요. 그중 멤버 ‘하니’가 부른 ‘푸른 산호초(靑い珊瑚礁)’가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한일 양국 소셜미디어(SNS)가 모두 하니 얘기로 떠들썩했습니다.
‘푸른 산호초’는 일본 국민 아이돌 마츠다 세이코(松田 聖子)가 데뷔한 1980년에 두 번째 싱글로 발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44년이나 된 옛 노래인데 1020세대가 다수였던 일본 관객은 왜 열광했을까요. 푸른 산호초가 일본이 잘나가던 1980년대를 상징하는 노래이자 3년 전 유일한 혈육인 딸이 자살한 마츠다 세이코의 안타까운 개인사까지 겹친 사연 많은 노래였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하니는 마츠다 세이코가 유행을 만든 일본 만화 여주인공의 전형적 모습으로 등장했는데요. 풍성한 단발머리와 파란 스트라이프 상의, 하얀색 스커트로 뉴트로 열풍에 빠진 일본 1020세대를 겨냥한 겁니다.
이에 “해외 아티스트가 옛 스타일로 꾸미고 가수 강수지 씨의 ‘보랏빛 향기’를 불렀다면 우리도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한국에도 마츠다 세이코 팬들이 상당히 많은데요. 일부는 세이코를 우리식 한자음으로 읽어 ‘성자 누님’이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마츠다 세이코 앨범은 1990년 한국에서 정식 음반 출시된 적도 있는데요. 당시 일본 노래는 발매 금지였지만, 일본 가수가 영어로 부른 음반은 허용됐기에 미국에서 발표한 ‘Seiko’ 앨범이 국내에 발매됐던 거죠. 여하튼 한국의 마츠다 세이코 팬들도 하니의 노래를 들으며 과거를 추억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추억 소환한 ‘기획력’의 성과
이처럼 옛것에서 새로움을 찾는 뉴트로 열풍이 전 세계적 현상이 된 듯한데요. 일본 역시 ‘잃어버린 30년’을 벗어나 경기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1980년대 시티팝(City Pop) 명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차에 뉴진스가 그 포인트를 정확히 건드렸으니, “단 3분 만에 40년 전 일본을 완벽히 소환해냈다”는 격찬이 쏟아지는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선곡은 일본 현지 정서를 깊숙하게 이해하고 만들어낸 ‘기획력의 성과’로 느껴지는데요. 앞으로 해외 진출을 하는 한국 기업들이 두고두고 살펴볼 좋은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뉴진스는 이번 공연 하나로 일본 대중음악계 주류로 바로 올라섰습니다. 일본에 데뷔하자마자 이뤄낸 엄청난 성과입니다. SNS 속 일본 팬들의 반응을 보니 40대와 50대 남성 팬도 상당히 늘었다고 하는데요. 하니의 푸른 산호초가 그동안 누구도 뚫지 못했던 한류 무풍지대 40·50대 일본 남성들까지 파고든 셈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 고통은 희석됩니다. 어두컴컴했던 과거도 괜히 아름답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일본이 그토록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1980년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에는 급격한 빈부 격차가 발생, ‘중산층 1억명’ 신화가 깨지며 갈등이 분출하던 어두운 시기였는데요. 이제는 다들 하니의 노래를 들으며 아름다운 시절로 추억하나 봅니다. 한국 사회라고 다를까요. 매년 ‘대위기’였지만, 지금 돌아보면 모두 추억거리입니다. 어찌 됐든 사회는 조금씩 성장했고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겠죠.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8호 (2024.07.10~2024.07.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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