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라, 내 딸아" 고 이예람 중사 3년 만에 영결식

박현광 2024. 7. 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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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일간의 고통을 생각하면 아버지가 너무 미안하다. 그 고통, 아버지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단다. 아버지가 바보야."

공군 부사관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였다.

 고 이예람 중사 영결식이 20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유가족 몸 상태 악화와 가해자 실형 선고를 고려해, 안치실에 잠들어 있던 이 중사를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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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완씨 "81일간 고통, 아버지가 미안하다"... 국립 현충원에 봉안

[박현광 기자]

 (성남=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공군 성추행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영결식에서 아버지 이주완씨(왼쪽)와 어머니 박순정씨가 헌화한 뒤 오열하고 있다.[공동취재]
ⓒ 연합뉴스
 
"81일간의 고통을 생각하면 아버지가 너무 미안하다. 그 고통, 아버지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단다. 아버지가 바보야."

유골함을 어루만지던 이주완씨는 목 놓아 울었다. 공군 부사관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였다. 81일, 이 중사가 상관에게 성추행 당한 뒤 사망에 이르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사망 당시 나이 23세였다. 아버지는 얼굴을 유골함에 묻었다.

"예람이 살아있을 때처럼 따뜻하구나. 입관식 때는 차가웠는데."

3년 2개월 만 눈물의 작별  
 
 (성남=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공군 성추행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영결식에서 고인의 영정과 운구 행렬이 영결식장을 나가고 있다. 2024.7.20
ⓒ 연합뉴스
 
고 이예람 중사 영결식이 20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순직 3년 2개월 만이었다. 애초 유족은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기 전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유가족 몸 상태 악화와 가해자 실형 선고를 고려해, 안치실에 잠들어 있던 이 중사를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예람이 잘 보내고 오겠습니다."

이 중사 어머니 박순정씨는 떨리는 목소리를 바로 잡았다. 십자가를 가슴에 품은 그는 오전 8시 56분, 장례식장에서 별관에 마련된 영결식장으로 이동했다. 유족과 친구, 군에서 자식을 잃은 또 다른 유족들이 그 뒤를 따랐다. 공군 군악대의 연주가 깔리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 중사 영정이 걸렸고, 그 앞엔 태극기에 싸인 관이 유족을 맞았다. 영결식장에 들어온 유족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1998년 4월생, 4년간 복무" 이 중사의 약력 보고에 그 소리는 커졌다. 공군항공과학고 41기 동기생,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군 관계자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잘 가라 내 딸아..."
 
 (성남=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공군 성추행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영결식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7.20 [공동취재]
ⓒ 연합뉴스
 
"잘 가라 내 딸아, 어떤 놈이 우리 예람이를..."

마지막 헌화 차례, 딸 앞에 선 아버지 이주완씨는 울분을 터트렸다. 어머니 박순정씨는 태극기에 덮인 관 위로 몸을 쏟았다. 이들은 한동안 딸 곁을 떠나지 않았다. "영혼이 봉송되겠습니다"는 사회자 말에, 모두가 자리에 일어나 운구 행렬을 만들었다.

이 중사는 화장된 뒤, 서울 국립현충원 충혼당에 봉안됐다. 현충원에서 치른 봉안식에선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참석해 유족에 추모패를 전달했다. 이주완씨는 이날 영결식과 봉안식 참석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딸을 떠나보낸 슬픔을 드러냈다.

"우리 예람이의 죽음이, 앞으론 이런 일이 절대 있어선 안 된다는 교훈으로 쓰여져야 합니다. 군 병영 문화가 발전할 수 있도록 '군 사망 가족들'과 함께 연대하고, 힘쓰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생각으론 산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지금 이 상황, 정말 싫습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이 중사는 2021년 3월 2일 상관 장아무개 중사에게 성추행 당한 뒤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군의 은폐와 전출 간 부대의 외면 속에 "조직이 나를 버렸다"는 유서를 남기고 2021년 5월 21일 사망했다.

이후 유족의 싸움으로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과 관련한 특별검사팀'이 출범했고, 100일간 수사 끝에 장 중사 등 관계자 8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장 중사는 지난해 9월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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