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사망 1위, 무서운 이 질병…10대 환자도 확 늘었다 왜
혈관건강 위협하는 만성질환
혈액 속 지질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상태인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은 고혈압·당뇨병과 함께 혈관 건강을 위협하는 3대 만성질환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흘리고,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면서 혈전이 더 잘 만들어진다.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원호연 교수는 “이상지질혈증에 고혈압·당뇨병을 동반하면 중증 심혈관 질환 위험도 커진다”고 말했다. 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 사망 1위 질환이자 국내 사망 원인 2위 질환이다.
이상지질혈증은 혈관 노화를 촉진하는 방아쇠다. 혈관 내벽에 혈관 염증을 유발하는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 등이 쌓이는 죽상 경화성 변화로 동맥 혈관이 좁아지면서 협심증·심근경색·심부전 같은 중증 심혈관 질환을 겪을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내과 김병극 교수는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상태로 오래 지내는 것만으로도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협심증·심근경색 같은 허혈성 심장 질환이 생기는 원인의 56%는 이상지질혈증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상지질혈증이 심혈관에 미치는 파급력은 앞으로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인의 심혈관 질환 주요 위험요인은 고혈압·흡연·이상지질혈증·당뇨병 등이다. 그런데 이상지질혈증은 고혈압·당뇨병보다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219만 명 수준이던 이상지질혈증 환자 수는 2023년 304만 명이 넘는다. 불과 5년 만에 38.4%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혈압 환자 수 증가율은 14.6%, 당뇨병은 19.2%다.
고혈압·당뇨병보다 증가 속도 빨라
게다가 이상지질혈증은 병리 생태학적으로 혈압이 높아지는 고혈압이나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는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동반하기 쉽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서 공개한 2022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에 따르면, 고혈압 유병자의 72.1%는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하고 있다. 고혈당인 당뇨병 유병자는 이보다 더 많은 87.1%다. 고혈압으로 혈관 손상이 생기고 당뇨병으로 염증 반응이 촉발되면 그 부위에 콜레스테롤이 더 쉽게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지는 죽상동맥경화증에 가속도가 붙는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성지동 교수는 “위험 요소가 많을수록 전신 혈관은 더 빠르게 망가진다”고 말했다.
최근엔 신체 활동량이 줄면서 10대 이상지질혈증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2007~2018년)를 토대로 10~18세 청소년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분석했더니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이 평균 28.9%였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박재형 교수는 “LDL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쌓이는 이상지질혈증의 10대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향후 중증 심혈관 질환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지질혈증으로 인한 중증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려면 LDL 콜레스테롤 관리가 필수적이다. 혈관 노화를 유발하는 LDL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여도 겉으로 느껴지는 이상 징후가 없다. 대개 건강검진 등에서 우연히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한다. 현재 정부에서는 이상지질혈증 조기 진단을 위해 국가건강검진으로 남성은 25세 이상부터, 여성은 40세 이상부터 4년을 주기로 검진을 지원한다. 박재형 교수는 “이상지질혈증은 조기 발견·치료할수록 급성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으로 이환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현행 검사 주기를 고혈압·당뇨병처럼 2년 주기로 통일하고 건강검진 사후 관리도 본인 부담 없이 진찰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LDL 쌓여도 겉으로 느껴지는 징후 없어
이상지질혈증은 아토르바스타틴·로수바스타틴·피타바스타틴 등 LDL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스타틴 계열의 약으로 1차 치료한다. 최근의 이상지질혈증 치료 트렌드는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다.
원호연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도 LDL 콜레스테롤을 더 철저히 조절하는 방향으로 치료 목표가 엄격해졌다”고 말했다. 메타분석을 통해 LDL 콜레스테롤이 39㎎/dL 감소할 때마다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20%, 심혈관 사건 발생은 23%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초고위험군의 경우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을수록 심혈관 질환 재발 위험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은 물론 미국·유럽 등 주요 국제학회에서도 심혈관 사건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심혈관 질환 위험도에 따라 개별화해 치료 목표를 설정했다.
문제는 치료 목표 수준까지 LDL 콜레스테롤을 끌어내리는 것이 기대만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임상 현장에서는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4명 중 3명은 목표 수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51만4866명의 심혈관 질환 환자를 추적 관찰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결과, 심혈관 질환 재발 초고위험군인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의 LDL 콜레스테롤 치료 목표(70mg/dL) 도달률은 26.3% 불과했다. 김병극 교수는 “LDL 콜레스테롤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재발 위험이 높다”며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으로 입원한 환자는 퇴원 후 1년 내 재발 위험이 6배나 높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혈관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고강도 스타틴에 에제티미브, PCSK9 억제제 등 다른 기전으로 LDL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약을 추가한다. 최근엔 연 2회 투여만으로 추가 LDL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를 확인한 치료제도 나왔다.
생활습관 교정도 필요하다. 성지동 교수는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 튀김 요리 등 L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는 것은 비교적 효과가 크지 않다. 운동은 일주일에 최소 3회, 한 번에 30분 이상 실천한다. 강도는 숨이 어느 정도 차고 땀이 옷에 밸 정도로 해야 도움이 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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