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고 물은 오염되고 처벌은 받지 않고...

서옥림 2024. 7. 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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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포제련소의 사람들

[서옥림 기자]

모든 일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오직 사람의 필요에 따라 자원 채굴을 하고, 제련을 하며, 새로운 형태로 일은 흘러간다.

이 과정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한 사람의 이야기만 듣는 것은 코끼리 다리 만지기일 것이다. 영풍석포제련소의 경영자, 임원, 노동자, 주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제련소에 대해 알아보자.
 
▲ 24.3.11. 영풍석포제련소 장례 퍼포먼스. 노동자 사망사고 추모하며 실질사주 장형진의 구속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 안동환경운동연합
영풍석포제련소의 창업주는 고 장병희 회장, 고 최기호 회장이다. 동업으로 1949년 영풍기업사를 설립, 농수산물과 철광석을 수출하는 무역업을 시작하였다. 이후 고려아연 계열사(고려아연, 코리아니켈, 영풍정밀 등)는 최씨 일가가, 전자 계열사(시그네틱스, 영풍전자, 석포제련소 등)는 장씨 일가가 경영해왔는데, 최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신사업 확장 이후 계열 분리가 본격화되어 균열이 일고 있다. 석포제련소에서 생산하는 황산 물량을 고려아연이 받지 않고, 생산량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샅바 싸움이 영풍석포제련소의 조업 상황에도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고 장병희 회장의 차남 장형진은 25년간 영풍그룹의 회장으로 석포제련소를 운영하였으며, 2015년 3월 석포제련소 회장에서 고문으로 직위를 변경하였다. 최씨 일가와 달리 장씨 일가는 아직 3세 경영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인데, 영풍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이슈 때문에 본격화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영풍석포제련소 주변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법률대응단과 함께 2019년 8월 영풍석포제련소 대기오염물질 측정자료 조작 사건의 실무자 뿐만 아니라 조작의 책임은 대표이사 장형진, 이강인에게 있으니 이들에 대한 과감한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최고경영자는 회사를 운영할 때의 운영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책임이 있으며,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데, 측정자료 조작이 실질 사주와 최고 경영자 모르게 실무선에서만 이뤄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또, 공대위와 서울의 모 법무법인은 2024년 1월 장형진 고문을 고발한 적 있다. 2023년 12월 아르신 가스 중독으로 인한 근로자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 관련하여 장형진 고문은 현재까지도 영풍그룹의 총수로서 ㈜영풍의 사업을 실직적으로 총괄하는 자로 권한과 책임이 있으니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해 중히 처벌 받아야 하고, 실질사주가 법적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은 곧 언제든 사고가 재발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영풍은 이제 안팎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고려아연과의 지분율 싸움에만 치중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큰 리스크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환경개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광고하지만, 애초에 그보다 더 큰 환경오염을 일으켜 온 것을 땜질하는 사후처방일 뿐이다.

그들은 바람막이였을까
 
▲ 1공장 뒷산.  제련소에서는 소나무 고사 원인을 재선충의 영향이나 산불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 사이 나무들은 서서히 말라죽고 있다.
ⓒ 안동환경운동연합
 
현재 영풍은 대표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이며, 사외이사 비율은 60%이다. 30대 기업 평균이 43%라는 것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이며, 이력만 살펴보아도 관피아 의혹을 받기에 충분할 정도로 관료 출신 비율이 높다.

소준섭 전 부사장(2014~2017)은 대구지방환경청장을 지낸 바 있다. 장성기 전 사외이사(계열사 포함 15년)는 경인지방환경청장을 지냈다. 신정수(계열사 포함 12년)는 국무총리실 정책분석평가실 한국에너지재단 사무총장을 했다. 심일선(2015~2024.3) 전 사외이사는 산재의료관리원 이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영풍의 사외이사인 최창원(2024~)은 국무총리실을 거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을 지냈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최근 지분다툼으로 분열이 일고 있지만, 동업 50년 역사와 계열사를 돌아가며 사외이사를 지내는 구조를 생각해보면, 상호 도움 관계가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아연 사외이사들의 전직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 환경부 장관, 고용노동부장관, 공정거래부위원장, 성남지방경찰청 성남지청장 등이 있었다.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홍영표 의원은 영풍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에 대한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의 원인으로 환피아(환경부+마피아)를 지목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2018년 KBS <추적 60분>에서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바람막이나 외풍막이용으로 실제 그런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인터뷰 하였다.

여기에 대해 소준섭 전 부사장은 대구지방환경청장으로 근무 시 제련소가 관리감독 대상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분야에 대해 아는 사람이 기업에 들어가서 환경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조언을 해주는 것이 더 좋은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였다.

단지 전직이 무엇이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의혹의 배경에는 영풍석포제련소의 오랜 환경오염 대비 미미한 감시와 처벌이 있었다. 그리고 감독을 나오기 전에 공장에서 미리 정보를 알고 있는 등의 상식 밖의 일들이 있었고, 관련된 증언들은 차고 넘친다.

다음으로 석포제련소의 임원들의 말을 들어보자.
 
▲ 조업정지 21.11.8 영풍석포제련소 가동 51년 만에 10일간의 조업정지를 시작했다.
ⓒ 안동환경운동연합
 
이강인 전 사장은 장형진 대표이사가 고문으로 직위 변경한 후 2015년 취임했다. 2018년 2월 낙동강 상류 폐수 무단방류로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은 해 7월 26일 공장 일부 시설을 개방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주민들과의 소통에 미흡했던 점을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폐수방류에 대해서는 '사과할 용의는 있지만 주민들이 받아들일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국가가 공장부지를 마련해준다면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하였다.

2019년에는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그해 국감에서 "배출량 관련한 법리적 문제가 있고, 기초 분야 산업이라 주민 생존을 위해 계속 영업을 했다"며 "시설 개선과 주변 생태계 회복 등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하였다. 모두 낙동강 중금속 환경오염의 책임을 주민과 국가에 떠넘긴, 진정성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는 2020년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으로 환경담당 임원이 징역 8개월의 실형을 받은 후에야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잘못으로 크나 큰 걱정을 끼쳐드린 것에 대해 회사 대표로서 깊은 반성과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모든 임직원이 환경지킴이로 변신할 수 있도록 환경의식에 대한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오염제로 목표와 환경개선 사업 조기 마무리를 약속했다.

현재 그와 임직원 7명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총 1064회에 걸쳐 카드뮴을 낙동강에 유출하면서 물환경보전법·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김앤장' 등 1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했고,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2017년부터 이강인 전 사장과 함께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영민 소장은 공정 특징상 20일 조업정지를 위해서는 전후 6개월가량 생산을 멈춰야 한다며 "조업정지가 현실화되면 국내 아연의 자급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반성 없이 '성장만이 살길이다'라고 했던 1970~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듯한 환경인식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또 2021년 오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알리기 위한 영풍의 'ECO 공모전'을 열면서 '무방류 기술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국민들의 아이디어가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이는 환경을 개선하겠다며 아이디어를 모으는 듯하지만 중대한 환경오염범죄를 저질러놓고 사업홍보를 하는 대표적인 그린워싱이 아닐까.

"잠시 작업을 멈추고 되돌아보며 새 출발하는 계기로 삼아 글로벌 친환경 기업으로 도약하겠다"(2021년 11월 8일. 10일간 폐수 무단배출 혐의로 조업정지 10일을 실시를 앞두고), "환경 이슈를 넘어 그린 메탈 선도 기업으로'라는 경영 방침 아래 ESG 경영, 가치 경영, 지식 경영, 인재 경영을 실천해 기업 경쟁력과 성과를 높이겠다"(2023년 제72회 주총)는 그는 2024년 1월 영풍 석포제련소 비소 가스 중독 사고(4명의 사상자 발생)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었다.

사망한 노동자의 몸에서 검출된 비소는 무려 2ppm으로 기준치 0.3ppm의 6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사인은 바로 치사량의 6배가 넘는 비소 중독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도 안 된 것 같고, 그 물질에 대한 위험성을 잘 몰랐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

또 같은 사고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배상윤 대표는 더 황당한 말을 하기도 했다. "건물 아래 땅까지 정화하려면 공장을 뜯어내야 해 어려움이 많다"며 토양오염이 심각하다고 말하면서도 무허가 관정에 대해서는 "(관정을) 통해서 오염물질이 들어간다기보다는 속에 있는 오염물질이 강으로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뽑아 올린다는 행위였기 때문에..."라고 하였다.

영풍은 올해 제74차 주주총회에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그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였다.

이상으로 살펴본 영풍의 임원들은 환경의식이 결여된 것은 물론, 진정성 있게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각종 소송으로 시간 끌기를 하고 있으며, 오히려 진작 했어야 할 설비 개선을 환경개선 시설 투자로 그린워싱하고 있다. 한술 더 떠 실질적 책임자인 장형진 고문 등은 고려아연과의 경영권 다툼에만 골몰하고 있는 듯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라면, 석포의 지역민들을 생각했다면, 낙동강 유역 주민을 고려했다면, 중금속 오염 폐수를 방류하면서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

인간 대 인간으로, 함께 살자
 
▲ 영풍 석포제련소 사망사고 일지  영풍석포제련소와 관련된 사망사고들. ‘알려진’ 사망자만 14명이다.
ⓒ 안동환경운동연합)
 
영풍제련소에서 근무하던 많은 이들은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2000년 9월 20일 근로복지공단 영주사무소에 따르면 1999년 11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직업병연구센터가 중금속을 취급하는 전국 15개 업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건강진단을 실시한 결과, 석포제련소 생산팀에 근무하는 남00(57세)씨, 최재환(46세)씨 등 2명이 카드뮴 중독 유소견자로 판명됐다. 남씨는 혈중 카드뮴 농도가 35.56㎍/L, 최씨는 34.78㎍/L가 검출돼 카드뮴 노출지표 5㎍/L에 비해 무려 7배가량을 초과했다.

최씨의 혈중 카드뮴의 농도가 기준치보다 6배 이상 높아서 척추의 골밀도는 정상인의 60% 정도로 뼈가 물렁물렁해진 상태였고, 인체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콩팥세포도 섬유질로 바뀌어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었다. [국회의원 한정애. ㈜영풍 석포제련소 주변지역 중금속 오염실태.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 자료. 2014]

근로복지공단의 요양이 결정되고 6개월가량이 지난 2001년 7월, 대구에서 자가요양을 하던 최씨가 갑자기 증세가 악화되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최씨는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불과 10여 일 만인 8월 1일 경북대병원에서 사망했다. (자연은 파괴되고 고향은 사라지고. 김혜나. 손영호. 2020. 생명평화아시아)

위 사례를 포함하여 석포제련소의 노동자와 관련해 알려진 죽음만 14건(2024년 7월 현재)이며, 고용노동부의 2014년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해 실시한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에 따르면 카드뮴 중독과 광물성 분진에 의한 폐질환 등 직업병 유소견자는 한 해 20여 명에 이른다.
 
▲ 무재해기록판 첫 번째 사진은 노동자 비소중독 사고 3일 뒤, 두 번째 사진은 낙하물 사망 사고날이다. 사망에도 현재일만 바뀔 뿐 다른 수치는 변하지 않는다.
ⓒ 안동환경운동연합
 
1인당 GDP 3만 불 시대의 대한민국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열악한 작업환경은 물론, 각종 산업재해 질환에 시달리면서도 원청과 협력 업체라는 계약구조 때문에 법적 책임지는 이 없이 질환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다.
제련소에서 근무하다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진현철씨와 배우자의 말을 들어보면, "제련소 근무할 때 다른 사람이 결근하게 되면 대체 출근 해달라고 그렇게 연락 오더니 입원하고는 단 한 번도 연락이 없었다. 인간 대 인간으로의 (정 같은)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아픈 사람을 우습게 취급한다"며 "제련소 때문에 병이 생겼다는 확신이 간다. 회사 밖에 원인이 없다"고 하였다.
 
▲ 인터뷰 건장한 체구였던 진현철 씨는 제련소에서 6년 9개월 근무 후 급성 백혈병에 걸려 1년 넘도록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 안동환경운동연합
 
영풍석포제련소 근무자 중 중대 질병으로 산재 신청은 처음이었다. 이에 대한 영풍의 공식 입장은 없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안전보건 연구원의 작업환경 평가 결과,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한 백혈병 원인물질이 노출 기준치 이하여서, 제련소 업무와 백혈병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그는 2021년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산재불승인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11월 1심 승소하였다. 이에 대해서도 역시 제련소에서는 공식 입장이 없었다.

하청업체에 근무하였기 때문에, 행정소송 대상이 제련소가 아닌 근로복지공단이기 때문에 라고 하기에는, 그의 몸은 백혈병의 원인이 석포제련소임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소송까지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에게 산재인정 받는 것은 단순히 요양급여 지급이 아니라 원청, 하청, 협력으로 구분된 형식으로서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연결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힘을 모으는 과정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편집자 주)

연결 된 우리

봉화군 석포리의 인구는 1489명, 세대 수는 844(2024년 6월 현재.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자료)이다. 석포제련소 근무자는 협력업체 포함 1300여 명이며, 석포제련소 직선거리 400m를 시작으로 석개천, 석포리천을 따라 사택과 주택에 거주하고 있으며, 일부 근로자는 태백에서 출퇴근 하고 있다.

석포리의 마을은 거의 비슷한 규모의 아담한 집들이 모여있다. 둘러보는 데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가량이면 대략 훓어볼 수 있다. 마을 초입에는 식당들이 있고, 간혹 다방과 유흥주점도 보인다. 슈퍼 크기의 마트나 편의점이 있고, 15동의 사원아파트, 교육시설로는 석포초등학교(학생 90여 명)와 석포중학교(학생 50여 명)가 있으며, 종교 시설로는 사찰, 교회, 공소(신부가 거주하지 않는 성당)가 하나씩 있다. 전체적으로 크게 오르막 없이 나지막한 1980~1990년대 시골 마을 모습이다.

석포 주민들은 거의 대부분 제련소와 연관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본인 혹은 가족이 제련소 혹은 협력업체에 근무하거나, 제련소 직원을 상대로 한 사업을 운영한다. 농가 비율은 2015년 기준 15.3%(163세대)로, 타 지역에 비해 아주 낮은 편이다. 승부역에서 태백 철암역까지 오가는 관광열차(백두대간 협곡열차)가 운영되고는 있지만, 석포역에 정차하지 않아 오가는 관광객은 많지 않다. 때문에 석포의 거의 유일한 경제 수입원은 제련소에서 기인하며, 지역사회 안에서 제련소의 영향력은 매우 지배적이다.

제련소에 대해 문제 제기가 되기 시작하던 때, 주민들에게는 어느 정도 기대감이 있었다고 한다. 주변에 살거나 근무하면서 열악한 사정에 대해서는 가장 가까이 체감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작은 마을 공동체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어떤 이는 그 과정을 통해 부당한 이익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점점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다.

석포 제련소 주민들은 제련소가 없어지면 고향도 없어질거라 말한다. 석포리로 들어오는 길에는 연화광산 휴광으로 광산 노동자가 빠져나간 뒤 빈 사원아파트가 흉물로 방치되어 있다. 차로 15분 거리의 태백 장성광업소는 지난 6월 30일 문을 닫았다. 태백시는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교정시설 유치를 추진하는 한편, 고용위기지역 지정,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도 추진 중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인근 마을이 소멸되거나, 소멸 위기지역이기 때문에, 제련소로 인한 이슈-영풍과 고려아연의 분쟁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 조업정지 2개월 등 때문에 주민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체재 없는 제련소 의존 경제 구조가 주민들의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다. 주민들은 제련소 폐쇄 운동의 가장 큰 반대자이자, 가장 큰 환경오염 피해자, 사회구조적 피해자이기도 하다. 이제라도 제련소 의존의 경제구조를 탈피하고,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

"제련소가 나라에 벌어다 주는 돈이 얼마인데."

비소중독 사망사고 때 2공장 앞 노동자가 한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 한마디에 많은 배경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산업 역군으로서의 자부심, 기업을 잘 되게 하는 것이 나라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 확신, 1970~1980년대 가장 열심히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아버지 세대의 희생, 그리고 정작 제련소는 환경오염을 어마무시하게 일으키고 있다는 모순.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훼손된 생태계 복원, 피해 지원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순을 다시 한번 짚어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경제성장 제일주의, 책임지지 않는 구조, 원인자를 제외한 그룹끼리의 갈등, 지역소멸 문제 등 아직 멀지만 꼭 헤쳐나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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