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영웅, 아버지들의 고단한 삶 찾아 나선 두 여자

방관식 2024. 7. 2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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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란 적지 않은 나이 차이와 공통 분모가 별로 없는 성격 등 그럴듯한 조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두 사람은 최근 '나의 아버지 나의 영웅'이라는 근사한 프로젝트를 세상에 선보였다.

민인애, 정주은 대표의 나의 아버지 나의 영웅 이야기는 한동안 더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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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인애·정주은 대표, 6.25참전용사 담는 '나의 아버지 나의 영웅' 뭉클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방관식 기자]

 의기소침해진 아버지들의 기 살리기에 나선 민인애, 정주은 대표
ⓒ 방관식
 
 멋진 화보 사진을 앞에 두고 기념 촬영을 하는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 충남지부 서산시지회원들.
ⓒ 정주은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젊은 아낙들의 등장에 쑥스러워하던 참전용사들도 이제는 “어미야”하고 부를 정도로 민인애, 정주은 대표와 친근해졌다.
ⓒ 정주은
 
'저 둘은 전생에 어떤 관계였을까?' 하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 짝짜꿍이 잘 맞는 사람이 있다.

18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민인애 루시아카데미 대표와 정주은(사진작가) ㈜청춘작가 대표가 그렇다. 

10년이란 적지 않은 나이 차이와 공통 분모가 별로 없는 성격 등 그럴듯한 조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두 사람은 최근 '나의 아버지 나의 영웅'이라는 근사한 프로젝트를 세상에 선보였다. 발단은 민인애 대표였다. 

"아버지가 6.25 참전용사세요. 서울집에 가보니 멋진 하얀 정복이 걸려있더군요. 그래서 살아계실 때 멋진 모습을 남겨드리고 싶어서 정 작가에게 부탁을 했죠. 이렇게 시작한 일이 서산지역의 참전용사들을 만나는 계기가 되리라고는 상상 못 했죠"(민인애 대표)

추진력 하면 누구와 붙어도 자신있던 두 사람은 무작정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 충남지부 서산시지회를 방문해 어색해하는 고령의 참전용사들을 설득하기 시작했고, 카메라 앵글 앞에 세우는 데 성공했다.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뿌듯함도 느꼈지만 서글픔도 느껴야만 했다. 93살의 회원이 최연소일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해 지난해 279명이던 생존 참전용사들이 올해는 185명으로 줄었고, 그나마 이들도 건강상의 이유로 19명밖에 촬영을 못한 것이다.

또한 멋스러운 화보를 보며 "영정 사진으로 써야겠다"고 웃는 참전용사를 볼 때면 먹먹함은 물먹은 솜뭉치처럼 무거워졌다.

하지만 민인애, 정주은 대표는 이런 내색 없이 참전용사들을 화장시키고, 넥타이를 매주며 가까워졌고,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젊은 아낙들의 등장에 쑥스러워하던 참전용사들도 이제는 "어미야" 하고 부를 정도로 친근해졌다. 
 
 백색 정복을 입고 오랜만에 포즈를 취해보는 서산지역 6.25참전용사들. 고령이지만 기백은 살아있다.
ⓒ 정주은
 
 6.25참전용사의 현재 모습을 담은 ‘나의 아버지 나의 영웅’ 프로젝트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 정주은
  
 민인애, 정주은 대표는 마지막 한 사람의 참전용사가 남더라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약속했다.
ⓒ 정주은
 
돈이 생기는 일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일도 아니지만 이 둘은 내년에는 태안군까지 욕심을 부려볼 심산이다. 서산시 6.25 기념식에서 자신들이 만든 동영상을 보고, 혹은 운영위원 간담회에서 액자를 받아 들고 눈물짓는 참전용사들에게서 내 아버지의 얼굴을 봤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버지도 베트남 참전용사라고 밝힌 정주은 대표는 "6.25참전용사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을 때 더 많은 기억을 남겨놓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민인애, 정주은 대표의 나의 아버지 나의 영웅 이야기는 한동안 더 이어질 전망이다. 참전용사를 넘어 가족을 위해 가장이란 이름으로 온몸을 내던져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들은 찾아 나서기로 한 것이다.

민인애 대표는 인터뷰 마지막에 이 말을 꼭 당부했다.

"참전용사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행복은 장담할 수 없을 겁니다. 서산시가 보훈수당도 전국 1등이라고 하던데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돈보다 중요한 것은 예우로 이분들을 존경해 드리는 것입니다. 마지막 한 분이 남을 때까지 저희가 이분들을 기억하겠습니다. 함께해 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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